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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성 벌교읍 현부자네, 소설 『태백산맥』에 등장하는 일제강점기 개량한옥

전남 보성군 벌교읍 회정리에 있는 한옥인 「현부자네」이다. 조정래 소설 <태백산맥>에 첫장면에 등장하는 회정리 현부자집으로 잘 알려진 집이다. 외관상 기와를 얹은 전통 한옥처럼 보이지민, 일제강점기에 유행했던 일종의 개량한옥이다. 주로 농촌 지역 신흥 대지주 계층이 살았던 저택의 형태로 전국적으로 많이 지어졌던 주택형태이지만 지금은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소설 <태백산맥> 첫장면에 정하섭이 새끼무당 소화의 집을 찾아가면서 자세히 묘사되어 있는 저택이다. 저자는 벌교읍과는 약간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으며 넓은 중도벌판이 내려다 보이는 이집을 지역 토호를 대표하는 현부자 집의 이미지와 맞아 떨어져 집의 구조와 위치 등 특징을 자세히 묘사했던 것으로 보인다.

규모는 그리 크지 않은 편으로 안채와 문간채, 마당의 별채와 뒷편 제각으로 이루어져 있다. 전통 한옥의 건물 배치와는 약간 다르며 지역의 지주 계층이 살았던 초가가옥의 건물배치와 비슷하다. 건물은 전통 한옥과 일본식 가옥의 특징을 조합한 일종의 개량 한옥이다. 문간채에는 솟을대문 느낌을 주는 누마루를 설치해 놓았으며, 광이나 외양간 대신 달리 문간방을 두고 있다. 내부에는 크고 작은 나무가 심어진 정원이 조성되어 있고, 정면에는 안채가, 왼쪽에는 별채가 있다. 안채 대청마루는 한옥의 형태를 하고 있는데 반해, 천장은 일본식으로 하고 있으며, 방과 마루를 구분하는 문과 벽면이 일본식으로 되었다. 일제강점기 대지주계층이 살았던 개량한옥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다.

<벌교읍 외곽에 위치한 현부자네>

들판이 내려다 보이는 언덕에 지어진 큰 저택으로 일제강점기 신흥 대지주계층이 살았던 개량한옥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저택 앞에 조성된 큰 연못>

네모난 형태를 하고 있는 전통한옥의 연못과는 달리 둥근 형태를 하고 있다.

<솟을대문 형태를 하고 있는 문간채>

대문 위에 정자 모양을 하고 있는 누마루를 두고 대저택의 솟을대문과 같은 효과를 내고 있다. 외양간이나 광을 두고 있는 전통한옥과는 달리 양쪽에 2칸씩 문간방을 두고 있다. 마당 가운데에 작은 동산을 꾸며 놓고 있는데 전통한옥의 마당에서는 볼 수 없는 형태이다. 일본 정원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마당에서 본 문간채>

<안채>

안채는 축대를 쌓아 마당보다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으며 가운데 특이한 형태의 중문을 두고 있다. 외관상 앞면 5칸 규모의 팔작지붕을 하고 있는 전통 한옥처럼 보인다.

<옆쪽에서 본 모습>

옆면 3칸이며, 넓은 툇마루를 통로로 사용하고 있다.

<통로로 사용되고 있는 툇마루>

<가운데 퇴청마루>

지붕은 일본식 가옥 형태를 하고 있으며, 가운데 칸막이로 공간을 분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오른쪽 방과 마루>

마루 앞 문짝은 한옥 문살을 사용하고 있지만 일본식 미닫이문 형태를 하고 있다. 마루 내부에도 미닫이문으로 공간을 분리하고 있다.

<왼쪽편 방>

<마당 한쪽편에 있는 별채>

온돌방 1칸과 넓은 광이 있다.

<건물 뒷편에 있는 제각>

<제각>

제각은 앞면 3칸의 ‘-‘자형 건물로 가운데 대청마루, 양쪽에 온돌방으로 되어 있다. 사당이라기 보다는 제사를 준비하는 재실과 비슷한 용도였던 것으로 보인다.

현부자네 집
중도 들녁이 질펀하게 내려다 보이는 제석산 자락에 우뚝 세워진 이 집과 제각은 본래 박씨 문중의 소유이다. 이 집의 대문과 안채를 보면 한옥을 기본 틀로 삼았으되 곳곳에 일본식을 가미한 색다른 양식의 건물로, 한 시대를 반영하고 있는 꽤 흥미로운 건물이라 할 수 있다. 소설에서는 현부자네 집으로 묘사되었다. 『그 자리는 더 이를데 없는 명당으로 널리 알려져 있었는데, 풍수를 전혀 모르는 눈으로 보더라도 그 땅은 참으로 희한하게 생긴 터였다….” (태백산맥 1권 14쪽)』 소설 『태백산맥』이 문을 여는 첫 장면에서 처음 등장하는 집이다. 조직의 밀명을 받은 정하섭이 활동 거점을 마련하기 위해 새끼무당 소화의 집을 찾아가고, 이곳을 은신처로 사용하게 되면서 현부자와 이 집에 대한 자세한 묘사가 펼쳐지게 된다. 소화와 정하섭의 애틋한 사랑의 보금자리이기도 하다. (안내문, 보성군청, 2012년)

<건물 앞 한쪽편에 있는 ‘소화의 집’>

앞면 3칸의 작은 살림집으로 지금은 기와지붕을 하고 있는데, 원래는 초가집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소화의 집
「조그만 하고 예쁜 기와집. 방 셋에 부엌 하나인 집의 구조… 부엌과 붙은 방은 안방이었고, 그 옆방은 신을 모시는 신당이었다. 부엌에서 꺾여 붙인 것은 헛간방이었다.」 소설 태백산맥에 나오는 무당 소화네 집의 모습이다. 당시의 무당집은 실제로 제각으로 들어서는 울 안의 앞터에 있었다. 집 둘레로는 낮춤한 토담이 둘러져 있었고, 뒤로는 풍성한 대나무 숲이 집을 보듬듯 하고 있었다. 뒤란으로 도는 길목의 장독대 옆에는 감나무도 한 그루 서 있는, 소설에서 그려진 소화의 모습처럼 아담한 그런 집이었다. 1988년 무렵 태풍에 집이 쓰러졌고, 토담의 일부와 장독대의 흔적들이 남아 있었지만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밭으로 변했다. 그 후 주차장으로 사용하게 되면서부터 그 흔적조차 찾을 수 없게 되었던 것을 2008년 보성군에서 복원하였다. 소설 태백산맥은 이 집의 신당에서 정참봉의 손자 정하섭과 무당 월녀의 딸 소화가 애틋한 사랑을 시작하는 것으로 길고도 아픈 이야기를 시작한다. (안내문, 보성군청, 2012년)

<‘현부자네’ 앞 마당에서 내려다 보이는 넓은 중도들판>

  1. 안내문, 보성군청, 2012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