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말 프랑스 풍경화는 역동적이고 혁신적인 변화를 겪었던 시기이다. 작업실 안에서 상상이나 종교·신화적 배경으로만 존재하던 풍경을 ‘실제 눈앞에 보이는 빛과 자연의 변화’로, 더 나아가 ‘화가의 주관적인 감정과 독창적인 조형 언어’로 바꾸어 놓았다. 도시 재개발로 파리가 대도시로 변모하자 인상주의 화가들은 빠르게 변하는 도시 풍경과 시민들의 삶을 화폭에 담았다. 철도 확장으로 등장한 교외의 여가 공간뿐만 아니라, 전통과 자부심이 깃든 전원의 풍경을 찾아 나선 화가들도 있었다. 첨단 기술이 녹아든 도시부터 전통적 풍경까지 다양한 환경과 인간의 어우러짐을 면밀히 관찰하며 동시대의 다채로운 본질을 자신만의 시선으로 표현했다.
새로운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쇠라가 치열하게 고민했던 흔적과 독창적인 기법의 출발점을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다. 야외에서 눈앞의 인상과 빛을 빠르게 포착해 그린 짧고 거친 유화 스케치이다. 햇빛이 내리쬐는 잔디밭의 밝은 부분과 나무 그늘이 진 어두운 부분의 명암 대비, 그리고 보색 관계를 이용한 색채 대비가 치밀하게 반영되어 있다. 쇠라는 인상주의자들처럼 순간적인 포착에만 머무르지 않고, 고대 그리스 조각처럼 견고한 질서를 화면에 부여하고자 했다.

조르주 쇠라는 센강에 있는 섬에서 한가로이 시간을 보내는 파리 시민의 모습을 그린 <그랑드자트섬의 일요일 오후>를 1886년 마지막 인상주의 전시회에서 처음 공개했다. 그는 이 작품을 위해 31점의 유화 습작과 드로잉을 그렸는데, 이 유화 습작에서는 햇살이 내리쬐는 풍경을 밝게 표현하기 위해 대조를 이루는 강렬한 색을 배치했다. 가장 멀리 서 있는 여성은 당시 유행하던 버슬 드레스를 입었는데 허리 뒤쪽을 부풀린 드레스의 형상이 두드러진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특별전, 2026년)
근대화의 상징, 도시 파리
19세기 중반 파리는 산업화로 많은 노동자 인구가 유입되며 대도시로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그러나 주택, 도로, 상하수도 설비 등 도시 기반 시설이 이를 뒤따라 가지 못하면서 전염병과 폭동이 빈번하게 일어났습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고자 조르주 외젠 오스만 남작이 주도한 ‘오스만화’라 불리는 대대적인 도시 재개발이 진행됐습니다. 좁고 어두우며 구불구불하게 이어진데다 비위생적이었던 파리의 거리는 광장을 중심으로 도시를 가로지르는 넓은 대로로 대폭 개선됐고, 세련된 건축물, 공원 등 공공의 녹지 공간이 조성되면서 깨끗하고 건강하게 숨 쉴 수 있는 공간으로서의 도시 경관이 재탄생했습니다. 새로운 거리를 한가롭게 산책하는 사람들, 센강 다리의 풍경, 정오의 광장 등 화가들은 거리를 활보하며 도시의 일상을 포착해 작품으로 남겼습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특별전, 2026년)
클리시 광장에서 열리고 지역 축제 장면을 표현한 그림이다. 작가는 축제의 역동적이고 소란스러운 순간 대신, 시냐크는 한낮의 ‘정지되고 한산한 순간’을 선택하여 표현하고 있다. 강렬하게 햇빛을 받는 밝은 영역과 짙게 드리워진 그늘진 영역이 선명하게 대조를 이루고 있다.

폴 시냐크는 클리시 광장에서 한낮 광장이 보여주는 놀라울 정도로 고요한 순간을 점묘법으로 표현했다. 지역 순회 축제가 열리고 있지만 마치 쉬는 시간인 듯 회전목마는 멈춰 있고, 가판도 덮개를 씌워 한산한 분위기다. 시냐크는 주로 파란색과 노란색, 빨간색과 초록색 등 서로 대조되는 색을 점묘법으로 조합해 이 장면을 연출했다. 햇빛을 받는 부분과 그림자가 드리워진 부분이 강한 대비를 이루며 한낮의 분위기를 생생하게 전달한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특별전, 2026년)
사물과 인물들은 두껍고 강렬한 검은색 테두리로 둘러싸여 있다. 이 윤곽선은 형태를 구별 짓는 역할을 넘어, 내부의 색채들을 밖으로 번지지 않게 가두면서 동시에 역설적으로 색 자체를 보석처럼 빛나게 만드는 효과를 준다. 인물들은 실루엣처럼 묘사되어 있다. 이들은 거친 현실의 고단함을 짊어지고 밤길을 걷는 ‘순례자’ 혹은 예수와 제자들을 연상시킨다.

조르주 루오의 독특한 화풍은 그가 신실한 가톨릭 신자라는 점과상징주의 화가 귀스타브 모로에게서 그림을 배웠다는 점, 그리고 파리의 노동자 계급 출신이라는 정체성이 어우러진 결과물이다. 이 작품은 파리의 거리가 석양으로 서서히 물들어가는 풍경을 그린 것이다. 붉은색 지붕의 건물과 길을 두꺼운 검은색 윤곽선으로 그렸다. 앞쪽에는 긴 흰색 옷을 입은 네 명의 인물이 서 있는데, 이들은 마치 다른 시대에서 온 듯한 비현실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특별전, 2026년)
실제 건축 자재인 회반죽과 모래를 물감에 혼합함으로써, 그림 속 벽면은 단순한 묘사를 넘어 실제 파리의 담벼락 같은 촉각적인 물질성을 보여준다. 이 거리에는 파블로 피카소, 후안 그리스 등 아방가르드 화가들의 작업실이 있었다. 거리 위에는 소수의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제각기 걸어가고 있다. 이 인물들의 익명성과 단절감은 당시 파리 사람들이 느끼는 외로움과 고립감을 극대화하고 있다.

모리스 위트릴로는 화가 쉬잔 발라동의 아들로, 20세기 초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 1913년 첫 개인전을 열었다. 그가 그린 파리 몽마르트르 지역의 거리 근처에는 파블로 피카소, 키스 반 동겐 등 당대 화가들이 머물렀던 유명한 작업실 ‘바토 라부아르’가 있었다. 차분하게 절제된 색조와 잿빛 하늘이 고요하고 우울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왼쪽 인도에 작고 흐릿한 형태로만 사람들이 그려져 전체적으로 인적이 드문 적막한 풍경을 그렸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특별전, 2026년)
겨울 아침의 차가운 빛과 앙상한 가로수가 거리를 감싸고 있다. 아침부터 도로 위를 바삐 오가는 마차와 사람들이 조용한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거칠고 빠른 자유로운 붓터치를 사용해 마차와 행인들을 점이나 선 같은 실루엣으로 표현했다. 이 생략된 표현 방식은 역설적으로 끊임없이 흐르고 움직이는 대도시 파리의 ‘속도감’과 ‘시끌벅적한 소음’, ‘현대적 활력’을 시각적으로 극대화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

카미유 피사로는 1890년대 들어 파리의 근대 도시 생활을 그리는 데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는 19세기 중반 도시 재개발로 조성된 파리의 큰길 연작을 14점 완성했는데, 날씨와 시간대에 따라 달라지는 모습을 화폭에 담았다. 이 그림은 연작 가운데 하나로 겨울 아침의 차가운 빛과 앙상한 가로수가 거리를 감싸고 있다. 아침부터 도로 위를 바삐 오가는 마차와 사람들이 조용한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특별전, 2026년)
종이 위에 검은 분필과 수채 물감을 함께 사용한 혼합 매체 작품으로, 스케치와 채색의 장점이 절묘하게 결합되어 있다. 물감을 미세한 점으로 찍기보다는, 수채화 특유의 번짐과 함께 짧게 끊어 치는 듯한 선적인 터치를 결합하여 화면에 은은한 율동감을 부여했다. 작가는 빛과 색채를 통해 마치 이상향이나 신화 속 한 장면처럼 목가적이고 유토피아적인 정서로 도시의 풍경을 표현했다.

파리 서쪽’르 라늘라그’ 공원을 그린 작품의 수채화 습작이다. 1860년 대중에게 개방된 이 공원은 어린이들이 뛰어놀기에 좋아 큰 인기를 끌었다. 허리 뒤쪽을 부풀린 버슬 드레스를 입고 모자를 쓴 여인들이 나무 그늘에서 아이들을 지켜보고 있다. 중앙의 큰 나무 아래 서 있는, 주황색으로 여러 번 칠한 아이들의 모습이 눈길을 끈다. 그림 전반에 사용한 청록색 계열의 색조는 소란스러운 도심에서 벗어난 휴식 공간의 활기와 편안함을 생생히 전한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특별전, 2026년)
센강의 잔잔한 물결이 흐르고, 이를 가로지르는 다리와 그 뒤로 당시 파리의 현대성을 상징하던 ‘오르세 역’의 거대한 돔 구조물이 아름다운 조화를 이룬다. 움직이는 물결의 반사광과 고정된 석조 건축물의 대비를 통해,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파리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세련되게 담아내고 있다.

파리에서 태어난 시냐크는 주로 따뜻한 계절에는 여행을 떠나고 겨울에는 파리에서 보냈다. 이 작품에서 시냐크는 루브르미술관 근처 센강의 오른쪽 강둑에서 바라본 루아얄 다리와 오르세 기차역을 그렸다. 가을빛으로 물든 나무들이 앞쪽 물웅덩이에 비쳐 곳곳에서 계절의 빛깔이 드러난다. 증기선에서 뿜어져 나오는 하얀 연기가 다리와 보랏빛 하늘로 퍼져나가는 모습을 별다른 색칠 없이 흰 종이가 그대로 드러나도록 표현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특별전, 2026년)
시슬레가 즐겨 사용했던 전형적인 선원근법적 구도를 취하고 있다. 오른쪽에서 왼쪽 안쪽으로 비스듬히 뻗어 나가는 ‘밤나무 가로수길’의 소실점이 화면 깊숙한 곳에 자리 잡아 관람객의 시선을 자연스럽게 그림 속으로 이끈다.

큰 키에 잎이 무성한 나무들이 센강의 굽은 물길을 따라 길가 양쪽에 늘어서 있다. 강어귀에는 작은 배들이 정박해 있다. 인상주의 화가 알프레드 시슬레는 파리 서쪽 세브르에서 맑은 날 나무 그늘이 드리운 길을 따라 산책하는 사람들과 지나가는 마차를 어두운 실루엣으로 표현했다. 초록색 나뭇잎 사이로 군데군데 찍은 분홍빛 물감은 나무에 꽃이 피었음을 보여주는데, 밤나무의 생태로 미루어 볼 때 늦봄이나 초여름에 그려졌음을 짐작할 수 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특별전, 2026년)
여가와 휴식의 공간, 교외
산업화로 일터와 가정이 분리되면서 과거 농업사회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여가’라는 개념이 생겨났습니다. 기차를 타고 파리 시민은 도시 밖으로 더 쉽게 나갈 수 있게 됐고, 편히 쉬며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는 여유로운 공간으로서 해안 지역과 강가를 따라 휴양지가 조성됐습니다. 화가들은 사람들이 누리게 된 새로운 취미와 교외라는 공간에 주목했습니다. 파리에서 북부 노르망디 해안까지 센강을 따라 발달한 작은 도시들과, 북부와 남부 해안가에서 본 그림 같은 풍경들을 화폭에 담았습니다. 이들은 계절의 영향에 따라 변화하는 풍경을 탐구하고, 파리의 시민들이 경험하게 된 자유로운 일상을 관찰해서 그림으로 남겼습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특별전, 2026년)
눈을 단순히 하얀색으로만 칠하지 않고, 빛의 반사와 대기 상태에 따라 변화하는 눈의 표면을 미묘한 회색, 부드러운 푸른색, 보라색, 그리고 따뜻한 크림색을 촘촘히 섞어 표현했다. 화면 오른쪽을 길게 가로지르는 마을 병원의 낮은 담벼락과 왼쪽의 주택 건물이 자연스러운 대각선을 그리며 길 끝으로 시선을 모아준다. 화려한 랜드마크가 아닌, 매일 마주하는 소박한 동네 골목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포착했다.

알프레드 시슬레는 궂은 날씨에도 야외에서 그림을 그리기로 유명했다. 그는 다양한 계절감과 날씨의 변화가 만들어내는 효과를 화폭에 담고자 몰두했고, 특히 눈이 내리는 풍경에 큰 매력을 느꼈다. 그는 생의 마지막 20년을 파리 서남쪽 모레 쉬르루앵이라는 마을에서 보냈다. 이 그림은 당시 살던 집 근처 거리 풍경을 그린 것이다. 시슬레는 차가운 느낌의 푸른색, 회색, 메마른 황색 등 미묘한 색조를 다양하게 사용해 겨울 특유의 분위기를 연출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특별전, 2026년)
드가는 생발레리쉬르솜을 여행하며 받은 인상과 기억, 그리고 직접 찍은 사진들을 바탕으로 풍경을 재해석했다. 집들의 형태와 나무, 언덕이 칼로 자른 듯 정교하지 않고 덩어리 형태로 뭉개져 있어, 얼핏 보면 20세기 초 야수파나 초기 입체파의 풍경화를 연상시킨다. 흙빛의 갈색, 톤 다운된 붉은 지붕의 오렌지색, 이끼 같은 어두운 녹색, 그리고 하늘의 잿빛이 뒤섞여 있어 가을이나 겨울로 넘어가는 계절의 서글픈 정취를 풍기고 있다.

에드가 드가가 그린 프랑스 북부의 해안 휴양지 생 발레리 쉬르 솜의 풍경이다. 드가는 해안선이나 거리의 일상 같은 흔한 구도 대신 지붕이 보일 정도로 높은 시점에서 내려다보는 구도로 이 그림을 그렸다. 수평선 위로 네모난 교회 종탑이 솟아 있고, 검은 윤곽선의 지붕 사이로 이웃집 정원이 보인다. 평화로운 하늘 아래 고른 빛을 받으며 펼쳐진 경관이 하나의 풍경으로 조화를 이룬다. 하늘을 옅게 칠해 캔버스의 질감을 그대로 드러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특별전, 2026년)
거대한 나무들은 정원의 나무라기보다는 살아 움직이는 유기체처럼 캔버스 위에서 꿈틀거리는 듯한 붓터치로 표현되었다. 정원의 인공미보다 자연 본연의 무성함과 풍요로운 생명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낮의 따스한 햇빛을 받아 노란빛과 황금빛으로 물들어가는 나뭇잎의 변화를 정교하게 잡아내고 있다.

말년의 오귀스트 르누아르는 루이 14세가 17세기에 지은 베르사유 궁전의 정원을 그렸다. 정원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장소를 택해, 울긋불긋 가을빛으로 물든 무성한 밤나무 길과 조각상으로 둘러싸인 분수를 그렸다. 대리석과 청동 조각상들은 정원을 찾아온 인물의 역할을 대신하는데, 르누아르는 실제로 조각 작업에 도전하기도 했다. 인상주의 특유의 풍부하고 다채로운 색감과 부드러운 붓질로 화면을 가득 채웠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특별전, 2026년)
나무와 울타리를 배경으로 대화를 나누는 듯한 남녀의 모습, 오른쪽 상단에 모자를 쓰고 서 있는 인물, 그리고 화면 하단 양쪽에 크게 배치된 여인들의 얼굴과 상반신 등 한 화면에 여러 인물의 스케치가 자유롭게 배치되어 있다. 부드러운 붉은색 스커트, 노란 모자, 푸른 대기의 빛이 어우러져 따스하고 평화로운 프랑스의 어느 오후 정원을 자연스럽게 연상시킨다.

물을 듬뿍 머금은 붓으로 캔버스를 툭툭 건드리듯 부드럽게 색을 물들였다. 여러색의 수채 물감들이 서로 자연스럽게 번지고 섞이면서, 마치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과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듯한 느낌을 만들어내고 있다. 화면 속 여인은 인물화처럼 이목구비가 또렷하거나 주인공으로 도드라지게 묘사되지 않았다. 양산을 들거나 산책을 하는 듯한 여인의 실루엣은 르누아르가 추구했던 사교적이고 평화로운 프랑스 근교의 문화를 보여주고 있다.

19세기에는 정원을 가꾸는 취미가 크게 유행했다. 파리 시민들은 기차로 갈 수 있는 시골 별장이나 바닷가 휴양지를 다니며 자신만의 정원에서 시간을 보냈다. 이야기를 나누거나 조용히 사색에 잠기거나 바느질, 독서, 원예 등의 취미를 즐겼다. 오귀스트 르누아르는 다양한 여가 활동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림으로 남겼다. 가벼운 연필 선 밑그림에 투명한 수채 물감을 빠른 붓질로 칠해 마치 사진을 찍듯 일상의 순간을 표현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특별전, 2026년)
화면 왼쪽의 강렬한 주황색 차양과 깃발, 기수들의 알록달록한 유니폼, 군중의 옷차림에 사용된 다채로운 색상들이 짙은 녹색의 나무 및 잔디와 대비되며 화면에 강한 시각적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원근법을 엄격하게 적용하기보다 전경의 군중, 중경의 말과 기수들, 그리고 배경의 나무와 마을 풍경을 층층이 쌓아 올린 듯 평면적으로 구성했다.

19세기 이후 프랑스의 국민적 여가 활동으로 자리 잡은 경마는 이후 수십 년 동안 여러 화가의 주요 작품에 등장한다. 그림 앞쪽 관람객들이 입은 옷차림에서 1950년대의 작품임을 알 수 있다. 선명하고 강렬한 색조는 경기에 대한 긴장과 기대감, 말을 탄 기수들의 행진을 보려고 몰려든 관중의 열기가 생생하게 전해 온다. 이 작품을 수집한 로버트 리먼은 리먼 브라더스의 자기 사무실에 반 동겐의 다른 경마 그림을 걸어둘 정도로 경마 애호가였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특별전, 2026년)
생산의 중심이었던 프랑스의 전원은 자본주의와 통제로 가득한 파리를 벗어난 화가들에게 자유로운 삶을 담아낼 중요한 주제였다. 화가들은 수확이나 노동 같은 농촌의 일상을 포착하며, 농민의 삶을 장엄하게 묘사하던 사실주의적 전통을 계승했다. 고요한 전원이라는 주제를 바탕으로 깊은 교감을 나누며, 각자의 개성과 독창적인 기법을 통해 이를 다채롭게 구현해 냈다.
한낮의 볕 아래에서 프랑스 농민들이 허리를 숙여 감자를 수확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수확이 한창인 밭의 풍성한 초록빛과 노란빛, 그리고 이를 경쾌하게 덮고 있는 하늘의 푸른빛과 흰 구름이 선명한 대비를 이루며 농촌의 활기찬 에너지를 전달하고 있다.

인상주의 화가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았던 카미유 피사로는 파리 북서쪽 퐁투아즈에 살면서 그곳의 비옥한 땅에서 감자로 보이는 농산물을 수확하는 전통적인 농촌 풍경을 그렸다. 피사로는 비탈진 언덕을 구도 중심에 놓고 선명한 색상을 짧은 븟 자국으로 겹겹이 쌓아 올리듯 칠해 풍요롭고 햇살 가득한 풍경과 사람들을 표현했다. 이들은 저마다 다른 일을 맡고 있는데, 같은 작업이 한없이 되풀이되는 수확기 농사일의 특징을 보여준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특별전, 2026년)
프랑스의 땅과 자연, 전원
오랜 세월 동안 생산의 중심이었던 프랑스의 땅과 자연은 여전히 화가들에게 중요한 주제였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도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고요함이 공존하는 전원의 풍경은 화가들을 불러 모았고, 깊은 생각을 나누게 했습니다. 수확, 농촌의 시장, 염소를 돌보는 농부 등 자본주의와 정부의 통제로 가득한 파리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지역의 삶을 담아낸 작품들이 그려졌습니다. 화가들은 ‘농민’이라는 주제와 그들의 쉼 없는 노동을 장엄하게 묘사한 사실주의적 전통을 계승해 전원이라는 고전적인 주제를 각자의 개성과 기법으로 구현했습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특별전, 2026년)
쇠라가 점묘법을 발명하기 직전, 대담한 기법적 실험을 거치며 자신만의 독창적인 스타일을 구축해 나가던 초기 시절의 작품이다. 붓을 평평하게 눕혀 가로 또는 사선으로 넓게 문지르듯 칠하는 발라예 기법을 사용했다. 다른 색채의 붓터치를 격자 모양이나 대각선으로 교차시켜 쌓아 올렸다. 이 기법은 훗날 그가 완성하게 되는 과학적인 점묘법으로 진화하는 결정적인 기술적 발판이 된다.

밀밭 또는 마른 풀밭에서 한 남성이 낫을 휘두르고 있다. 쇠라는 그림을 세 부분으로 나눴다. 맨 위에는 멀리 짙은 녹음이 우거져 있고, 그 아래로는 곧게 솟은 황금빛 곡식 줄기가, 가장 아래에는 농부의 발목 높이로 잘려나간 작물의 밑동이 빽빽이 서 있다. 비스듬하게 자루를 잡고 아래 공간을 가로지르는 농부의 낫질이 정적인 그림에 역동성을 불어넣는다. 쇠라 특유의 빠르고 다채로운 붓질은 자연스럽고 현대적인 감각을 보여준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특별전, 2026년)
화려한 유화 물감 대신 황갈색 종이 위에 흑연, 펜, 그리고 잉크라는 절제된 매체를 사용하여 퐁투아즈 마을 장날의 활기찬 풍경을 포착했다. 바탕이 되는 황갈색 종이 자체가 중간 톤의 따뜻한 배경 역할을 해주고 있다. 흑연의 부드러운 회색, 펜의 선명한 검은색 선, 그리고 잉크의 음영이 종이의 원래 색상과 어우러져 별도의 색채 없이도 시각적인 풍성함과 공간감을 만들어내고 있다.

조르주 쇠라가 점묘법이라는 혁신적인 기법을 선보인 1886년, 카미유 피사로 역시 점으로 표현하는 방식을 드로잉에 접목했다. 그는 몇 년 전 퐁투아즈에서 보낸 시절의 기억을 바탕으로 시골 마을의 시장 풍경을 그렸다. 그는 국가 주도의 자본주의를 비판하고 농업 중심의 자율적인 시장 경제를 지지했다. 모든 요소가 비슷한 크기의 작은 점으로 완성되는 점묘법은 피사로에게 전통 화법을 뒤흔드는 급진적이고 새로운 실험으로 여겨졌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특별전, 2026년)
스케치북에서 뜯어낸 크림색 종이 위에 연필과 색분필로 그려낸 이 소품은 노화가의 손맛과 영감이 가장 날것의 상태로 보존되어 있다. 연필로 뼈대를 잡고 색분필로 면과 빛을 채워 넣는 과정이 매우 자유롭고 거침없다.

피에르 보나르는 1888년 감정과 장식적인 색채를 강조하며 새로운 회화를 추구한 ‘나비파’에 참여하며 미술계에 등장했다. 이 작품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 평생의 뮤즈였던 아내 마르트가 세상을 떠난 뒤 말년에 그린 스케치로 추정된다. 염소와 목자, 그리고 왼쪽에 앉은 인물까지 목가적인 장면이지만 소용돌이치듯 격렬하게 휘몰아치는 선으로 화면을 가득 채웠다. 다른 보나르 작품에서는 보기 드물게 불안하면서도 자유분방한 분위기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특별전, 2026년)
철도 교통의 발달로 북부 노르망디 해안은 인기 휴양지가 되었고, 남부 지중해 연안은 눈부신 햇빛과 멋진 경관으로 화가들을 매료시켰다. 화가들은 물을 단순한 배경을 넘어 빛과 색, 감각의 세계로 바라보았으며 물 위에 반짝이는 햇빛과 부서지는 물결, 반사되는 풍경을 다채롭게 표현하기 위해 치열하게 실험했다.
쇠라의 독보적인 드로잉 기법과 광학적 실험이 응축된 작품이다. 사물의 테두리를 그리는 ‘윤곽선’이 전혀 없고, 명암의 부드러운 대비만으로 등대, 바다, 건물의 형태를 만들어냈다. 전체적으로 어둡고 깊은 콩테의 음영 속에, 쇠라는 투명하지 않고 두터운 수성 물감인 구아슈를 아주 정교하게 덧칠했다.

1886년 조르주 쇠라는 외젠 부댕 등 여러 화가가 활동했던 북부 노르망디의 오래된 항구 도시 옹플뢰르로 향했다. 그는 이곳에서 작업하며 등대를 그린 많은 작품을 남겼다. 해 질 무렵 고요한 분위기 속에 방파제의 등대 불빛을 따라 낚싯배 한 척이 한껏 부푼 돛을 펄럭이며 항구로 들어오고 있다. 쇠라는 선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 콩테 크레용의 농담을 조절해 형태를 표현했고, 등대 불빛을 강조하기 위해 불투명 수채 물감인 구아슈를 하얗게 덧칠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특별전, 2026년)
거울처럼 비치는, 물결속에서
프랑스는 크고 작은 강줄기가 땅을 가로지르며 흐르고, 북쪽과 남쪽, 서쪽의 세 해안선을 따라 바다로 이어집니다. 북쪽에는 회색빛 하늘과 바람이 강하게 부는 노르망디 해변이 있고, 남쪽에는 따뜻하고 햇살 가득한 지중해 해안이 펼쳐져 있습니다. 프랑스 한가운데를 지나는 센강은 파리의 심장을 관통하는 중요한 강줄기이며, 많은 화가가 이 강을 따라 도시와 전원을 오가며 영감을 얻었습니다. 기차로 프랑스의 해안 지역을 쉽게 갈 수 있게 되면서, 바닷가에는 작은 어촌과 산업 항구 사이로 해안 휴양지가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북부 노르망디 해안은 화가들과 관광객 모두에게 인기 있는 장소였고, 남부 지중해 연안은 눈부신 햇빛과 산에서 바다로 이어지는 멋진 경관을 자랑했습니다. 화가들은 물을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빛과 색, 감각의 세계로 표현했고 물 위에 반짝이는 햇빛, 흔들리며 부서지는 물결, 반사되는 풍경 등 다채로운 영감을 표현하기 위해 실험했습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특별전, 2026년)
르누아르가 해안 언덕 위에 이젤을 세우고 눈앞에 펼쳐진 자연을 직접 바라보며 그린 전형적인 인상주의 기법의 작품이다. 대서양에서 불어오는 강한 바닷바람과 노르망디 특유의 습한 대기, 그리고 변화무쌍한 햇빛의 움직임이 캔버스 위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화면을 수평으로 길게 가로지르는 절벽과 바다, 하늘의 층상 구조를 통해 끝없이 펼쳐진 대자연의 스케일을 영리하게 시각화했다.

오귀스트 르누아르는 1880년 전후로 몇 년 동안 후원자 폴 베라르의 초청으로 프랑스 북부 해안과 가까운 별장에서 여름을 보냈다. 르누아르의 시선은 가파른 절벽 위에 펼쳐진 황금빛 들판과 저지대에 자리 잡은 농가, 그리고 그 너머 칼레 해협으로 이어진다. 수평선을 따라 사선으로 내리그으며 하늘의 움직임을 표현했는데, 이는 바람이 많이 부는 이 지역의 특징을 보여준다. 물감을 켜켜이 칠해 절벽 사이로 부서지는 흰 파도의 물결에 생동감을 더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특별전, 2026년)
화면 양쪽을 가로막고 있는 덧문이 달린 건물들이 자연스럽게 내부 프레임 역할을 하며, 좁은 골목길을 지나 저 멀리 수평으로 펼쳐진 탁 트인 바다와 항구로 관람객의 시선이 집중되도록 유도하고 있다. 행인이 보이지만, 중심에 있는 인물을 제외하고는 강한 햇빛에 의해 형태가 흩어지거나 짙은 보랏빛 그림자속으로 녹아들어 실루엣처럼 흐릿하게 처리되었다.

피에르 보나르는 1909년부터 약 10년동안 프랑스 남부의 바닷가 마을 생트로페를 자주 찾았다. 이 그림은 1911년 여름 폴 시냐크와 함께 있던 시기에 그린 것으로 보인다. 두 건물 사이 좁은 골목 너머로 보이는 항구의 바다를 마치 창밖 풍경을 바라보는 듯한 구도를 연출했다. 보나르는 짧은 븟질로 생동감 있는 색채를 표현했는데, 노랑과 주황 바탕에 분홍빛을 더한 건물과 푸른색 바다가 대비를 이루며 지중해의 빛으로 그 전체를 밝혔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특별전, 2026년)
이 작품은 인상주의의 장점을 수용하여, 형태의 경계를 부드럽게 뭉개고 빛을 확산시키는 특유의 화풍을 보여주고 있다. 물감을 아주 얇고 투명하게 여러 번 덧칠하여 여인들의 드레스와 모래사장이 햇빛을 받아 은은하게 반짝이는 질감을 완벽하게 살려냈다. 노란 모래사장, 푸른 바다, 하늘이 차례로 층을 이루며 화면을 시원하게 가로지른다. 화면 오른쪽에 곧게 서 있는 여인의 실루엣이 강한 수직축 역할을 한다.

햇살로 가득한 이 장면은 프랑스 남부 바닷가에서 여름날 누리는 소박한 즐거움을 담았다. 프랑스 남부 해안을 가리키는 ‘코트다쥐르(Cote d’Azur)’는 본래 ‘푸른 해안’ 이란 뜻으로, 지중해 특유의 푸른 빛깔을 뜻하는 ‘아쥐르(azur)’와 바닷가를 뜻하는 코트(cote)가 합쳐진 단어다. 이 작품에서는 하늘, 바다, 땅에 펼쳐진 다양한 푸른빛이 조화를 이루며 화면 전체에서 푸른 해안의 분위기를 자아낸다. 르누아르는 특유의 활기찬 색감과 가볍고 섬세한 붓질로 바닷가 풍경을 생동감 있게 그려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특별전, 2026년)
빛의 변화를 과학적으로 기록하려 했던 인상주의자들과 달리, 보나르는 풍경을 마주한 순간의 ‘첫인상’과 집으로 돌아와 곱씹은 ‘기억’을 결합해 그렸다. 하늘의 몽환적인 파란색과 강물에 번지는 보랏빛, 갈색 톤의 배합은 눈에 보이는 사실 그대로라기보다 화가의 내면에서 정제된 주관적인 색채에 가깝다.

1910년부터 1936년까지 피에르 보나르는 파리 북서쪽 베르농 근처 센강 가에 있는 작은 집에서 살았다. 이곳은 제1차 세계대전 시기에 그에게 위안과 창작의 활력을 되찾게 해준 중요한 장소였다. 그는 강에서 배를 타는 것을 즐겼고, 이웃에 살던 클로드 모네, 에두아르 뷔야르를 비롯한 화가들과 자주 왕래했다. 울창한 나무와 강물에 비친 풍경, 떠다니는 들풀이 녹색과 푸른색 색조로 한데 어우러지며 중앙의 노란색과 붉은색 건물로 시선을 이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특별전, 2026년)
화면 전경의 붉은 기와지붕을 가진 창고들과 중앙의 하얀 건물들은 복잡한 세부 묘사가 과감히 생략된 채 기하학적인 덩어리로 표현되었다. 건물의 높은 창가나 발코니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높은 부감 시점을 사용해 멀리서 경치를 감상하는 느낌을 준다. 맑고 잔잔한 푸른 바다 위에는 전통적인 작은 돛배들과 함께, 검은 연기를 뿜어내고 있는 증기선이 대조적으로 배치되어 있다.

알베르 마르케는 1920년 당시 프랑스령이었던 알제리의 수도 알제를 처음 방문한 이후 여러 해 동안 알제리에서 겨울을 보냈다. 마르케는 테라스에 이젤을 놓고 창고 지붕들 너머로 펼쳐진 바다와 건너편 산줄기까지, 북아프리카의 강렬한 햇빛을 받는 알제리의 부지(오늘날 베자이아) 항구의 풍경을 화폭에 담았다. 그는 매끄러운 붓질로 형태를 깔끔하게 그리고 붉은색, 푸른색, 검은색, 흰색, 회색, 황갈색의 색채를 제한적으로 사용해 차분하고 고요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특별전, 2026년)
화면 전체를 채운 푸른 점과 터치들은 마치 밤하늘과 운하의 물빛이 하나로 녹아든 것 같은 몽환적인 대기를 만들고 있다. 투명한 푸른 수채화 물감 자국 사이사이로 언뜻언뜻 비치는 이 순수한 흰색 종이의 틈새들은, 어두운 밤하늘에 떠 있는 은하수나 물결 위에 부서지는 미세한 불빛의 반사처럼 보인다.

1903년 여름, 이탈리아 베네치아를 찾은 앙리 에드몽 크로스는 16세기 흑사병 종식을 기념하는 ‘구세주 축제’에서 운하 위로 터트린 불꽃놀이가 절정에 다다른 순간을 그렸다. 탁자에 앉은 여인 너머로 돔 건물과 형형색색의 불꽃놀이 장관이 비치는 수면을 가르며 두 척의 곤돌라가 앞으로 나아간다. 돔 건물은 베네치아의 상징인 성 마르코 대성당이다. 밤하늘을 수놓은 짙은 노란색 섬광과 물결 위로 반짝이는 빛을 표현한 구불구불한 푸른색 선들이 화면을 가득 채우며 환상적인 장면을 연출한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특별전, 2026년)
크로스는 종이 전체를 물감으로 빽빽하게 채우지 않고 화면 곳곳에 종이 본연의 크림색을 그대로 노출시켰다. 목탄을 사용해 풍경의 뼈대를 잡았다. 목탄은 선이 부드럽고 잘 번지는 특성이 있어, 남부의 나른하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표현하는데 적합했다. 물감을 넓게 펴 바르기보다, 물을 가득 머금은 붓으로 네모나고 큼직한 색의 파편들을 얹어 놓았다.

찬란한 색채로 화려하게 칠한 이 작품은 앙리 에드몽 크로스가 1910년 세상을 떠나기 전에 그린 마지막 지중해 풍경화다. 그는 수채화의 효과를 능숙하게 구사해 하늘과 바다에는 옅은 색조를 얇게 칠하고, 앞쪽 나무와 풀밭 그리고 먼 산에는 보석같이 선명한 색을 두껍게 얹어 극적인 대비를 보여줬다. 종이의 흰 바탕을 그대로 남겨 붓질 하나하나를 흰 여백이 감싸도록 표현함으로써 마치 풍경이 빛에 둘러싸인 듯 밝고 산뜻한 인상을 준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특별전, 2026년)
파리 근교의 샤투의 센강변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윤슬(물 위에 비치는 햇빛)이 부서지는 강렬한 순간을 야수파 특유의 파격적인 방식으로 포착하고 있다. 사용된 색채들은 화가가 그 순간 느꼈던 시각적 황홀경과 내면의 격정을 투사한 것니다. 차가운 청색 계열의 배경과 타오르는 듯한 노란빛의 강물이 극적인 보색 대비를 이루며 화면 전체에 신비로운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다.

모리스 드 블라맹크는 앙리 마티스를 비롯한 다른 야수파 화가들처럼 선명하고 강렬한 색채를 두꺼운 붓으로 칠해 전통적인 원근법 대신 깊이감이 없는 공간감을 표현했다. 블라맹크는 그림 전체를 파란색으로 칠한 뒤, 그 위로 노란색과 흰색을 칠해 수면에 비치는 햇빛을 표현하는 실험적인 방식을 시도했다. 줄지어 늘어선 건물 위 하늘은 물감을 한층 두껍게 칠했다. 앞쪽에는 작은 배가 떠 있고, 그 옆으로 곧게 선 빨간색 장대가 화면을 가른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특별전, 2026년)
샤투에서 열린 요트 경기의 순간을 포착한 작품이다. 화면 오른쪽을 큼직하게 가로지르는 강렬한 흰색 요트 돛은 이 작품의 시각적 중심이다. 강물의 깊은 청색과 화면 곳곳에 쓰인 불타는 듯한 주황색·빨간색의 보색 대비가 극대화되어 있다. 원근법이나 완벽한 사실적 묘사는 생략되었지만, 강렬한 색채 배합 덕분에 세련되면서도 가슴이 뻥 뚫리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다.

모리스 드 블라맹크는 파리 북서쪽센강가에 있는 마을 샤투에 작업실을 마련해, 야수파 동료 앙드레 드랭과 함께 사용했다. 나무 뒤로 샤투의 여관 건물이 있고, 그림 오른쪽 위에는 철교가 보인다. 요트의 흰 돛과 여관 위 프랑스 국기의 펄럭임으로 그림 오른쪽에서 바람이 불어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화면 대부분을 차지하는 푸른 강물에 짧은 붓질로 주황색, 빨간색, 흰색, 초록색을 덧칠해 수면에 비치는 다양한 색감을 표현함으로써 그림에 리듬감을 불어넣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특별전, 2026년)
뒤편에는 푸른 문양이 들어간 도자기가 배치되어 있고, 앞쪽 접시에는 피망, 고추, 레몬 등 다채로운 색과 형태를 가진 채소들이 생동감 있게 놓여 있다. 종이 위에 연필 선을 사용하여 세밀하면서도 부드러운 선들이 사물의 윤곽을 묘사하고 있다. 수채화의 특성을 살리면서도, 색을 섞지 않고 나란히 배치하는 신인상주의 특징을 정물화 안에서도 보여주고 있다.

폴 시냐크는 말년에 폴 세잔의 그림에서 영감을 받아 정물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시냐크는 프랑스 남부 해안 도시인 앙티브에 머물던 시기 이 그림을 그렸는데, 쟁반 위에 놓인 레몬과 고추에도 지중해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밝고 생동감 넘치는 색채도 이 지역의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시냐크는 이 작품에서 자신이 초기에 사용한 점묘법의 색채 분할 기법에 세잔 특유의 색면을 쌓아 올리는 듯한 붓질을 더해 각진 형태의 붓놀림을 선보였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특별전, 2026년)
연필 대신 검은색 크레용으로 형태를 먼저 잡았다. 크레용 특유의 거칠고 단단한 질감의 선이 배의 돛대, 로프, 배경의 교회 첨탑과 건물의 윤곽을 뚜렷하고 역동적으로 잡아준다. 그 위에 물을 듬뿍 머금은 수채화를 투명하게 덧칠하여, 단단한 선과 부드러운 색채가 대비를 이룬다. 노란색·주황색 돛과 푸른색·보라색 물빛 등 보색 관계의 색들을 화면에 나란히 배치했다.

폴 시냐크는 배를 타는 것을 좋아해서 이 그림처럼 항구에 정박한 돛단배를 많이 그렸다. 이 작품의 배경인 르풀리갱은 프랑스서부 대서양 연안에 있는 작은 마을이었는데 19세기 중반 이후 상류층이 즐겨 찾는 여름 휴양지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돛대 위로 고딕 양식으로 지어진 교회 첨탑이 하늘을 찌를 듯 솟아 있고, 빨간색, 노란색, 파란색, 초록색 등의 돛들이 다채로운 색상으로 수면을 물들이고 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특별전, 2026년)
서로 다른 새로움, 도시에서 전원으로
당대의 삶을 그리고자 했던 화가들에게 사람들을 둘러싼 환경과 그 안의 인간이 어떻게 어울리는지 면밀히 관찰하는 것은 시대의 본질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데 매우 중요했습니다. 19세기 중반, 대대적인 도시 재개발 사업이 추진되면서, 파리는 유럽을 대표하는 대도시로 변모했습니다. 넓은 거리와 공원이 조성 됐고, 우아한 건축물이 들어섰습니다. 인상주의 화가들은 빠르게 변화하는 파리의 모습과 시민의 삶에 큰 관심을 가지고 새로운 도시의 풍경을 그렸습니다. 또한 철도의 확장으로 도시 밖에서 편히 쉬며 여가를 즐길 수 있는 교외 공간이 나타났습니다. 한편, 도시에서 벗어나 오랜 세월 동안 나라의 자부심으로 자리매김했던 땅과 전원의 풍경을 찾아나선 화가들도 있었습니다. 이렇듯 화가들은 첨단 기술부터 전통적 풍경까지 다양한 소재를 자신만의 시선으로 해석하며, 동시대 각양각색의 면모를 그림으로 표현했습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특별전, 2026년)
빛의 유산
2,600여 점에 달하는 로버트 리먼 컬렉션은 1969년 로버트가 세상을 떠난 다음 해인 1970년, 미국 메트로폴리탄박물관 창립 100주년에 기증됐습니다. 리먼 가문의 소장품은 유럽을 대표하는 명화를 비롯해 르네상스부터 20세기 초 모더니즘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시대를 아우르며, 회화, 드로잉, 도자기, 장식미술품 등 방대한 규모를 자랑합니다. 로버트 리먼은 평생에 걸쳐 수집한 예술을 감상하는 기쁨을 많은 이들과 나누고자 했습니다. 이런 그의 믿음은 그가 소장품을 아낌없이 전시하고 기증하게 한 원동력이었습니다. 1874년 인상주의를 알렸던 첫 전시가 문을 연 이래 20세기 초 다양한 양식으로 꽃핀 모더니즘은 여러 세대에 걸쳐 예술가들이 표현의 지평을 넓혀 온 실험과 노력의 역사입니다. 로버트 리먼은 인생의 후반부에 프랑스 근현대 미술을 수집하는 데 열정을 쏟았고, 이를 아버지로부터 시작된 수집의 여정을 완성하는 것으로 여겼습니다. 이번 전시로 예술을 향한 로버트 리먼의 깊은 사랑과 나눔의 정신이 이곳 한국에서도 오롯이 전달되기를 기대합니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마주한 작품들이 그의 바람처럼 누구에게나 기쁨이 되고, 모두의 마음속에 오래도록 기억되기를 바랍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특별전, 2026년)
<출처>
- 안내문, 중앙박물관 특별전, 2026년
- 구글 Gemini 3 Flash 응답 내용 (2026.06.08 확인)
- OpenAI, <ChatGPT (GPT-5)>의 답변, 2026년 6월 08일 작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