Culture & Hitstory Traveling

Since 2008, Korea & World by younghwan

[중앙박물관 서화관] 우리가 사랑한 동물그림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2021년 <우리가 사랑한 동물 그림>이라는 주제로 작품을 구성하여 전시하였다. 동물그림은 영모화(翎毛畵)라 하여 많이 그려졌으며 사랑를 받았던 그림의 주제였다. 동물을 인간세상에 빗대어 의미를 부여하여 복을 기원하거나 풍자, 본능적인 심리묘사를 표현하였다. 전시에는 조선후기를 대표하는 화가 장승업이 그린 <게>, 18세기에 활동한 동물그림으로 유명한 화원 변상벽의 그림을 중심으로 다양한 동물의 모습을 표현한 그림들이 전시되었다.

장승업(1843~1897년)은 구한말을 대표하는 천재화가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도화서 화원출신으로 벼슬은 감찰을 역임했다. 그의 그림은 당대에도 유명하였는데 절지(折枝), 기완(器玩), 산수, 인물, 영모(翎毛), 사군자 등 다양한 소재를 그렸다. 대표적인 작품으로 <기명절지도>, <풍림산수도>, <팔준도> 등이 있다.

<갈대밭의 게, 장승업, 조선 1891년, 종이에 엷은 색>

가로로 길게 펼쳐진 갈대밭 사이에 게 열 마리가 분주히 움직인다. 예로부터 게(甲)는 으뜸을 의미하고 ‘갈대 로(蘆)’자는 임금께서 합격자에게 주는 음식인 ‘려’자와 발음이 비슷하여 장원급제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게와 갈대를 함께 그리곤 했다. 장승업은 윤곽선을 그리지 않고 먹물만으로 게딱지와 다리를 그렸는데 먹의 농담과 붓질의 강약이 절묘하여 생동감이 느껴진다. 가운데에 외다로 있는 게는 붉은 색으로 엷게 칠해 유독 눈에 띈다. 화가 안중식이 스승 장승업을 그리워하며 함께 그림을 그리던 추억을 귀퉁이에 적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2021년)

변상벽은 18세기에 활동했던 화원출신 화가로 벼슬은 현감을 역임했다. 영조 어진 제작에도 참여 했으며 닭과 고양이를 잘 그렸다. 조선후시 사실주의 화법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대표적인 작품으로 <추자도>, <묘작도> 등이 있다.


<고양이와 참새, 변상벽, 조선 18세기, 비단에 색>

어린 고양이 한마리가 참새를 쫓아 위로 나무 기둥을 타고 올라가고 있다. 나무 아래에서 이를 지켜보는 고양이의 한껏 돌아간 목과 움츠러든 꼬리에서 새끼를 걱정하는 어미의 마음이 묻어나오는 듯하다. 나뭇가지에 앉은 참새들은 고양이가 쫓아오는 것을 아는지 모른는지 지저귀기 바쁘다. 고양이 그림은 조선 후기에 자주 그려졌는데, 이는 고양이를 뜻하는 한자 ‘묘猫’와 칠십을 뜻하는 ‘모耄’의 발음이 유사하여 장수를 기원하는 의미를 지녔기 때문이다. 참새(雀) 또한 그 한자 발음이 ‘벼슬 작(爵)’과 같아 출세를 상징한다. 고양이를 특히 잘 그리는 것으로 유명했던 변상벽은 이러한 소재를 단순히 길상적으로 다루지 않고 아이를 걱정하는 어미의 마음까지 표현하였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2021년)


<어미닭과 병아리, 변상벽, 조선 18세기, 비단에 색>

암닭 한 마리가 부리로 벌 한마리를 들고 돌아오자 마당 한편에서 놀고 있던 병아리들이 어미 곁으로 올망졸망 모여 든다. 볕이 제법 따뜻한지 병아리 한 마리는 어미 뒤에 선 채로 졸고 있고, 바위 뒤에서 고개를 내민 분홍색 장미꽃으로 벌과 나비가 모여든다. 변상벽은 18세기에 활동한 화원화가로 자는 완보(完甫), 호는 화재(和齋)이다. 변상벽은 초상화와 동물 그림에 뛰어났는데 특히 닭과 고양이 그림을 잘 그려 ‘변계(卞鷄)’, ‘변고양(卞古羊)’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했다. 어린 새끼를 바라보는 어미 닭의 따뜻한 눈빛, 병아리들의 다양한 동작과 솜털 표현에서 화가의 치밀한 관찰력과 섬세한 묘사가 엿보인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2021년)


<대나무 아래 두마리 학, 작가 모름, 조선 16세기, 모시에 색>

깊은 산 속, 두 마리의 학이 물가 옆으로 조용히 서 있다. 푸른 댓잎은 바람에 흔들리고, 그 아래에서 학들이 쉬고 있는데, 수면 위로 거북이 한 마리가 고개를 내밀고 있다. 학과 거북은 장수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동물로 십장생이었다. 또한 화면에 그려진 산과 돌, 구름, 대나무도 십장생에 포함된다. 학과 대나무 등을 정교하게 그리고, 암속과 산봉우리를 청록으로 아름답게 채색한 점에서 화가의 탁월한 기량을 확인할 수 있다. 제작 시기가 올라가는 16세기 길상화이자 장식화이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2021년)


<사슴과 원숭이, 작가 모름, 조선 16~17세기, 비단에 색>

맑은 눈망을과 아름다운 뿔을 가진 사슴이 물가 쪽으로 걸아가고 있다. 소 나무 가지 위에서 열매를 먹고 있던 원숭이 중 한마리가 사슴을 내려 보며 긴 팔로 빨간 열매를 내려 주려는 듯하다. 소나무의 껍질은 진한 먹으로 소용돌이처럼 굽이치게 표현했고, 솔잎은 밤송이처럼 둥글게 묘사했다. 사슴과 원숭이 각 동물의 자연스러운 자세와 세밀한 털 묘사가 돋보인다. 소나무와 사슴은 전통적으로 장수를 기원하는 소재로 자주 그려졌으나 원숭이 그림은 많지 않다. 원숭이는 재치있고 꾀가 많으며 나쁜 일을 물리치는 벽사의 동물로 알려져 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2021년)

<강둑에 풀어놓은 말, 작가 모름, 조선 18세기, 종이에 먹>

털색과 무늬가 제각각인 한 무리의 말이 강둑에 모여있다. 얌전하게 풀을 뜯거나 목을 축이는 말도 있지만 강에 뛰어들어 헤엄치거나 땅에서 마음껏 뒹굴거나 서로 목을 맞대며 힘을 겨루는 말도 보인다. 강 건너편에는 뼈가 드러날 정도로 수척한 암말이 망아지에게 젖을 먹이는 모정을 보여준다. 중국 황실에서는 황제에게 진상된 말을 기록하기 위해 초원을 배경으로 건강하고 훌륭한 말들이 자유롭게 노니는 대폭이 백준도(百駿圖)를 제작하였다. 큰 규모의 화면과 빼어난 솜씨롤 보아 중국 말 그림의 영향을 받은 전문화가가 그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2021년)


<국화와 고양이, 작가 모름, 조선 18~19세기, 비단에 색>


<어미닭과 병아리, 국화와 고양이, 작가 모름, 조선 18~19세기, 종이에 색>

어미닭과 병아리를 일컫는 자모계(子母鷄)는 중국에서 늦어도 송나라 때부터는 하나의 독립된 화제로 그려지기 시작했다. 어미를 따르는 병아리들의 천진난만하고 귀여운 모습과 자신의 배를 굶주리며 새끼의 배를 채워주는 어미닭의 자애로움이 잘 드러나는 주제이기에 청대까지도 큰 인기를 끌었다. 고양이 역시 중국에서 당나라 때부터 그려졌으며 장수를 상징할 뿐만 아니라 책을 갉아먹는 쥐를 잡는 동물로서도 문인들에게 애호되었다. 조선 후기에는 화조와 영모를 함께 그리는 것이 유행하였는데 특히 고양이는 국화꽃 앞에 앉아 있는 모습으로 자주 그려졌다. 두 그림의 화면에는 각가 “화재가 그렸다”고 적혀 있거나 “화지” 인장이 찍혀 있으나 그림 묘사가 섬세하지 못해 생동감이 덜하다. 동물그림에 뛰어났던 벽상벽의 영향을 받아 후대에 제작된 것으로 생각된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2021년)


<개와 고양이, 작가 모름, 조선 20세기, 종이에 색>

개 한 마리가 고양이를 쫓고 있다. 나무를 타고 올라간 고양이가 놀리듯 아래쪽의 개를 바라보고 있고, 화가 난 것 같은 개는 고양이를 올려보며 짖고 있다. 이러한 그림은 변상벽의 <고양이와 참새> 이후 유행했는데, 19세기에는 왼쪽의 영모화처럼 나무 아래 고양이가 개로 바뀌었다. 조선후기에 유행한 오동나무 아래서 짖는 개(오동폐월)의 소재와도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작품에서는 나뭇가지의 참새는 사라졌다. 개와 고양이는 앙숙으로 알려졌는데 두 동물간의 실랑이가 보는 이의 미소를 자아낸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2021년)


<개와 고양이, 작가 모름, 조선 19세기, 비단에 색>


<매와 토끼, 작가 모름, 조선 19세기, 비단에 색>


<한쌍의 꿩, 작가 모름, 조선 19세기, 비단에 색>

육지와 바다, 하늘에 사는 동물들을 다양하게 조합하여 그린 네쪽이다. 매서운 눈빛으로 사냥 중인 매와 잔뜩 겁에 질려 머리를 한껏 웅크린 토끼, 유유자적 물속을 노니는 물고기들과 수초 위에 올라앉은 앙증맞은 개구리, 마치 무지개처럼 화려한 깃털을 뽐내는 장끼와 그 옆에서 느긋하게 졸고 있는 까투리, 약 올리는 듯한 익살스러운 표정이 고양이와 잔뜩 성나 이를 쫒는 개 등 다양한 동물의 다채로운 표정과 자태가 재미있게 묘사되었다. 매가 토끼를 사냥하는 그림은 새해를 축하하는 뜻으로 제작된 세화(歲畵)에사 자주 다루어졌고, 잉어 역시 다산과 벽사의 의미가 있어 조선시대에 길상화로서 잘 그려졌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2021년)

<소나무 아래 호랑이, 작가 모름, 조선 19세기, 종이에 색>

소나무 아래 호랑이 한 마리가 늠름하게 앉아 있다. 커다랗게 치켜뜬 호랑이의 노란 눈과 짙은 눈썹은 무섭기보다는 친근하게 느껴진다. 배경에 비해 호랑이가 크게 그려지고 표정이 의인화된 점, 간결하고 소박한 세부 표현 등으로 보아 민화 계열로 볼 수 있다. 예로부터 호랑이는 잡귀나 나쁜 기운으로부터 사람들을 지켜주는 수호동물로 여겨졌으며 장생을 뜻하는 소나무와 함께 새해에 많이 그려졌다. 벽사와 상수를 소원했던 사람들의 바람이 담겨 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2021년)

<두꺼비와 잠자리, 거미줄의 거미, 작가 모름, 조선 18~19세기, 종이에 먹>

여름철 정원에서 볼 수 있는 꽃과 풀, 곤충 등을 묘사한 그림이다. 오른쪽 그림에서는 해당화가 한창 핀 괴석 아래로 두꺼비가 기어가고 있고 난초 위로는 잠자리 한 쌍이 꼬리를 맞대고 날고 있다. 왼쪽 그림은 원추리와 갈대 사이에 쳐 있는 거미줄과 그 중앙에 걸린 매미에게 서서히 다가가고 있는 거미가 그려져 흥미롭다. 두꺼비 등의 울퉁불퉁한 혹, 잠자리의 겹눈, 원추리 꽃잎 등 대상의 세부를 선과 점으로 자세하게 묘사하고 농담을 주면서 먹으로 채색했다. 조선 후기에 관찰을 바탕으로 한 백과사전식 화조영모화가 다수 제작되었던 경향을 보여준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2021년)

<벌을 보는 개구리, 새끼오리 한쌍, 백은배, 조선 19세기 중후반, 종이에 색>

수초가 보이는 맑은 물가에 개구리 한 마리가 나뭇잎 위에 앉아 있다. 공중의 먹잇감을 응시하고 있는 개구리가 곧 긴 혀를 뻗어 벌을 잡아 먹을 것만 같은 긴장감이 느껴진다. 왼쪽 그림에서는 노란 새끼 오리 한 쌍이 부리를 맞대고 정답게 헤엄치고 있다. 청개구리, 진노랑색의 꽃송이, 옅은 노란색의 보송한 오리털, 하늘거리는 담녹색 소초 등은 시각적 즐거움을 준다. 임당 백은배는 화원 가문 출신의 화원으로 초상화, 고사인물화 등의 인물화에 뛰어났다. 화첩 마지막 면에 백은배가 1863년, 고법을 모방하여 12폭의 그림을 그렸다는 기록이 남아 있는데, 화첩에는 총 20첩이 있어 후에 일부 그림이 추가된 것으로 생각된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2021년)

최북(1712~1760)은 조선 영조 때 활동환 화원출신 화가이다. 산수, 인물, 영모(翎毛), 화훼(花卉), 괴석(怪石), 고목(枯木)을 두루 잘 그렸다.  성질이 괴팍하여 기행이 많았으며 여행을 즐겼다고 한다. 대표작으로 <미법산수도>, <의룡도> 등이 있다.

<온종일 소를 몰다 돌아오다., 최북, 조선 18세기, 종이에 엷은 색>

우람한 소가 아이를 태우고 개울을 건너는 중이다. 18세기에 활동한 직업화가 최북은 뿔이 한껏 솟고 억센 털로 온 몸을 빽빽하게 휘감은 소를 생동감 있게 묘사했다. 소는 휘돌아 흐르는 물결에 아랑곳 않고 머리를 치켜 세우고 앞으로 나아가는 반면, 소 등에 올라탄 아이는 잔뜩 긴장한 듯 고삐를 꼭 쥐고 있다. 당나리 시인 류가의 시 <목동> 중 “온종일 소를 몰다 돌아오내”라는 구절이 적혀 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2021년)

<말과 소, 작가 모름, 조선 17~18세기, 종이에 엷은 색>

<반대편>

말고 소들이 언덕과 바위, 나무, 물가를 배경으로 봄날을 즐기고 있다. 장난스럽게 뛰어 놀다가도 풀을 뜯으며 여유를 부리는 모습이 정겹다. 화가는 배경을 최대한 생략하고 엷은 먹과 색을 조심스럽게 칠하여 전체적으로 맑고 은은한 분위기의 화면을 구성했다. 말갈기와 꼬리의 터럭까지 한 올 한 올 정성스럽게 그려진 말 그림은 탄성을 자아낸다. 훌륭한 말은 지조와 덕을 지닌 사대부를, 한가로이 낮잠을 자는 소는 은일을 상징한다. 긴 두루마리에 자유로이 노니는 말과 소는 곤직에서 물러나 평온한 은거 생활을 즐기고픈 사대부들의 바람을 담고 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2021년)

우리가 사랑한 동물 그림
동물의 특징적인 생김새와 습성을 포착해서 그린 동물 그림은 영모화(翎毛畵)라고 불리며 일찍부터 발달했고 사랑받았습니다. 동물그림은 이해하기 쉽고 보기에도 즐겁습니다. 뿐만 아니라 동물에 인간 세상을 빗대어 갖가지 의미를 부여했으므로 그림에는 복된 상징이나 풍자가 담겨 있습니다. 이번 전시에는 장승업(1843~1897)의 <게> 등 손창근 선생의 기증품을 비롯해 동물화에 뛰어났던 화원 변상벽(1726이전 ~ 1775)의 사실적이면서도 서정적인 <고양이와 참새>, <어미닭과 병아리> 등을 선보입니다. 그림 속 동물들의 천진난만한 매력에 빠져 보시고 그림이 비유한 우리의 삶도 한번쯤 돌아보시길 바랍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2021년)

<출처>

  1. 안내문, 중앙박물관, 2021년
  2. 위키백과, 2023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