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2016년 가을 “미술 속 도시, 도시 속 미술” 특별전이 열렸다. 조선후기 문예부흥기라 할 수 있는 영.정조대부터 일제강점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미술을 도성이었던 한양 사람들이 살았던 모습과 함께 살펴보는 전시였다. 당시 풍속을 보여주는 풍속화를 비롯하여 당시 사람들이 선호했던 공예품 등을 볼 수 있었다. 특히, 풍속화의 단원 김홍도와 혜원 신윤복, 진경산수화의 겸재 정산, 독특한 화풍을 보여주었던 장승업 등 시대를 대표하는 화가들의 작품들이 전시되었다.
<2016년 가을 열렸던 특별전>
당시 사람들의 생활모습을 표현한 풍속화를 중심으로 구한말 이후 도성 한양을 중심으로 한 우리나라 미술의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
사람들, 도시에 매혹되다
새로운 도시 공간에서 살아가게 된 사람들은 새로운 도시 문화를 만들어 갔습니다. 도시 속 사람들의 모습은 풍속화의 주제가 되었습니다. 도시에 집중된 지식 정보와 번화한 문물에 눈 뜬 지식인들은 정원과 서재를 꾸미며 아취있는 문예활동을 이어 나갔습니다. 서화 애호와 문방고동 취미가 확산되었습니다. 도시 문화를 주도하는 신진 세력은 중인이었습니다. 19세기 사회의 주역으로 떠오른 중인들은 독특한 여항(閭巷, 중서민층이 사는 시정 골목) 문화를 창출하였습니다. 여항 문인 화가들은 점차 창작 주체로서 자의식을 갖추고 전문 작가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시대의 흐름에 조응하면서 영향력을 확대한 이들은 개화기를 거쳐 근대 지식인의 모태가 되었습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2016년)
조선후기 문예부흥기라 여겨지는 영.정조대 이후 상업의 발달과 함께 도성이었던 한양은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도시화가 진전되었다. 당시에는 중국 청나라의 새로운 문물이 들어오고 중앙관청 실무자였던 서리, 통역을 담당했던 역관 등 중인들이 신진세력으로 자리잡으면서 새로운 문화가 생겨났다. 이 시기에 그려진 풍속화에는 여러 계층의 사람들이 살아가던 모습과 도시인 특유의 여가와 풍류 등이 잘 표현되어 있다.
<당시 한양 사람들의 생활모습을 그린 풍속화>
상업의 발달 등으로 경제력을 확보한 계층들이 여가를 즐기는 모습으로 야외에서 고기를 구워먹는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한량이라고도 불렸던 계층들과 기생들의 모습이 많이 등장한다.
시정풍속
개혁적인 정책과 생산력의 증가로 한양은 점차 상업도시로 변모하였습니다. 반면 빈부의 격차가 커지고 농업기술이 발달하면서, 가난한 농민들은 농촌을 떠나 도시로, 도시로 몰려들었습니다. 도시에서는 특별한 직업과 기술이 없어도 시장과 나루터 등지에서 일을 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경제력을 갖추고 농사일의 속박에서 벗어난 도시 사람들은 여가와 풍류를 즐기게 되었습니다. 이 시기에 등장한 풍속화에는 여러 계층의 사람들이 뒤섞인 다양한 도시민의 생활상이 생생하게 담겨 있습니다.
<바둑두기, 백은배(1820 ~ 1901년), 조선 19세기, 종이에 엷은 색>
어떠한 배경 없이 바둑에 몰두한 세 인물이 등장하는 풍속화이다. 바둑은 당시 크게 유행한 오락으로, 조선후기 풍속화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이다. 막 바둑알을 집어든 젊은이와 중년의 남성이 바둑을 두고 있고, 가운데 담뱃대를 문 노인이 훈수를 두려 앉아 있다. 젊은이와 노인을 가리지 않고 바둑에 몰두했던 당시의 세태를 잘 보여 준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2016년)
<바둑두기,작가미상, 조선 19세기, 비단에 엷은 색.>
경치좋은 야외에서 바둑을 두고 있는 한양의 상류계층 모습이다.
<투호놀이, 작가미상, 조선 19세기, 비단에 엷은 색>
잘 꾸며진 대저택 후원에서 오락을 하는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당시에는 한양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대지주 계층들은 대저택에 아름다운 후원을 꾸미는 것이 유행했으며, 지금 남아 있는 고택들에서 그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연못이 있는 잘 가꾼 후원에서 바둑과 투호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린 풍속화이다. 경제력을 바탕으로 큰 저택을 짓고 정원을 조성하여 각종 취미와 여가, 오락을 즐기던 당시의 세태를 보여준다. 인물의 연령과 복식, 모자, 신발 등의 소품을 달리하여 다양한 인물상을 표현하고 있다. 그림의 구도가 안정적이고 인물의 동작, 나무와 주변에 그려 넣은 닭과 물새, 기물 등의 묘사가 자연스럽고 능숙하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2016년)
<풍속도, 작가미상, 조선 18세기, 종이에 엷은 색>
한량들이 기생들과 함께 경치좋은 계곡에서 풍류를 즐기고 있는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풍속도, 작가미상, 조선 18세기, 종이에 엷은 색>
한량들이 야외에서 고기를 굽고 술판을 벌이는 모습이다.
시정의 다양한 일상을 여러 장면으로 나누어 그린 풍속화이다. 이전에 유행했던 나그네를 주인공으로 한 ‘행려풍속’류가 아닌, 기방이나 나들이 등 유흥의 소재가 많아졌고, 야외에서 고기 구워 먹거나 청계천 다리 옆 사당패 놀이를 즐기는 이채로운 장면들이 포함되었다. 도시 사람들의 일상 생활상을 그린 풍속화가 다량으로 제작, 소비되었음을 잘 보여 준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2016년)
<대쾌도(大快圖), 작가미상, 조선 19세기, 종이에 색, 이홍근 기증>
<그림 중 가마행렬>
위에는 도성 바깥으로 행차한 가마 행렬을 보여주고 있다. 여자 1명과 남자 3명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으로 볼 때 기생과 한량들이 나들이를 나선 것으로 보인다.>
<그림 아래부분>
아래에는 넓은 공터에서 씨름과 택견을 하는 모습과 구경꾼들이 보이며, 그 아랫쪽에는 좌판 행상도 보인다.
도성 외곽에서 펼쳐진 다채로운 놀이판을 즐기는 사람들을 그렸다. 화면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 윗부분에는 가마 행렬을, 중간에는 씨름과 택견을 하는 사람들과 구경꾼들을, 아래에는 행락객을 상대로 한 좌판 행상을 그렸다. 도시민들은 농부에 비해 시간적 여유가 있어 다양한 유흥을 즐길 수 있었다. 제목에 이어 쓴 “바야흐로 온갖 꽃이 만발할 때 태평성대의 사람이 태평세월에 그렸다”는 글 또한 이러한 분위기를 잘 전해준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2016년)
<생선파는 아낙네, 매염파행, 김홍도, 조선 18세기, 비단에 엷은 색, 이화여대박물관.>
김홍도가 그린 풍속화이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드는 경강포구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새벽 포구에서 어물을 사서 도시민들에게 공급하는 행상의 떠들썩한 모습을 그렸다. 한양에서 가까운 경강포구는 전국 최대의 어물 유통 지역이었다. 늘 상인들로 북적이던 곳으로, ‘매염파행’의 주제는 이러한 어물과 소금을 파는 행상과 활동을 소재로 하였다. 화면 상단에는 강세황(1713~1791년)의 글이 남아 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2016년)
<독나르기, 오명현, 조선 18세기, 비단에 엷은 색>
동시대를 살았던 근면한 젊은이의 모습을 긍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지게에 옹기를 지고 가는 젋은이를 주인공으로 하였다. 17~18세기에 활동한 화가 오명현은 일상을 담담하게 그려낸 풍속화가로 알려졌다. 행색이 사실적이고 표정이 살아 있는데, 물건을 내다 팔기 위해 밝은 얼굴로 시장으로 향하는 듯한 모습이다. 긍정적인 시각으로 서민의 일상을 포착한 조선 후기 풍속화의 면모를 잘 보여준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2016년)
<봇짐장수, 김홍도, 조선 18세기 후반, 종이에 엷은 색, 개인소장.>
김홍도가 그린 풍속화로 성실하게 살아가는 서민의 모습을 긍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봇짐을 지고 길을 나선 두 사람이 성벽 밑을 지나는 장면이다. 성벽 아래로 걸어가는 것을 보아 도성과 지방을 오가는 상인과 몸종임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조선후기 급격히 성장한 상인들은 지방에서 도시로 왕래하며 도시의 상업발달에 일조하였다. 화면 왼쪽에 적힌 ‘단구(丹丘)’는 김홍도가 만년에 단원과 함께 즐겨 쓴 별호이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2016년)
<사시장춘(四時長春), 전 신윤복, 조선 18세기, 종이에 엷은 색, 이홍근 기증>
신윤복이 그린 것으로 전해지는 풍속화이다. 남녀간 춘정을 은근히 묘사하고 있다.
화면 왼쪽의 나무에 가려져 문의 일부만 보이고, 방문 앞에는 남녀 신발 두 켤레가 나란히 놓여 있다. 기둥에는 ‘사시장춘’이라고 적혀 있어 이 그림의 주제인 춘정을 함축하고 있다. 방문 앞 술병을 받쳐 든 소녀가 발걸음을 멈칫하며 망설이고 있어 방안에서 벌어지는 일을 상상하도록 한다. 간략한 구도와 필선으로 차분한 분위기를 나타내며, 춘정이라는 주제를 은근하게표현한 참신성이 돋보인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2016년)
<무산쾌우첩(巫山快遇帖), 작가미상, 조선 19세기, 비단에 색>
<무산쾌우첩, 작가미상, 조선 19세기, 비단에 색. >
남녀간의 춘정을 은근히 묘사하고 있다.
도시의 유흥과 향락의 분위기 속에서 유통된 화첩으로 춘정도(春情圖)와 춘화(春畵)를 수록했다. 춘정도는 춘화와는 달리 상황을 노골적으로 묘사하지 않고 배경이나 주변 소품을 통해 에로티시즘을 드러낸다. 외설적인 음란함보다는 낭만적이고 해학적인 면모를 보이는 것이 조선 춘화의 특징이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2016년)
전시를 열며
이 특별전은 조선시대 후기부터 1930년대까지 다양한 분야의 우리 미술을 그 ‘미술’이 태어나고 자라난 ‘도시’와의 관계 속에서 들여다보는 전시입니다. 조선왕조의 수도 한양은 17세기 후반부터 상업이 발달하고 인구가 급속히 증가하면서 크게 변호하였습니다. 향촌과는 다른 도시의 문화가 나타났고, 미술의 수요층이 넓어지면서 미술을 창작하고 향유하는 방식이 달라졌습니다. 미술가들은 새로운 생각, 취향, 시장의 수요 등 달라지는 환경에 반응하고 변화를 모색하면서 근대를 향해 나아갔습니다. 이러한 변화가 이루어진 현장이 바로 도시입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도시의 경관, 도시의 사람들, 도시의 취향과 미의식을 담은 다양한 작품들을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근대에 이르러 미술이 또다시 큰 폭으로 변화하면서 현재에 가까워지는 과정을 볼 수 있습니다. 미술이 그려 낸 도시, 그리고 도시에서 꽃 피운 미술을 보시면서 도시라는 공간이 미술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그리고 미술가들은 도시의 문화를 어떻게 바꾸었는지 그 흥미로운 과정을 따라가 보시기 바랍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2016년)성안의 집들은 검푸른 밭을 새로 갈아서 밭고랑이 줄줄이 나 있는 모양이요,
큰길은 긴 냇물이 들판을 갈라놓은 것처럼 성안을 가로질러 몇 굽이가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사람과 말은 그 냇물 속에서 활개 치는 물고기이다. 도성은 8만 호를 자랑한다.
그 속에서 지금 이 순간, 한창 즐겁다고 노래하고 한창 슬프다고 곡하며,
한창 밥을 먹고 술을 마시며, 한창 노름하고 바둑을 두며, 한창 남을 칭찬하고 남을 헐뜯으며, 한창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일을 꾸미는 중이다.
– 유득공, 「춘성유기」 중에서 – (안내문, 중앙박물관, 2016년)
<출처>
- 안내문, 중앙박물관, 201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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