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북구 간송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정선 필 경교명승첩”(보물)이다. 서울 근교와 한경변 명승지를 그린 정선의 작품이다. 양수리 부근부터 행주산성 인근까지 약 30여곳을 화첩에 담았다고 전해지며, 이는 마치 배를 타고 한강 경관을 여행하는 느낌이 들도록 구성되었다. 화풍적인 면에서 정선 그림의 특징적인 요소를 두루 갖추었다. 특히 한강변의 명승을 그린 진경산수도에는 밝고 산뜻한 녹색과 연두색으로 칠하여 산뜻하고 차분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또한 지금은 사라진 한강변 정자나 나루 등을 세밀히 기록하고 있다. 제작 년도, 서문, 시문 등 기록이 함께 있다.
2권 중 상권 20폭에는 그림이 19폭이 실려 있다. 독서여가 讀書餘暇, 녹운탄綠雲灘, 독백탄獨栢灘, 우천牛川, 미호渼湖(2점), 광진廣津, 송파진松坡津, 압구정狎鷗亭, 목멱조돈木覓朝暾, 안현석봉鞍峴夕烽, 공암층탑孔巖層塔, 금성평사錦城平沙, 양화환도楊花喚渡, 행호관어杏湖觀漁, 종해청조宗海廳潮, 소악후월小岳候月, 설평기려雪坪騎驢, 빙천부신氷遷負薪가 이에 해당한다.
독서여가 讀書餘暇, 사방관을 쓴 인물이 툇마루에 기대어 앉아 화분 속 꽃을 바라보며 부채를 든 채 자연 속에서 독서의 여유를 즐기는 모습이 담고 있다. 자신의 모습을 표현한 풍속화이다. 식물 상징을 통해 이병연과의 우정을 표현하고 있다

녹운탄綠雲灘은 한강 중류 경기도 광주시 남종면 수청리 부근에 해당하는 곳이다. 강물이 깊고 빠르게 흐르는 절벽 여울을 중심으로 주변에 우뚝 솟은 바위와 절벽이 강조되고 있다. 자연의 생동감과 맑은 수려함을 연출했고, 바위나 나무의 질감이 풍부하게 표현되었다. 실제 경치를 바탕으로 재창조된 진경산수화 특유의 표현 방식이 잘 반영되어 있다.

우천牛川은 경기도 광주시 분원리 경안천 하류 일대를 말한다. 우천牛川이라 불리는 지역이다. 팔당댐 안쪽 정약용 생가터에서 잘 보이는 지역이다. 우천을 중심으로 양쪽에 둘러싼 산세가 배치되어 있다. 산 중턱에 크고 작은 집들이 있어 분원리 가마터가 있던 곳을 표현했음을 알 수 있다. 수몰되기전 팔당댐 주변 풍경을 볼 수 있다.

미호渼湖’는 양수리 일대의 미호진津 나루터를 말한다. 수몰되기전 양수리 모습이 표현되어 있다. 많은 집들이 있는 것으로 볼 때 교통 요지로 당시에도 번창했던 곳임을 알 수 있다. 정선 미호를 2점이 그렸는데 당시에도 양수리 일대의 경치는 많은 사랑을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한강 남쪽 강변에 번성하던 주요 나루터인 송파진의 풍경을 표현하고 있다. 강가와 나루, 모래사장, 배들을 표현하고 있다. 멀리 남한산성 셩벽이 보인다. 강변에는 배들이 정박해 있고, 말을 탄 사대부 일행과 배를 기다리는 사림들이 보인다. 지금을 볼 수 없는 송파 나루 일대의 옛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조선시대 한강변 명승이었던 압구정 주변 지역을 그린 그림이다. 한가운데 정자가 높이 솟아 있고 주변은 나무와 넓은 강변 모래톱이 펼쳐진다. 지금은 아파트로 바뀐 압구정 일대의 옛모습을 볼 수 있다.

서울 남산의 해돋이를 담은 그림이다. 남산과 그 너머의 풍경을 넓게 조망하고 이다. 화면에 해의 절반만 담아 일출 광경 표현을 극대화 하고 있다. 말리재, 애오개, 노고산, 와우산 등 크고 작은 주변 봉우리들을 세밀히 표현하고 있다. 조돈朝暾은 ‘아침 햇살이 비치는 모습’을 의미한다.

금성평사錦城平沙 상암 월드컵경기장, 난지도가 있던 지역을 그린 그림이다. 선유봉, 잠두봉, 금성당 등 양천현에서 근무하며 보았던 주변 지형을 세밀하게 표현하고 있다. 실제 양천현 관아 뒷산에서 가까이 보이는 풍경이다.

양화에서 뱃사공을 부르는 장면을 그린 그림이다. 18세기 한강변 나루의 정취와 풍류를 잘 보여주고 있는 구성이다. 양화진 절두봉을 중심으로 말을 타고 나루로 향하는 사대부 일행, 긴 삿대를 떠받치며 선객을 싣는 뱃사공 등을 현장감있게 잘 표현하고 있다.

종해헌宗海軒은 당시 양천현 동헌의 누각이다. 청조聽潮는 조수가 밀려드는 소리를 듣는다는 뜻으로, 누각에서 흐르는 바닷물과 강물이 부딪히는 소리를 즐기는 장면을 표현하고 있다. 행주산성 부근에서 내려다 본 시점으로 누각을 중심으로 한강과 섬, 돛단배, 멀리 관악산 풍경이 펼쳐진다. 한강에서 밀물이 들어오는 모습은 지금도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소악루小岳候는 양천현 관아 뒷산에 있던 누각이다. 누각을 중심으로 한강 주변 실경을 바탕으로 그린 그림이다. 지금도 이곳에서 보이는 한강과 북한산의 풍경이 아름답다.

설평기려雪坪騎驢는 ‘눈덮힌 들판에서 나귀를 탄다’는 뜻이다. 양천현 일대 들판을 나귀를 타고 다녔던 경험을 표현하고 있다. 들판에 보이는 봉우리는 강서구에 있는 우장산을 표현하고 있다.

빙천부신氷遷負薪圖은 ‘얼음 벼랑에서 땔감을 지고 오르다’라는 뜻이다. 한강변 얼음이 언 벼랑엠서 땔감을 지고 오르는 백성의 힘겨운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하권 22폭에는 그림이 14폭이 실려 있다. 인곡유거仁谷幽居, 양천현아陽川縣衙, 시화환상간詩畵換相看, 홍관미주虹貫米舟, 행주일도涬幸洲一棹, 창명낭박滄溟浪泊, 은암동록隱岩東麓, 장안연우長安烟雨, 개화사開花寺, 사문탈사寺門脫簑, 척재제시惕齋題詩, 어초문답漁樵問答, 고산상매孤山嘗梅, 장안연월長安烟月이 이에 해당한다.
인왕산 동쪽 산자락에 있었던 인곡仁谷을 실경을 바탕으로 그린 그림이다. 초가집, 오동나무, 버드나무, 포도넝쿨이 정원처럼 조화롭게 배치되어 있고, 뒤로는 봉우리들이 둘러싸고 있다. 인곡유거仁谷幽居는 정선이 52세부터 84세까지 32년간 머물렀던 은거지이다.

양천현아도陽川縣衙圖는 그가 65세 무렵 근무했던 양천현 관아의 실제 모습을 그린 실경산수화이다.

시화환상간詩畵換相看은 정선이 이병연과 주고받은 시와 그림의 교환을 기념한 작품이다. 정선과 이병연이 평상복 차림으로 냇가 풀밭에 앉아 있다. 두사람이 그림과 시를 펴치고 마주 앉아 이다. 북악산 서쪽 기슭 청와대 근처 개울가로 추정되고 있다.

홍관미주虹貫米舟는 이병연이 행주나루를 돛단배로 오갔던 정선을 부러워하며 지은 시를 소재로 삼아 그린 글미이다. 시의 내용은 송대 서화가 미불米芾이 그린 배에 걸린 무지개를 가리키는 고사를 인용하고 있다. 정선은 그 내용을 그림으로 재현했다.

대은암大隱岩 동쪽 기슭을 배경으로 정선의 집 근처에서 본 실제 풍경을 그리고 있다. 경복궁 북쪽 담장과 남산, 멀리 관악산이 보인다. 대은암은 청와대 북쪽 북악산 남쪽 기슭 일대를 말한다.

이슬비가 내리는 날, 북악산 기슭에서 도성 풍경을 보면서 그린 실경산수화이다. 안개비 속 도성의 윤곽만 흐릿하게 드러나 환상적인 도시 풍경을 보여주고 있다.

개화산開花山 아래의 절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린 그림이다. 김포공항 부근 한강에서 본 개화산의 모습이다.

‘절 문 앞에서 도롱이를 벗다寺門脫蓑’라는 뜻의 매우 시적이고 인문적인 소재를 다룬 작품이다. 율곡 이이가 어느 눈 내리는 겨울날, 소를 타고 사찰에 도착한 모습이다. 이병연이 편지로 적어 보낸 율곡의 일화를 그림으로 표현하였다.

<척재집>에 수록된 시에 대해 그린 그림이다. 시와 그림의 융합을 통해 문인정신을 표현하고 있다.

어부와 나무꾼이 자연 속에서 문답하는 장면을 그린 그림이다. 산과 물, 나무가 조화롭게 배치되어 있으며, 인물들의 소박한 삶의 모습이 표현되고 있다.

고산孤山에서 매화를 감상하는 장면을 그린 작품으로, 매화는 고고한 선비의 기품과 은일을 상징한다. 고산의 절벽과 고목, 그리고 그 아래에서 매화를 감상하는 인물들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출처>
- “보물 정선 필 경교명승첩”, 국가문화유산포털, 문화재청, 2025년
- “정선 필 경교명승첩”,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한국학중앙연구원, 2025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