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와 가야의 무덤에서는 실제 생활에서 사용되었거나 볼 수 있는 동물.배.수레 등을 본 떠 만든 상형토기를 묻었다. 이들 토기는 실생활에 사용되었던 것도 있지만 대부분은 무덤의 껴묻거리로 묻혀진 것이 많다. 새, 상서로운 동물, 뿔, 말, 수레, 배, 집, 등잔 등을 그대로 축소해서 만들었다. 중국 진시황 무덤에서 발견된 병마용이나 한대 이후 무덤에 발견되는 도기나 당삼채 등과 같은 역할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함안 말이산 45호분 출토된 상형도기(보물)는 집모양 도기 2점, 사슴모양 뿔잔, 배모양 도기, 등잔모양 도기 등 총 5점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유물들은 형태와 제작기법 등에서 당시 가야 사람들이 살았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집모양 도기와 배모양 도기는 당시 실제 사용했던 집과 배를 표현하고 있다.

사슴의 등 위에 작은 뿔잔을 올린 제의용 그릇입니다. 위엄을 나타내는 뿔의 상징성을 담아 장송의례에 사용하였습니다. 사슴이 긴 목을 돌려 뒤돌아보는 모습으로 경계심이 낳아 주위를 자주 살피는 습성이 생동감 있게 표현되었습니다. 높은 굽다리에는 아라가야 토기의 특징인 불꽃모양 구멍이 뚫려 있습니다.(안내문, 중앙박물관특별전, 2023년)

큰 강을 오가던 배를 본뜬 토기입니다. 배의 앞뒤에 파도를 막기 위한 높은 가로판이 설치되었고, 왼쪽과 오른쪽을 합해 모두 10개의 노걸이가 있는 구조선입니다. 배의 바닥이 깊어서 액체를 담을 수 있고, 주둥이가 있어서 물을 따를 수 있는 그릇입니다. 무덤의 주인공이 이 배를 타고 다음 세상으로 떠나갈 수 있기를 기원하며 만든 것 같습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특별전, 2023년)

말이산 45호 무덤 주인의 금동관입니다. 새 두마리가 서로 마주 보는 모습입니다. 삼국시대 여러 금속공예품에 묘사된 봉황의 모습과 비슷합니다. 새의 눈, 부리, 몸통, 날개, 다리 등의 모양을 얇은 동판에 표현하고 도금했습니다. 이 금동관은 무덤의 주인이 아라가야의 최고 권력자였음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특별전, 2023년)

무덤 안에서 어둠을 밝혀준 등잔입니다. 5개의 긴 원통에 심지를 끼워 넣어서 불을 붙입니다. 중앙에 있는 병의 주둥이를 통해 기름을 넣을 수 있는 구조입니다. 긴 원통이 아래까지 뚫려 있어서 모두 하나로 연결됩니다. 무덤에 놓인 등잔은 그들에게 어떤 의미였을까요? 죽음 이후 살아갈 공간에서 꼭 필요한 물건이라고 생각했을 것 같습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특별전, 2023년)

말이산 45호 무덤에서는 집모양 토기 2점이 발견되었습니다. 한 점은 부서진 상태였고, 다른 한 점은 온전한 상태였습니다. 두 점 다 9개의 기둥이 받치고 있고, 양쪽 지붕면이 경사진 맞배지붕입니다. 벽의 가운데에는 빗장문이 있습니다. 부서진 채로 발견된 1점에는 지붕이 없습니다. 토기를 부수어서 무덤 속에 묻는 것은 죽음 이후의 세상을 위해 마련한 공간에서 치르는 의식이었습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특별전, 2023년)
말이산고분군(사적)은 아라가야 지배층의 무덤으로 넓은 평지에 있는 함안군청 뒷편 낮은 야산에 자리하고 있다. 남북으로 길게 뻗은 2 km 능선과 그 주변에 봉분들이 분포하고 있는데 지배층 무덤으로 보이는 큰 봉분들은 정상부에, 그 아래에는 작은 무덤들이 자리잡고 있다. 이곳에서는 가야를 대표하는 유물인 수레바퀴모양 토기, 고구려벽화에 그려져 있는 말갑옷을 비롯하여 많은 유물들이 출토되었다

영원한 삶을 위한 선물, 상형토기
인생의 마지막 통과의례는 살아온 삶을 정리하고 사후의 세계로 가는 장송의례입니다. 고대의 장송의례는 죽음이 끝이 아니라 다음 세상에서도 현세의 삶이 이어진다는 세사상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신라와 가야 지역에서 거대한 무덤에 많은 껴묻거리를 넣고 장례를 치르는 후장 풍습도 이러한 생각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신라와 가야의 무덤에는 실제 모습을 본뜬 여러 모양의 상형토기가 묻혀 있습니다. 새, 상서로운 동물, 뿔, 말, 수레, 배, 집, 등잔 등을 그대로 축소해서 만들었습니다. 죽은 이의 다음 삶을 위한 상징적인 의미가 담겨 있는 제의용 그릇입니다. 영혼을 하늘로 안내하고, 떠나가는 길에 동행이 될 수 있도록 그리고 편안한 쉼을 위해 많은 공헌품과 함께 상형토기를 무덤에 넣었습니다 여기에 죽음을 삶과 연속된 세상으로 바라보려 했던 1,600년 전 사람들의 내세관이 표현되어 있습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특별전, 2023년)
신라가 왕조국가로 통합될 즈음인 3~4세기에는 지배층 무덤에 새 모양 주전자를 묻는 풍습이 유행하였다. 죽어서 천상의 세계로 날아가고픈 당시 사람들의 바람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대부눈 오리모양인데 위로 볏이 붙은 것이 대부분입니다. 몸통 속은 비어 있고 등과 꼬리 부분에 있는 구멍으로 액체를 넣거나 따를 수 있다. 장례 의식에 사용한 뒤 무덤에 넣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머리에 볏이 크게 장식된 새모양 토기 2점이 무덤 안에서 다른 토기와 함께 발견되었습니다. 오래전부터 새는 영혼을 하늘로 안내하는 매개자로 인식되었습니다. 이 무덤에서도 새 2마리가 수호신처럼 지키고 서 있었습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특별전, 2023년)












고대의 전승, 새
새는 하늘 높이, 우리가 갈 수 없는 미지의 곳으로 날아 오릅니다. <<삼국지>> <위서 동이전>에 따르면 고대 사람들은 영혼을 하늘로 날아가게 하려고 새 깃털을 장례에 사용했다고 합니다. 새모양 토기로 새를 숭배했던 전통이 이어졌습니다. 새 머리 위에 큰 볏츨 달고 굽다리도 높이 올려 위엄이 느껴집니다. 새모양 토기는 3세기 후반 무렵 경주에서 시작되어 4세기 이후 주변 지역으로 퍼졌습니다. 대부분 오리와 유사한 모습이지만 시기나 지역에 따라 표현방식은 점차 변화되었습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2023년)
경주 대릉원 미추왕릉 부근 무덤에서 출토된 도기로 만든 명기이다. 거북모양의 몸을 하고 있으며, 머리와 꼬리는 용모양이다. 머리는 S자형으로 높이 들고 있고 목덜미, 등, 꼬레 뿔이 붙어 있다. 몸통은 비어있고 가슴에는 물을 따르는 주구(注口)가, 있고 엉덩이에 밥그릇 모양의 주입구(注入口)가 있어 주전자 용도였던 것으로 보인다.

상상의 동물인 용모양으로 만든 주자입니다. 납작한 거북모양의 몸체에 용의 머리와 꼬리를 가졌습니다. 눈은 크게 떴고 위아래의 입술은 바깥쪽으로 말렸으며 혀는 길게 내밀었습니다. 삼국시대 공예품에서 표현되는 용의 모습과 닮았습니다. 용은 물의 기운을 상징하며 도교적 세계관이 반영된 상서로운 동물로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특별전, 2023년)





상서로운 존재와 뿔의 권위
‘상서祥瑞’는 좋은 일이 일어날 징조라는 뜻입니다. 용은 가장 대표적인 상서로운 상상의 동물입니다. 신라에 용무늬가 나타나는 것은 눌지왕 8년 (424) 고구려와 사신 왕래 이후로, 용이 영혼을 태워 승천한다는 도교적 내세관의 영향으로 보입니다. 높이 솟은 동물의 뿔은 그 자체로 권위를 상징합니다. 신라와 가야에서는 뿔모양 토기를 받침과 함꼐 만들었습니다. <<삼국유사>> <기이 탈해왕> 조의 ‘탈해왕이 백의에게 물을 떠오라 시켰는데 도중에 그 물을 몰래 마지사 뿔잔이 입에 붙어버렸다’는 기록처럼 영험한 힘을 가진 뿔잔도 장례에 사용되었습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특별전, 2023년)
부산 동래구 복천동 고분군(사적) 7호 무덤에서 출토되었다. 쇠뿔모양의 뿔잔(각배)를 대표하는 유물로 말 머리가 달린 뿔모양 잔이다. 2점이 출토되었는데 큰 것은 높이 14.4cm, 길이 17cm, 작은 것은 높이 12.1cm, 길이 17cm로 형태와 제작수법이 거의 동일한다. 각배는 낙동강 유역의 가야와 신라 지역에서 많이 발견되며 남성적이고 신성한 말에 대한 신앙을 엿볼 수 있다.

뿔잔의 앞부분이 말머리로 장식된 독특한 모양입니다. 뿔잔 뒤쪽으로 작은 돌기를 뿥여 받침대 없이 세울 수 있습니다. 동물의 뿔은 오래전부터 권위를 상징했기 때문에 다양한 재질로 뿔잔을 만들었습니다. 이 토기는 뿔의 권위와 말의 상징성을 결합하여 정성껏 빚어 만든 제의용 그릇입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특별전, 2023년)
리톤(Rhyton)으로 불리는 쇠뿔 형태의 뿔잔(각배)은 멀리 지중해 연안과 서아시아에 기원을 두고 있다. 서역과의 문화교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유물로 신라뿐만 아니라 가야 등 다양한 지역의 무덤에서 출토되고 있다. 출토된 뿔잔들은 크기나 형태에서 매우 다양하며, 이들 지역과 중앙아시아를 거쳐 교류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늘로 연결하는
오래전부터 농경사회에는 새를 숭배하는 전통이 있었습니다. 새는 곡식의 씨앗을 물어다 주는 곡령으로서 풍요를 상징하고, 영혼을 하늘로 인도하는 매개자로 장례에도 사용되었습니다. 새모양 토기는 경주지역에서 3세기 후반에 사용되기 시작하여 주변지역으로 확산되었습니다. 5세기부터 머리의 볏 장식이 사라지고 굽다리 대신 동물의 다리가 부착되기도 하는 등 전통적인 모양에서 변화가 나타나며, 점차 말로 대체됩니다. 하늘로 인도하는 또 다른 안내자로는 상서로운 동물이 있습니다. 물의 기운을 가지고 하늘로 승천하는 상상의 용이 대표적입니다,. 한편, 높게 솟은 송물의 뿔은 하늘과 연결하는 신성한 매개체로 권위를 상징합니다. 동물의 뿔 모양인 뿔잔도 장송의례에 많이 사용되었습니다. (안내문, 춘천박물관, 2023년)
<출처>
- 안내문, 중앙박물관 특별전, 2023년
- 안내문, 중앙박물관, 2014년/2024년
- 국가유산포털, 국가유산청, 202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