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는 현릉원 자리에 있었던 수원읍치를 팔달산 아래로 옮기면서 화성을 축성하고 신도시를 건설하고 여러 차례 행차하였다. 이는 정조의 개혁정치와 밀접한 관계가 있었는데, 당시 기득권세력이었던 노론세력을 견제하고 강력한 왕권을 보여주고자 함이었다. 화성행차에는 많은 인원과 물자가 동원되었는데, 당시 행렬에 동원되었던 6,000여명의 인원 중 절반이 정조의 친위부대이 장용영 군사였다. 오늘날 ‘국군의 날’ 행사가 갖는 무력시위의 성격이 강했으며, 일반백성들이 국왕의 행렬을 구경하고 참여할 수 있게 함으로써 백성들과 함께 하는 국왕의 모습을 연출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다.
조선 정조가 1795년 사도세자의 묘인 현륭원을 참배하기 위해 떠난 화성 행차의 전체적인 행렬 모습과 순서를 그린 그림이다. 반차(班次)’는 궁중 의식이나 행차에서 사람들의 순서와 배치를 뜻한다. 행사를 위해 사전에 행렬의 배치를 그림으로 기록한 것이다. 정조의 가마, 호위 무관, 악대, 궁인, 의장대, 병력, 백성 등 총 5,000여 명 규모의 행렬 묘사하고 있다. 정조는 말을 타고 어가(御駕)를 따르며 백성과 교감하는 모습으로 표현되어 있어 소통을 위해 사전에 철저히 준비했음을 알 수 있다. 단순한 그림이 아니라, 왕실 의례와 조직, 행정 체계의 시각적 자료로서 중요하다. 정식 명칭은 “정조대왕 능행반차도正祖大王 陵行班次圖”이다.

행렬 가운데에 두 마리 용이 그려진 노란색 깃발과 붉은 술을 둥글게 늘어뜨린 장대가 우뚝 서 있습니다. 각각 용대기龍大旗와 둑纛이라고 하는데, 임금의 행차 시에 임금이 행렬을 총지휘한다는 의미로 사용되는 깃발입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특별전)

대기치 행렬 앞에서 음악을 연주하는 군사인 취타대가 말을 탄 채 길게 늘어서 있습니다. 노란 군복을 입은 내취타들과 다르게 취타대는 검은색 협수夾袖를 받쳐 입고 있어 구별이 가능합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특별전, 2023년)

군기軍旗 중 4척尺 이상의 대형 깃발인 대기치大旗幟들이 줄지어 있습니다. 대기치 대부분은 방위를 나타내는 깃발로 이루어져 있는데, 각 방위는 오방색五方色으로 표시합니다. 정조대 대기치는 용기와 더불어 군 통수권자로서 임금의 위상을 부각하는 의미를 지닙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특별전, 2023년)

임금의 명령을 전달하는 관청인 선전관청宣傳官廳에 소속된 군악대 내취타內吹打들이 줄지어 행진 중입니다. 내취타들은 궁중 잔치와 임금의 행차, 군대의 행진에서 음악을 연주하는 임무를 맡았습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2023년)

임금과 혜경궁에게 올리는 음식인 수라水刺를 만들 재료를 나르는 수레와 들것(가자架子)이 있는 행렬입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특별전, 2023년)

혜경궁 홍씨가 탄 붉은색 가마 주변을 군인과 관원들이 여러 겹으로 호위하고 있습니다. 정조가 탄 말 행렬과 함께 반차도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특별전, 2023년)


혜경궁 홍씨의 가마 행렬이다. 주위에 호위 병사들이 겹겹히 배치되어 있다.

왕은 가마 대신 말을 타고 가면서 백성들과 소통하고자 하는 의도를 보여주고 있다. 주위를 둘러싼 삼엄한 호위행렬을 볼 수 있다.

정조는 가마에 타지 않고 말을 타고 혜경궁의 가마를 따랐습니다. 혜경궁의 가마와 임금의 말 주변에 호위군의 규모가 장대하여 당시 정조가 구현했을 위엄과 권위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특별전, 2023년)





여러 관청 소속 관원들도 함께 화성으로 갔습니다. 승정원일기 기록을 담당하는 주서,실록 기록을 관리하는 한림, 말과 수레를 맡아보는 관청 소속 내승 등 업무가 다양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2023년)
화성으로 가는 행렬을 미리 그린 그림
한양(현 서울)에서 출발해 화성으로 향하는 행렬의 예행연습을 위해 제작한 반차도입니다. 이 반차도는 왼쪽에서 시작하며 총 길이가 44.83m인데 이 중 약 9.36m를 펼쳤습니다. 기록으로 추정한 화성 행차에 참여한 인원은 8,400여 명이고, 그중 행렬 참여자는 6,760여 명입니다. 이 반차도에 6,400여 명의 인물이 등장합니다. 혜경궁 가마와 정조의 어좌마가 있는 부분은 호위 군사들이 많아 밀집도가 가장 높습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특별전, 2023년)
질서를 부여하는 그림, 반차도
궁궐 행사나 행차에 많은 사람과 기물이 동원됩니다. 동원되는 사람과 기물은 각각의 위치를 정해놓아야 질서 있게 행사와 행차를 치를 수 있습니다. 글자 또는 그림으로 사람과 기물의 위치를 표기한 것을 반차도班次圖라고 합니다. ‘반班’은 ‘나누다’를, ‘차치’는 차례를 뜻하는 반차는 행차에 참여하는 관원과 각종 기물의 정해진 차례와 위치를 뜻합니다. 행차에 참여하는 관원은 반차도로 예행연습하고 상황에 맞게 이를 조정합니다. 질서정연함을 추구한 정조는 반차를 무척 중시했습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특별전, 2023년)
<원행을묘정리의궤園幸乙卯整理儀軌)>는 정조가 1795년사도세자의 무덤인 현륭원 참배하기 위해 화성으로 행차한 과정과 그 준비, 행사, 인원, 절차 등을 상세하게 기록한 의궤이다. 8책과 도설 부록으로 구성되어 있다. 현재 국립중앙도서관, 국립고궁박물관, 프랑스 파리국립도서관 등에 남아 있다. 헤경궁 홍씨외 회갑과 사도세자 탄생 6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대규모 행차를 기획하고 이를 통해 효와 민심 수렴 정치를 실현했다. 의궤 외에도 그림으로 당시 행사의 모습을 남겨 놓고 있다.

의궤에 목판본으로 찍어낸 그림들은 화성능행도병華城陵行圖屛 등에 표현된 그림과 같은 내용을 하고 있다.

질서 있는 기록, 원행을묘정리의궤
정조는 글과 그림으로 화성 행사의 이모저모를 꼼꼼하게 기록한 의궤를 발간하도록 명했습니다. 이 의궤의 체제는 분류가 잘되어 있어 19세기 궁중행사 의궤의 본보기가 되었습니다. 금속활자로 간행한 최초의 의궤로 이전보다 더 많은 사람이 나누어 가질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새로운 생각을 글과 그림으로 구현한 결과가 새로운 기준이 되어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고 변화를 일으킵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특별전, 2023년)
화성능행도병은 정조가 현륭원을 참배하기 위해 진행한 화성행차를 주제로 한 8폭 병풍이다. 의궤에 수록된 도설을 바탕으로 제작된 궁중 행사도 병풍으로, 18세기 조선의 궁중 회화와 행렬문화의 절정을 보여주는 대표작이다.

화성에서 펼쳐진 정조의 이상
정조의 명에 따라 질서와 화합의 이상을 담은 화성 행차 그림을 차비대령 화원들이 제작했습니다. 병풍과 족자로 제작해 궁중에도 보관하고, 담당자에게 나누어 주었습니다. 병풍은 대병과 중병으로 구분해 제작되었습니다. 이 병풍처럼 화면 높이 151.8cm 정도의 대병은 궁중에 3건, 주요 담당자에게 13건이 보내졌습니다. 현재 8폭 병풍으로 4건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특별전, 2023년)
제1폭은 조선 사대부가 숭상하는 공자와 제자 위패를 모신 향교 방문 장면이다.

제2폭은 화성 지역민 대상 문무과 과거시험을 거행하고 합격자를 발표하는 장면이다.

제3폭 상단은 혜경궁 회갑연이고, 하단은 회갑연 뒤 조정 신하들을 위한 연회 장면이다.



제4폭 상단은 화성 지역 노인 대상 양로연, 하단은 현장 노인 대상 즉석 양로연 장면이다.




제5폭 상단은 팔달산 서장대에서 정조가 지휘하는 야간 군사훈련, 하단은 평화로운 화성 풍경이다.




제6폭은 정조와 신하들의 활쏘기 행사와 혜경궁도 참관한 야간 불꽃놀이 행사 장면이다.




제7폭은 한양으로 돌아가는 행렬과 이를 편안하게 구경하거나 민원을 청하는 백성의 모습이다.




제8폭은 배다리로 한강을 건너는 행렬이 이루는 장관으로 기술 개발 성과를 강조하고 있다.



질서와 화합의 이상, 화성원행도
1795년 윤2월 9일부터 7박 8일간의 행사를 마친 후 화성에서 있었던 행사를 여덟 폭으로 그린 그림을 <화성원행도> 8폭 병풍이라고 합니다. 정조가 꿈꾼 왕을 중심으로 인재들이 모여 질서를 이루고 백성들이 편안한 세상을 구현한 그림입니다. 화면 상단에 왕이나 왕실 인물이 있는 전각을 놓고 그 아래 문무 관리들이 줄지어 배치되어 있습니다. 이와 대조적으로 구경 나온 백성들은 자유롭고 편안한 모습입니다. 이 그림은 보여 주고 싶은 모습을 표현합니다. 문과 무를 숭상하고 효성을 드러내고, 백성을 보듬고 새로운 기술력을 선보이는 정조의 업적과 이상이 이 그림에 펼쳐져 있습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특별전, 2023년)

혜경궁의 추억이 담긴 책
<원행을묘정리의궤>의 그림을 본떠 곱게 색을 칠한 그림들로 이루어졌습니다. 그림을 정성스럽게 잘 그렸고, 그림 제목이나 물건 이름을 한자와 한글로 다 적어 놓은 점을 들어 정조 임금이 어머니 혜경궁께 보여드리기 위해 만든 의궤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특별전, 2023년)
질서와 화합의 탕평
때로는 백 마디 말보다 그림 한 점으로 꿈꾸는 이상을 더 잘 표현할 수 있습니다. 영조와 정조는 왕이 중심에 서서 치우침 없이 행하면 모든 백성이 따른다는 항극탕평을 중시했습니다. 1795년 제작된 <화성원행도>의 왕을 중심으로 신하들이 질서를 이루고 백성은 편안한 모습이 영조와 정조가 꿈꾼 황극탕평의 세상일 것입니다. 1795년은 정조 즉위 20주년이자 사도세자와 혜경궁의 회갑인 해로, 정조는 화성에서 질서와 화합의 장을 만들고자 치밀하게 준비했습니다. 정조는 이 행사를 글과 그림으로 남겨 자신의 이상을 시각화했습니다. 화성으로 가는 행렬을 그린 반차도, 화성에서 열린 행사를 기념한 그림, 행사를 글과 그림으로 꼼꼼하게 정리한 의궤에 정조가 이루고자 한 바가 반영되어 있습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특별전, 2023년)
<출처>
- 안내문, 중앙박물관 특별전, 2023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