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 Hitstory Traveling

Since 2008, Korea & World by younghwan

[중앙박물관 세계문화관] 쐐기문자 점토판, 기록의 땅 메소포타미아

메소포타미아(Mesopotamia)는 유프라테스 강과 티그리스 강 주변 초승달처럼 생긴 지역을 말한다. 두 강에서 일어나는 홍수로 비옥해진 토지는 기원전 약 6000년 인간이 정착해서 살아온 이래 고대 문명의 발상지로 발전했다. 메소포타미아는 그리어에서 온 말로 기원전 4세기 알렉산드로스 시대 이후 이 지역을 표현하는 명칭으로 사용해 왔다. 그리스말로 ‘두 강 사이에 있는 도시’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 이 문명이 도시에 기반하고 있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메소포타미 지방은 지형적으로 개방적이어서 이민족의 침입이 잦았고, 국가의 흥망과 민족의 교체가 극심하여 개방적이고, 능동적인 사회와 문화를 보여준다. 또한 강의 범람이 불규칙적이고 잦아서 치수와 관개 등 대규모 토목사업이 꾸준히 필요했으며 잉여농산물의 처리와 부족한 물자의 공급을 위해 교역이 활발했다.

<수로에 관한 기록, 기원전 약 2600~2350년, 초기 왕조 시대 후기, 닙푸르 출토, 점토,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이라크 남부에서는 농사에 필요한 강수량이 모자랐기 때문에 농부들은 수로와 저수리를 만들어 인근의 강에서 경작지로 물을 끌어왔다. 인안나 신전에서 발굴된 이 점토판에는 슈메르의 종교도시 납푸르를 가로지르는 수로를 보수하고 수로가 성공적으로 기능하기를 인안나 여신에게 기원하는 내용이 슈메르어로 적혀 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2022년)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미국 메트로폴리탄박물관의 협조를 받아 2024년까지 메소포타미아문명을 체험할 수 있는 전시를 개최하였다. 교과서와 책자, 매체 등을 통해 보아왔던 점토판이나 쐐기문자 등 고대문명을 대표하는 유물들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다.

<“메소포타미아, 저 기록의 땅”, 중앙박물관, 2022년>

우루크(Uruk)은 유프라테스 강 동쪽 습지에 위치한 수메르계 도시국가이다. 전성기 인구는 5~8만명, 성벽 내 도시의 크기는 6 ㎢ 정도로 당시로서는 큰 규모로 세계 최초의 도시로 알려져 있다. 또한 관리, 군인 등으로 계층화된 사회를 이루며 도시국가 시대를 었다. <길가메시 서사시>의 주인공인 길가메시가 다스리던 도시국가로 <성경>의 <창세기>에도 표현되어 있다. 우르크를 대표하는 유물로는 봉헌 상(像), 벽을 장식한 부조, 원통형 인장. 제의 용품 등이 있다.

<여인들과 그릇을 새긴 원통형 인장, 기원전 약 3300~2900년, 후기 우륵~젬대트 나쯔르 시대 닙푸르 출토, 자연 역청이 섞인 석회암, 메트로폴리탄박물관>

네 명의 여성을 둘씩 짝을 지어 조각한 원통형 인장이다. 여성들이 큰 원 하나와 그 위쪽에 원 두 개로 이루어진 물건을 잡으려고 팔을 뻗은 모습으로 서로 마주 보고 앉아 있다. 이 장면은 여성들이 고리 손잡이가 달린 토기 그릇을 만드는 모습으로 생각된다. 도시가 생기고 이처럼 노동이 분업화되면서 사람들은 자신이 생산하지 않는 물건과 서비스를 얻기 위해 교역을 시작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2022년)

<황소 장식 그릇 조각, 기원전 약 3300~2900년, 후기 우륵~잼데트 나쯔르 시대, 메소포타미아 남부 출토, 녹니석이 섞인 동석, 메트로폴리탄박물관>

동석(凍石)으로 만든 그릇의 조각으로 황소 형상을 장식해 멋을 더했다. 황소들이 줄지어 오른쪽으로 이동하는 모습은 가축으로 길든 동물의 질서 정연함을 넌지시 드러내는 듯하다. 황소의 몸은 다양한 높낮이의 부조로 표현했고, 머리는 황소를 보는 사람을 향하도록 한껏 각도를 틀어 아주 입체적으로 조각했다. 이런 모양의 그릇은 주로 신성한 장소에 봉헌되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2022년)

<테두리가 비스듬한 그릇, 기원전 약3300~3100년, 후기 우륵시대, 토기, 메트로폴리탄박물관>

틀에 찍어 만든 이러한 형태의 그릇은 기원전 3000년대 말에 메소포타미아 남부 전역에서 대량으로 제작되었다. 크기다 대체로 일정하여 계량에 사용했다고 추정된다. 곡물을 분배하면서 메소포타미아 경제활동의 중심 기관 역할을 했던 신전에서 생산했다. 쐐기문자, 원통형 인장과 더불어 도시 문화를 이루는 근본적 요소들이 널리 퍼졌음을 뜻하는 중요한 물건이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2022년)

<황소 머리 장식, 기원전 약 2100~2000년, 신-슈메르 시대, 동석 또는 사문석, 메트로폴리탄박물관>

야생의 황소와 가축화된 황소는 메소포타미아 예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재로, 조각, 인장 등 다양한 장르에서 힘과 생색력을 상징한다. 황소 머리 장식은 그릇, 가구, 악기부터 건축과 기둥머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물건을 장식하는데 쓰였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2022년)

최초의 도시
메소포타미아 남부 지역에서 기원전 3500~3000년 사이에 일어났던 중대한 사회문화적 변화는 ‘도시 혁명’으로 이어졌다. 농업이 발전하고 생산물을 재분배하는 경제체제가 도입되면서 사람들은 자신이 생산하지 않는 물품과 서비스를 얻기 위해 다른 사람들에게 의지하게 되었다. 경제 활동과 지적 활동의 도구로 문자를 만들어 활용하면서 인간과 지식과의 관계 역시 변화했다. 이러한 변화는 고대 도시 우륵에서 제일 먼저 나타나 고대 서아시아 전역으로 확산되었다. 이와 발맞추어 소원 성취를 기원하며 봉헌한 상, 궁전 벽을 장식하는 거대한 부조, 원통형 인장, 제의에 사용되는 물품 등 새로운 형태의 예술과 거대한 건축물이 급격하게 늘어났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2022년)

<맥아와 보릿가루 수령 내역을 적은 장부, 기원전 약3100~2900년, 잼데트 나쯔르 시대, 우륵 출토 추정, 점토, 메트로폴리탄박물관>

베개 모양의 점토판 앞뒷면에 초기 수메르 쐐기 문자가 새겨져 있다. 이 점토판에는 양조업자로 보이는 쿠심이라는 사람이 수령한 보릿가루와 맥아의 수량이 기록되어 있다. 메소포타미아의 초기 기록은 경제활동과 관련된 것이 많은데, 숫자 기호와 그림 문자를 조합해 간단한 거래 내역을 적었다. 그림 문자는 그림의 대상만을 지칭하는 방식으로 형용사나 부사 같은 문법적 요소가 없는 문자 발전의 초기 형태를 보여준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2022년)

점토판(Clay tablet)은 메소포타미아 문명 이래 쐐기문자(설형문자楔形文字)로 쓰기 위한 매개체로 사용되었다. 점토에 갈대펜으로 글자를 기록하였다. 내용으로는 계약서, 회계자료, 연대기, 왕명표, 법전, 외교문서, 종교문서, 문학작품, 사전류, 천체 관측표, 수표 등 오늘날까지 문서로 기록되는 거의 모든 내용들이 포함된다. 발굴되는 점토판은 오랜 세월 동안 작성되었으며 그 수량도 비교적 많아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역사, 사회상 등은 비교적 자세하게 밝혀지고 있다.

<파종 축제 때 바칠 동물의 수를 적은 장부, 기원전 2043년경, 우르 제3왕조 시대, 드레헴 출토, 점토, 메트로폴리탄박물관>

기원전 2043년경 바빌리에서 열린 아키투 파종 축제에 참여한 40여 명이 신에게 제물로 올린 동물이 종류와 수를 정하여 그 내역을 상세하게 기록한 장부이다. 동물의 종류는 살찐 황소, 살찐 양, 양, 다 자란 염소로 구분되어 있다. 지금도 회계분야에서 사용되는 일람표의 아주 이른 사례이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2022년)

<구누라 여신의 옥좌를 위한 물품 목록, 기원전 약 2122~2004년, 우르 제3왕조 시대, 닙푸르 출토, 점토, 메트로폴린박물관>

구누라 여신의 옥좌에 사용할 벽돌 틀과 또 다른 물품을 축성하는 데 필요한 재료들을 적은 점토판이다. 아교, 완두콩 가루, 석류 주스 등을 섞고 기름을 바르는데 재료 하나하나가 무엇인지 모두 명확하게 알 수는 없다. 메소포타미아에서는 벽돌을 만드는 과정 자체를 의식으로 여기기도 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2022년)

<5단 곱셈표, 기원전 약 20~16세기, 고-바빌리 시대, 점토, 메트로폴리탄박물관>

수학과 회계는 아주 일찍부터 메소포타미아의 필기 문화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했다. 후기 우륵시대(기원전 약3500~3100년)에는 60진법과 10진법을 같이 쓰는 중량 측정 체계가 완성되었는데, 이 계산법은 이후 수천 년 동안 이용되었다. 이 점토판에는 1×5-5, 2×5=10으로 이어지는 5단 곱셈포가 적혀 있는데, 이와 같은 곱셈표는 매일 계산을 해야하는 필경사에게 유용한 도구였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2022년)

<판사들이 판결문, 기원전 약 20~19세기, 중기 청동기 시대, 아나톨리아의 퀼테페 출토 추정, 점토, 메트로폴리탄박물관 소장>

고대 앗슈르의 무역 식민지였던 카룸 카네쉬에서 발견된 이 문서에는 다음과 같은 판결이 앗슈르어로 기록되어 있다. “쿠룹-이쉬타르는 은 1/3마나와 2 1/2 긴 때문에 샤마쉬-타파이를 고소하려고 한다. 난니야, 까타툼, 우쭙-이쉬쿰이 이 사건의 판사이다.”메소포타미아에서는 인류 최초의 법전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변호사는 존재하지 않아 당사자들이 자신의 소송을 왕이나 그 측근에게 직접 호소하였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2022년)

<마르둑 찬가, 기원전 약 1000~1년, 신-바빌리 시대, 점토, 메트로폴리탄박물관>

바빌리의 수호신 마르둑을 찬양하는 노래를 새긴 점토판이다. 단정한 글자체로 오래전에 사라진 슈메르어와 당시에 쓰던 악카드어 문자로 번역한 찬가를 한 줄 한 줄 번갈아 가며 적었다. 이 점토판은 애가(哀歌)를 부르는 가수의 서재에서 발견된 것으로 추정된다. 애가 가수는 고대의 문학과 과학 문헌을 필사하고 설명을 덧붙이는 의례 전문가이기도 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2022년)

<슈메르어-악카드어 가축 용어 목록, 기원전 약500~1년, 점토, 메트로폴리탄박물관>

세분화된 가축의 명칭을 슈메르어와 악카드어로 나란히 열거한 용어 목록이다. 무려 380줄에 걸쳐 양, 염소, 소, 말의 수십가지 이름을 어형 변화표처럼 적은 점토판의 일부이다. 이 같은 용어 목록이 행정, 갈대, 고기 부위 등 주제별로 24종류가 있는데, 이를 자세히 보면 고대의 사람들이 어떻게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지식을 체계화했는지를 알 수 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2022년

<처방전, 기원전 약 9~7세기, 신-앗수르 시대, 점토, 메트로폴리탄박물관>

악카드어로 적은 신-앗수르 시대의 의료 기록이다. 가로선으로 내용이 구분되어 있는데 첫 번째 칸은 파손이 심해 내용을 판독할 수 없지만 두 번째 칸은 귀 치료를 위한 처방전이, 세 번째는 ‘유령의 손’ 증세, 즉 정신질환을 앓는 환자의 처방전이 쓰여 있다. 쐐기문자로 기록된 의료관련 문서에는 의학.약리학 용어, 식물, 무기물, 동물에서 추출한 원료를 이용한 치료 방법이 자세히 기술되어 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2022년)

<승계와 상속에 관한 대화를 기록한 문서, 기원전 547년경, 신-바빌리 시대, 바빌리 출토 추정, 점토, 메트로폴리탄박물관 소장>

승계와 상속에 관한 부자의 대화가 바빌리어로 기록되어 있다. 가장인 나디누는 아들 벨-카찌르가 그의 아내가 전 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을 입양하겠다고 요청하는 것을 거절한다. 나디누는 입양한 아이가 가문의 유산을 물려받는 것은 안된다며, 오직 벨-카찌르의 생물학적 자녀와 자신의 핏줄만 유산을 물려받을 자격이 있다고 주장한다. 유산 상속은 예나 지금이나 복잡하고 민감한 문제였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2022년)

쐐기문자와 기록문화
문자의 발명은 문명이 발전하는 과정에 중요한 전환점으로, 최초의 문자가 기원전 3400년 무렵 이라크 남부에서 발명되었다. 초기에 작성된 문서들을 보면 문자가 주로 회계에 쓰였다는 것을 알 수 있지만, ‘용어 목록’과 같은 다른 용도의 문서가 발견되면서 경제적 목적으로만 문자가 발명되었다는 주장이 흔들리게 되었다. 이후 의료와 과학 관련 문서를 비롯하여 역사, 문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문자가 사용되었다. 메소포타미아인들은 충적토로 만든 점토판에 갈대 줄기 끝을 뾰족하게 만들어 글자를 썼기 때문에 이들의 문자는 특징적인 쐐기 형태를 띠게 되었다. 이 문자는 원래 슈메르어를 적으려고 고안되었지만 곧 악카드어를 쓰는 데도 차용되었고, 마침내 서아시아 전역에서 통용되던 여러 언어를 기록하는데에도 쐐기문자를 사용하기에 이르었다. 따라서 필경사들은 대부분 번역에 능통했고 여러 언어를 동시에 쓰는 문화가 번성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2022년)

문화혁신
기원전 3500년 무렵부터 메소포타미아 남부에서는 농업을 기반으로 하는 정착 촌락들이 확대되고 노동분업화로 생산력이 늘면서 인구가 증가하자 신전이 중심이 된 도시 공동체와 이를 운영할 권력이 생겼다. 이러한 변화로 사람들이 주변 환경이나 사회와 관계를 맺는 방식이 근본적으로 달라졌다. 또한 쐐기문자 체계를 창안하여 교역과 거래의 내용을 기록하였을 뿐만 아니라 추상적인 개념을 발전시킬 수 있었다. 이러한 복합 사회의 모습이 최초로 나타난 도시가 이라크 남부의 우륵이다. 그 이름을 딴 우륵시대(기원전 약 4200~300년)에는 지금의 시리아, 터키 남부, 이란 서부를 포함하는 넓은 의미의 고대 서아시아 전 지역에 이러한 변화가 퍼져 나갔다. 초기 왕조시대(기원전 약2900~ 2350년)에 독립적인 도시 국가들이 메소포타미아 전역에 등장하였다. 슈메르어로 점토판 문서와 왕들이 남긴 명문이 작성되었고, 새로운 형태의 예술과 건축이 나타났다. 신전에 물건을 봉헌하여 신심을 표현하는 풍습이 있어 일상용품부터 정교한 상까지 다양한 물품을 신전에 바쳤다. 전형적인 신전 건축의 모습이 확립되었고 더불어 건축과 관련된 의례가 생겨났다. 원통형 인장은 행정업무를 위한 도구이자 개인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표질 이전에 등장했던 도장형 인장을 빠르게 대체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2022년)

<사자 모양이 인장 부적, 기원전 약 3300~2900년, 후기 우룩~젬데트 나쯔르 시대, 메소포타미아 남부 출토, 대리석, 메트로폴리탄박물관>

대리석으로 만든 사자 머리 형태의 인장으로 도장면에도 사자로 생각되는 동물 세 마리가 새겨져 있다. 이 같은 도장형 인장은 서아시아 지역에서 제일 먼저 등장하였으며 기원전 5000년대부터 사용되었다. 인장은 문서를 인증하는 용도로도 쓰였지만, 재료의 속성이나 인장에 새긴 내용에 깃든 보호 의미 때문에 부적처럼 인식되어 사용자가 늘 가까이 지니거나 착용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2022년)

<채무 변재 증서과 보관함, 기원전 약 20~19세기 중기 청동기시대, 아나톨리아의 퀼테페 출토 추정, 점토, 메트로폴리탄박물관>

앗슈르-나다가 카리야에게 빌린 은 9 2/3 마나를 갚아 채무가 없어졌음을 기록한 채무 변제 증서로, 함께 전시된 보관함은 점토판을 담는 봉투 역할을 한다. 세 개는 상환을 확인한 증인 세명의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은 9 2/3 마나를 돌려받은 카리야의 아들 앗슈르-타브의 것이다. 실제로 계약에 인장을 어떻게 사용했는지 보여주는 사례이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2022년)

<상자를 나르는 사람들과 여신을 새긴 원통형 인장, 기원전 2600~2500년, 초기 왕조시대 후기, 대리석, 메트로폴리탄>
<인장>

초기 왕조 시대의 인장에는 신전을 배경으로 한 장면들이 꾸준히 나타난다. 화면 오른쪽에 여신이 앉아 있고, 그 앞에 상자를 나르는 사람들이 있다. 상자 하나는 제단 위에 놓여 있다. 이들 중 여신은 메소포타미아 신들이 쓰는 전형적인 뿔장식 관을 쓰고 있으며 다른 인물보다 크게 표현하였다. 여신이 자리에서 일어난다면 앞에 있는 사람들보다 훨씬 클 것이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2022년)

<결투 장면을 새긴 원통형 인장, 기원전 약 2700~2600년, 초기 왕조 시대 전기, 대리석, 메트로폴리탄박물관>
<인장>

인장에 새기는 도상과 양식은 시기와 지역에 따라 달라졌다. 결투 장면은 초기 왕조 시대에 많이 나타나는 주제이다. 주로 원통형 인장에서 많이 볼 수 있는데, 인장을 굴리는 대로 화면이 끝없이 연장되면서 생동감이 더 살아나기 때문이다. 보통 맹수를 제압한 자가 앞다리나 뒷다리만으로 선 두 짐승 사이에 서서 뿔이나 다리를 잡아 꼼짝 못하게 하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2022년)

<결투 장면을 새긴 원통형 인장, 기원전 약 2250~2150년, 악카드 왕조 시대, 조장석, 메트로폴리탄박물관>
<인장>

결투 장면을 새긴 원통형 인장으로 특별히 근육의 세부를 공들여 표현한 것이 눈에 띈다. 메소포타미아의 결투 장면에는 사자, 황소 인간, 나체 영웅이 흔히 등장하는데 비해 이처럼 인더스 계곡에 서식하는 물소가 등장하는 경우는 드문데, 이는 악카드 제국과 하라파 문명(인더스 문명) 사이에 교류가 있었음을 말해준다. 악카드어 명문에 따르면 이 인장을 소유했던 이는 이쉬리-일룸이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2022년)

<경배하는 인물을 새긴 원통형 인장, 기원전 약 16~15세기, 카슈 시대, 옥수, 메트로폴리탄박물관>
<인장>

카슈 왕조는 기원전 16세기부터 메소포타미아 남부를 다스린 왜래 민족이 세운 나라로, 인장에 긴 명문을 넣는 것이 카슈 시대의 특징이다. 수염 기른 남자가 스핑크스 아래에서 경배의 표시로 오는손을 들고 있다. 파리의 아들이자 인장의 주인 투나미삭이 마르둑 신에게 드리는 기도문 8줄이 새겨져 있다. 카슈 시대 인장에는 일반적으로 악카드어를 썼는데, 이 인장은 슈메르어로 썼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2022년)

<신과 정령을 새긴 원통형 인장, 기원전 12세기경, 중-앗슈르시대, 벽옥, 대리석, 메트로폴리탄박물관>
<인장>

물이 나오는 병을 든 신관과 새 머리를 한 정령을 새긴 중-앗슈르 시대의 원통형 인장이다. 신의 모습은 앞 시대의 짐리림 궁전 분수 조각과 비슷한 데 반해, 새 머리를 한 정령의 모습은 약 300년 뒤 님루드에 지어진 궁전을 장식한 석판 부조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었다. 이는 원통형 인장에 조각된 이미지는 크기와 무관하게 다른 예술 분야와 영향을 주고 받았음을 알려준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2022년)

<날씨를 관장하는 신과 정령 등을 새긴 원통형 인장, 기원전 약 1720~1650년, 고-시라아 시대, 시리아 출토, 적철광, 메트로폴리탄박물관>
<인장>

날씨를 관장하는 두 신 사이에 새 머리를 한 정령 한 쌍을 두고 그 위로 나무와 산양 두마리, 날개 달린 태양을 새긴 원통형 인장이다. 개별 구성 요소에 이집트 문화의 영향이라고 해석될 수 있지만, 이러한 요소들을 조합하여 화면을 구성하는 것은 오히려 레바트 지역(소아시아와 고대 시리아의 지중해 연안 지방)의 인장이나 상아제 조각에서 많이 보이는 특징이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2022년)

인장과 날인
실감개 모양을 한 원통형 인장에는 다양한 도안과 글자가 음각으로 새겨져 있어 젖은 점토판에 인장을 굴리면 도안이 반전된 모습으로 찍혀 나온다. 원통형 인장은 쐐기문자가 발명된 시기와 거의 비슷한 시점에 등장했으며, 기원전 500년 이후에 아람어 문자를 파피루스에 쓰고 줄로 묶은 뒤 점토 덩어리에 도장을 찍어서 봉인하는 관습이 널리 퍼질 때까지 계속해서 사용하였다. 원통형 인장은 문서를 인증하려는 행정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지만, 아주 사적인 물건이기도 해서 때로는 장신구처럼 착용하거나 몸에 부적으로 지니기도 했다. 원통형 인장은 다양한 재료로 만들었는데 그 가운데 메소포타미아에서 나지 않는 보석이나 준보석으로 만든 것은 원거리 무역망이 형성되어 있었음을 알려준다. 원통형 인장은 작고 휴대하기 편리하여 고대 서아시아 전역에 도상을 전하는 자연스러운 매개체가 되기도 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2022년)

메소포타미아, 저 기록의 땅
메소포타미아 문명은 지금의 이라크가 있는 티그리스강과 유프라테스강 사이의 비옥한 지대에 자리했다. 기원전 3400~3000년 무렵 최초의 도시들이 탄생하였고, 쐐기문자를 발명해 기록을 남기기 시작했으며, 예술과 건축이 정교한 형태로 발전했다. 인류의 역사에서 이러한 중대한 문화 혁신이 일어날 수 있었던 바탕에는 신전이 있었다. 신전은 신을 모시는 성스러운 공간인 동시에 생산물이 모이고 재분배되는 경제 활동의 공간이었다. 복잡해지는 경제생활을 뒷받침하기 위해 사용한 쐐기문자 점토판과 인장에는 고대 메소포타미아 사람들의 관심사와 세계관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이 전시에서 소개하는 기원전 3500년대에서 기원전 500년대 사이에 만들어진 전시품은 메소포타미아 사람들의 창의성과 높은 기술력을 보여준다. 원통형 인장과 장신구, 통치자의 상에서 드러나는 개인의 정체성에 대한 관념은 복잡하고 세심하게 발전했다. 금곡, 보석용 원석, 원목과 같은 휘귀한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광범위한 주변 지역과 활발하게 교류하였다. 세계문화관 ‘메소포타미아실’은 미국의 메트로폴리탄박물관과 공동으로 기획하였으며, 2024년 1월 28일까지 운영된다. 이번 전시가 인류 역사에 큰 자취를 남긴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문화적 혁신과 뛰어난 기술, 그리고 그들의 삶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2022년)

<출처>

  1. 안내문, 중앙박물관, 2022년
  2. “메소포타미아”, 위키백과, 2023년
  3. “Clay tablet”, “Uruk”, Wikipedia, 2023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