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형청자는 실제 사물이나 동물, 식물, 인물의 모습을 본떠 만든 청자를 말한다. 단순히 쓰임새를 위한 그릇을 넘어, 장식적·상징적 의미를 담아 제작된 경우가 많다. 병, 주전자, 향로, 연적 등 기본 그릇에 새, 짐승, 과일 등의 형태를 더하여 새로운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또한 주입구, 손잡이 등을 실제 혀앙과 결합시켜 사질적, 입체적으로 제작한다. 기능과 장식을 결합하여 자유롭고 상징적인 조형미를 보여주는 예술이라 할 수 있다. 칠보무늬 향로(국보)를 비롯하여 거북모양 주자(국보), 어룡모양주자(국보), 간송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원숭이모양 연적(국보) 등이 대표적인 걸작이다.
투각기법으로 칠보문을 장식하고 있는 향로이다. 뚜껑은 향이 피어오르도록 뚫어서 장식한 구형 부분과 받침부분으로 되어 있다. 고려청자 중에서도 특이한 작품으로 다양한 기교를 사용하여 화려하게 만들어졌지만 전체적을 조화와 균형을 잘 이루고 있다.

고려 상형청자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대표작입니다. 공 모양 뚜껑은 칠보무늬를 맞새김하고 원과 원이 겹쳐진 부분은 상감과 퇴화 기법으로 화려함을 더했습니다. 몸체에는 틀로 찍어낸 꽃잎을 붙였습니다. 상형과 함께 음각과 양각, 투각, 퇴화, 상감, 첩화 등 다양한 기법이 조화를 이루어 무르익은 고려 상형청자의 기술과 조형미를 보여줍니다. 무엇보다 토끼모양의 다리 장식이 생기를 불어넣고 있습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특별전, 2025년)
연꽃위에 앉아 있는 거북 형상을 하고 있는데 물을 넣는 수구, 물을 따르는 부리, 몸통, 손잡이로 구성되어 있다. 비석받침돌에 사용되었던 거북과 비슷한 형상을 하고 있다. 얼굴은 용의 형상을 하고 있는데, 뿔과 수염, 비늘 등을 정교하게 새겨놓고 있다.

물을 담고 따르는 주자입니다. 용의 머리에 거북 몸을 결합한 상상의 동물인 귀룡이 연꽃 위에 올라가 있습니다. 귀룡은 고개를 들고 입을 벌려 포효하는 듯합니다. 세밀하게 음각한 비늘과 뿔, 발톱이 맑고 투명한 비색 유약 아래로 생생하게 드러납니다. 눈과 손잡이에는 철안료로 점을 찍어 생동감을 더했습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특별전, 2025년)
연꽃 위에 거북이가 앉아 있는 모양을 하고 있다. 용의 형상을 하고 있는 얼굴은 실감나게 표현하고 있으며, 등 위에 붙어 있는 잎은 연잎모양을, 손잡이는 연줄기 형상을 하고 있다. 거북등 무늬 안에는 ‘王’자를 넣어 두고 있다. 동물모양을 형상화한 상형청자로 전체적으로 비례가 적정하며 안정감을 주고 있다.

연꽃 위에 앉아 있는 귀룡을 형상화한 주자입니다. 둥글게 부푼 몸체는 액체를 담는 기능을 고려한 것입니다. 머리와 앞가슴의 당당한 표현은 같은 고려시대의 비석 받침인 귀부에 새긴 용과 비슷합니다. 등에 새겨진 귀갑문 안에는 ‘王’자를 새겨 위엄을 나타냈습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특별전, 2025년)

하늘로 올라가려는 역동적인 용을 장식한 향로이다. 몸체에서 향을 피우면 용의 입에서 향이 나오도록 몸통을 파내어 만들었다.

상상의 동물인 용은 고려에서 왕실의 권위를 나타냈습니다. 이 향로는 하늘로 솟아오르는 용의 역동적인 모습을 포착하여 향로 뚜껑을 장식하였습니다. 머리를 치켜들고 몸을 비틀어 한쪽 앞발로 보배 구슬을 쥔 자세는 용에 응축된 힘을 잘 보여줍니다. 이 용 형상은 중국 허난성 청량사 여요에서 출토된 용 장식 조각과 비슷한 부분이 있어 고려와 북송의 문화교류를 알려줍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특별전, 2025년)
상상의 동물 기린을 본뜬 향로이다. 중국의 상서로운 상징 문화를 수용하면서도, 청자 특유의 비색 유약과 사실적 표현을 잘 보여주고 있다.

향로 뚜껑에 상상의 동물인 기린을 얹혀 놓았습니다. 고려 상형청자 향로에 표현된 기린은 이와 같이 머리에 솟은 뿔, 목덜미의 소용돌이모양 갈기, 납작한 꼬리가 특징입니다. 안쪽에서 항을 피우면 기린의 벌린 입으로 연기가 배출됩니다. 이러한 기능을 고려하여 기린의 머리와 입을 위로 향하게 만들었습니다. 이 향로는 국가행사와 여러 중요한 의례에 사용되었을 것입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특별전, 2025년)
구룡은 거북 몸에 용의 머리를 지닌 신령스러운 동물로, 갈기와 비늘이 세밀하게 묘사되었다. 몸통에 구멍을 내어 향을 피우면 입으로 연기가 나오게 했다. 뚜껑에는 꽃잎무늬·번개무늬가 둘려 있고 세 다리에는 짐승 머리가 조각되었다.

향로 뚜껑에 귀룡이 올라앉은 모습입니다. 용머리의 뿔, 벌린 입 안의 날카로운 이빨과 혀, 몸의 비늘, 웅크린 발 등 세부를 섬세하게 표현했습니다. 여기에 맑은 비색의 유약이 생명력을 더합니다. 향을 피우면 연기가 귀룡의 입으로 배출되는 구조입니다. 상서로운 용의 입에서 나오는 향 연기는 보는 이의 상상력을 자극하며 장임한 광경을 연출했을 것입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특별전, 2025년)
상상의 동물
상형청자에 등장하는 상상의 동물은 용, 어룡, 귀룡, 기린, 사자입니다. 이들은 예부터 상서롭고 신성한 동물로 여겨진 서수입니다. 이러한 형상은 왕실이나 귀족의 권위와 지위를 상징합니다. 상상의 동물은 향로에서 가장 많이 보이며, 연적과 베개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형청자는 왕실 의례와 같이 특별한 용도로 사용되거나 일상생활에서 상류층의 지위를 돋보이게 하는 용도로 사용되었을 것입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특별전, 2025년)
조롱박 모양은 곡선의 아름다움, 풍요와 길상의 의미, 그리고 고려청자의 비색 유약이 어우러진 기물이다. 단순하면서도 세련된 곡선미로 실용성과 장식성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고려청자의 대표적인 기형이다.

아래쪽 몸체와 위쪽 뚜껑은 연꽃모양이고, 그 사이 움푹한 곳에 연꽃 줄기를 들고 있는 동자모양 장식이 있습니다. 손잡이 위의 개구리는 뚜껑에 달린 작은 벌레를 응시하는 듯합니다. 동화기법으로 그린 불은 무늬가 청자의 색과 대비되어 화려함의 극치를 이툽니다. 1257년 사망한 무신정권의 권력자 최항의 무덤에서 나왔다고하여 당시 권력자들의 취향을 엿볼 수 있습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특별전, 2025년)
청자 석류모양 주자는 고려청자의 상형 주자 중에서도 길상적인 의미가 강하게 담긴 기물이다. 석류는 씨가 많아 다산과 번영, 자손 번창을 상징하며 붉은색 석류 과실은 길상과 장수의 의미도 포함한다. 석류 열매의 둥글고 풍만한 형태를 본뜬 것으로 복록한 골이 몸체 전체에 표현되어 사실감을 준다.

고려 문인들은 석류를 옥 이슬방울이나 선인의 음료로 부르는 등 귀하게 여겼습니다. 이 주자는 석류 열매 네 개의 형태를 합쳐서 만들었습니다. 맨 위의 입수구는 석류 꼭지를 크게 벌려 액체를 넣기 쉽게 만들었고, 옆쪽 주구는 석류 잎을 돌돌 만 형태입니다. 열매, 잎, 가지 등 석류의 모든 요소를 집약하여 독보적인 조형성을 창출했습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특별전, 2025년)

뚜껑 위에 오리는 향로 몸체에서 피운 향이 몸통 안쪽을 돌아 입으로 나올 수 있도록 목을 쭉 빼고 입을 벌렸습니다. 향이 잘 빠져나가도록 계획한 것입니다. 깃털 부분을 칼을 뉘어서 비스듬히 깎아 새기고 눈동자는 철 안료로 점을 찍어 사실감을 높인 점도 주목됩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특별전, 2025년)
연꽃모양 청자는 불교문화와 청자가 결합된 기물이다. 연꽃모양 향로, 합, 잔, 연적, 받침 등으로 제작된다. 연꽃잎이 좌우로 벌러 꽃받침, 꽃봉오리 형태로 표현된다. 연꽃잎의 반복적 배열은 균형과 조화미를 형성한다. 단순한 공예품을 넘어 종교적.상징적 조형미를 보여준다.



이 연적과 완은 양각, 음각, 퇴화 등 다양한 기법을 구사하여 중첩된 연꽃과 연꽃봉오리의 특징을 사실적이면서도 정교하게 표현했습니다. 연꽃은 불교에서는 청청함, 유교에서는 이상적인 인간상인 군자를 상징합니다. 연꽃에 대한 고려 사람들의 애정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특별전, 2025년)


가운데가 잘록한 조롱박을 본뜬 상형청자는 주로 술을 담는 병으로 쓰였습니다. 13~14세기에 제작된 예들은 유려한 곡선의 병에 상감기법을 적용하여 화려하게 장식했습니다. 때로는 역상감기법을 쓰거나, 마치 도장을 찍는 듯 일정한 무늬를 반복하여 표면을 가득 채웠습니다. 고려 후기에 우아함과 화려함을 추구했던 미적 취향을 엿볼 수 있습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특별전, 2025년)



맑고 푸른 유색과 유려한 형태가 조화를 이룬 주자들입니다. 세로 골을 파거나 양각을 하거나 무니를 넣어 단조로움을 피했습니다. 전체적으로 조롱박모양이지만 부분적으로는 연꽃이나 대나무 등 다른 모티프를 결합하였습니다. 상형청자에서 소재의 융합과 디자인 감각이 절정에 이르렀음을 알 수 있습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특별전, 2025년)
청자 죽순모양 기물은 상형 기물 가운데 하나로, 자연 모방적 특징과 길상적 의미를 잘 보여준다. 대나무 죽순의 기리고 둥든 형태를 본떠서 제작된다. 마다기 일정한 간격으로 표현되어 실제 죽순같은 사실감을 준다. 대나무는 사군자의 하나로, 절개·청렴·지조를 상징하며, 빠르게 자라나는 죽순의 특성 때문에 번영·성장·길상의 의미도 내포한다.

주자에 죽순의 요소를 덧씨우듯 걸합하였습니다. 액체를 넣고 따르는 기능을 고려하여 아래쪽을 풍만하게 만들었습니다. 아래쪽에 보온용 그릇인 승반을 갖춘 예도 있습니다. 은은한 푸른빛 유색은 문인 이곡이 죽순을 푸른 옥에 비유한 구절을 떠올리게 합니다. 기능성과 형태미를 모두 충족시킨 이 주자들은 고리 상형청자가 도단한 높은 수준의 경지를 보여줍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특별전, 2025년)
참외의 둥글고 길쭉한 타원형을 본떠 제작했는데 겉면에 참외의 골을 사실적으로 새겨 입체감을 준다. 주자, 병, 합, 연적 등 다양한 용기로 제작되었다. 실제 참외보다 세련된 비례와 곡선을 구현하여 이상화된 자연관을 표현하고 있다.



몸체에 참외처럼 세로 골을 냈고, 뚜껑은 참외나 잎 등의 형태를 본떠 만들었습니다. 청자 참외모양 주자는 무덤에서 차그릇들과 함께 출토되어 용도를 알 수 있습니다. 표면을 상감기법으로 장식한 참외모양 주자는 13세기 이후에 이 기종의 장식이 어떻게 번해갔는지 보여줍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특별전, 2025년)

13세기가 되면 참외모양 벙에 다양한 장식기법으로 무늬를 표현하었습니다. 어 병은 표면에 상감과 역상감기법으로 꽃무늬를 새겼습니다. 형태는 앞에서 본 전 인종 장릉 출토 <청자 참외모양 병>과 비슷하지만, 비색보다는 화려한 장식에 집중한 면이 있습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특별전, 2025년)



청자 조롱박모양 주자에는 음 · 양각, 상감, 철화, 퇴화, 동화 등 거의 모든 장식 기법이 동원되었습니다. 고려 중기에는 형태와 색에 주안점을 두었다면, 후기로 갈수록 점차 표면 장식에 치중하는 변화를 보입니다. 이 주자들은 상감과 철화, 상감과 동화기법을 섞어 몸체를 화려하게 꾸몄습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특별전, 2025년)

조통박모앙 청자 주자의 쓰임새와 관련하여 중요한 정보를 제공해주는 작품입니다. 주자 몸체 가운데 “사기병에 술이 오랫동안 가득하여 오랜 세월 바닥나지 않으리, 금병이 사기병보다 값지겠지만 술 담는 데는 값지고 싼 것이 관계랴.”라고 상감된 문구가 있습니다. 이로씨 이 주자의 용도가 슬명입을 알 수 있습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특별전, 2025년)

양감이 있는 주자 몸체에 죽순의 요소를 덧씌우듯 결합하였습니다. 기형 자체도 죽순의 모습과 잘 어울립니다. 뽀족하게 위로 솟은 뚜껑은 막 씩이 나오는 모습을 강조했습니다. 길게 쭉 뻗은 주구와 손잡이는 대나무 모양으로 만들어 변화를 주었습니다. 이 주자는 청자 죽순모양 주자 중에서도 크기가 큰 작품입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특별전, 2025년)

몸체는 세로 골이 여덟 개 있는 참외모양이며, 목과 입 부분은 벌어진 꽃잎 형태인 병입니다. 인종의 무덤인 장릉에서 나왔다는 <청자 참외모양 병>과 비슷합니다. 12세기 청자 제작기술이 발달하면서 이처럼 뛰어난 참외모양 병이 제작되었는데, 이 병은 비례가 좋고 색깔이 아름답습니다. 왕실이나 개경의 귀족들이 꽃병으로 사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가운데가 잘록한 조롱박을 본떠 만든 주자입니다. 아랫박에는 모란넝쿨무늬를 상감과 역상감 기법으로 화려하게 장식하였고, 윗박에는 구름과 학 무늬를 상감 기법으로 표현하였습니다. 초기의 상형청자가 형태와 비색에 주안점을 두었다면, 시간이 흐를수록 표면 장식에 치중하는 경향을 보여 취향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습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특별전, 2025년)









원숭이 모양 청자는 원숭이의 앉아 있는 자세, 혹은 물건을 들고 있는 모습 등 다양한 형상으로 제작된다. 엎굴 표정, 긴 필, 꼬리 등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면서도 다소 과장된 해학적 분위기를 준다. 고려 귀족 사회에서는 해학적 장식과 길상적 기원을 겸한 상형 기물로 애호되었다.

묵호는 먹물을 담는 항아리입니다. 항아리를 번쩍 들어 안고 있는 원숭이의 고된 표정을 재치있게 표현했습니다. 원숭이 목 뒤에 달린 방울에서 문인 이규보가 실제로 보고 글로 썼던 애완용 원숭이가 연상됩니다. 항아리와 원숭이라는 두 소재의 절묘한 결합, 묵호의 기능과 아름다운 형태의 조화가 구현된 작품입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특별전, 2025년)

목 뒤에 방울을 달고 있는 원숭이가 석류 열매에 매달려 있습니다. 실제로는 원숭이가 석류보다 크지만, 여기에서는 석류가 원숭이보다 큽니다. 상형청자에서는 이처럼 비현실적인 장면을 표현하는 것도 가능했습니다. 연적이라는 그릇 고유의 기능을 유지하되 소재의 특징과 조형미를 최대한 살려 제작한 감각과 기술력이 돋보입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특별전, 2025년)

원숭이가 두 팔을 뒤로 돌려 커다란 항아리를 업고 있습니다. 진지한 표정, 잔뜩 힘을 준 어깨에서 항아리의 무게감이 절로 느껴집니다. 고려 사람들은 원숭이의 모습과 행동을 글로 묘사하였습니다. 때로는 이 상형청자와 같이 손에 쥐고 쓰는 문방구류로 만들어 감상 대상으로 삼기도 했습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특별전, 2025년)
품 안의 자연
고려 사람들은 평소 좋아했던 자연의 다채로운 모습을 상형청자에 담았습니다. 동물로는 물에서 사는 오리나 물고기, 육지에서 사는 원숭이를 즐겨 표현했고, 식물로는 복숭아, 석류, 연꽃, 죽순, 참외, 표주박을 선호했습니다. 이러한 형상은 향로, 연적, 묵호와 같은 기물에 자주 담겼습니다. 이들은 주로 실용적 기능을 했지만 완상의 대상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규보, 이 색 등 당시 문인들의 글을 보면 고려 사람들이 자연의 대상을 의인화하거나 여기에 감정을 이입해 가깝게 지내려던 마음을 읽을 수 있습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특별전, 2025년)
<출처>
- 안내문, 중앙박물관 특별전, 2025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