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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박물관특별전, 실경산수화] 우리 강산을 그리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2019년 여름 옛사람들이 경험한 경치를 간직하고자 그린 그림들을 살펴보는 특별전 <우리 강산을 그리다. 화가의 시선, 조선시대 실경산수화>가 개최되었다. 실경산수화(實景山水畵)는 고려와 조선시대에 우리나라 자연경관과 명승지를 그린 산수화이다. 주로 아름다운 경치와 지리적 특징 등을 표현하기 위해 그린 그림이다. 고려 때 그린 그림들은 북송(北宋) 화단에서도 높이 평가받았다고 한다. 이런 전통은 조선에도 이어져 새왕조의 기상과 위용을 높이고 사대부들 취향에 맞추어 더욱 성행하였다. 명승을 그린 그림은 선물 등으로 제작된 <금강전도>가 주를 이루었으며 한양 주변의 명소와 지방관들이 부임지 주변 경치를 그린 그림들이 많이 그려졌다. 현재 남아 있는 작품은 많지 않으며 조선중기 조세걸이 그린 <곡운구곡도첩이> 대표적인 작품이다. 이는 조선후기 시대적 배경과 화풍에 의해 완성된 진경산수화 발달의 토대가 되었다.

<단발령에서 바라본 금강산, 정선, 조선 1711년, 비단에 엷은 색, 국립중앙박물관, 보물>

단발령망금강산(斷髮嶺望金剛山)
단발령에서 금강산의 장관을 바라보는 정선 일행이 보입니다. 36세 대 처음 금강산을 여행한 정선은 기대감과 설렘을 갖고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단발령으로 올라갔습니다. 금강산은 중국인들까지 ‘고려국에 나서 금강산을 한번 보았으면’ 할 정도로 유명한 산이었습니다. 정선은 화면을 대담하게 사선으로 나누어 앞쪽에 단발령을 자세히 그리고 멀리 금강산을 표현했습니다. 중요한 부분을 과장하고 중간은 구름과 안개로 덮어 생략하여 금강산을 바라본 첫 느낌을 강렬하게 담아냈습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특별전, 2019년)

<담무갈보살 예배도(보물)>는 1307년 작가 노영이 흑칠한 나무바탕 위에 금니로 그린 불화이다.고려 태조가 금강산 배재(절고개)에서 다무갈보살에게 예경하였다는 이야기를 그린 그림이다.  세부표현에서 북송대 화풍을 반영하고 있으며 현존하는 작품이 없는 고려시대 산수화풍을 알 수 있게 해 주는 중요한 작품이다.


<금강산이 그려진 담무갈보살도(曇無竭菩薩圖), 노영, 고려 1307년, 흑칠한 목판에 금니, 중앙박물관, 보물>

금강산의 뾰족한 봉우리가 배경으로 그려진 고려시대의 불화이다. 담무갈보살이 팔대보살을 거느리고 서 있고, 그 아래 절벽에 고려 태조가 예배를 올리고 있다. 이는 태조가 금강산을 오르던 중 금강산에 머무는 담무갈보살이 광채를 내며 모습을 드러내자 태조가 땅에 이마를 대고 절하여 정양사를 중창했다는 <동국여지승람> 내용과 관련이 있다. 내리그은 선으로 표현한 금강산의 봉우리는 실경산수화의 전통이 고려시대로부터 이어져 왔음을 보여준다. (안내문, 중앙박물관특별전, 2019년)

<신증동국여지승람, 조선 1530년 간행, 1611년 인쇄, 종이에 목판인쇄, 국립중앙박물관>

조선시대 지리지인 <동국여지승람>(1481년)의 증보판으로, 조선 전기의 사회상을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자료이다. 55권 중 47권은 강원도 회양도호부로 시작하는데, ‘산천(山川)’조에 금강산이 기록되었다. 금강산의 거리, 방향 등 지리정보와 함께 금강산을 탄탄한 여러 시문이 수록되었다. 금강산을 유람하고 시문을 짓는 전통이 고려부터 조선까지 계속되었음을 알 수 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특별전, 2019년)


<경포대, 작가 미상, 조선 16세기 중반, 비단에 엷은 색, 국립중앙박물관>


<총석정, 작가 미상, 조선 16세기 중반, 비단에 엷은 색, 국립중앙박물관>

1557년 금강산과 강원도 지역을 유람한 후 제작한 경포대와 총석정 그림이다. 현존하는 강원도 지역 실경산수화 가운데 가장 연대가 올라가는 작품으로 최근 기증을 받아 처음으로 공개되었다. <경포대도>는 화면 하단의 죽도, 강문교에서 상단의 경포대와 오대산을 올려다보는 구도로 그렸는데, 이는 18세기 이후 제작된 경포대도의 구도와 상반된다. <총석정도>에서는 돌기둥 아랫부분은 희게, 윗부분은 검게 칠해 상승감을 고조시키고 돌기둥 사이로 물결을 그려 경물 간의 깊이감을 표현하였다. (안내문, 중앙박물관특별전, 2019년)


<화순에 있는 김한명의 은거지, 전충효, 조선 17세기 후반, 비단에 엷은 색, 개인 소장>

전라남도 화순에 있던 석정 김한명(1661~1718년)의 저택과 주변 경관은 위에서 내려다보는 부감시(俯瞰視)로 그린 반면 저택 뒤쪽의 산은 아래에서 위를 올려다보는 시점으로 그려, 한 화면에 여러 시점이 섞여 있다. 풍수사상에 따라 산세와 물길의 흐름을 표현했으며 넓은 지역을 담기 위해 회화식 지도의 전통적인 형식을 사용하였다. 직업화가였던 전충효가 김한명 또는 광산김씨의 주문을 받아 제작한 것으로, 화면 상단에는 김씨 가문이 대대로 살았던 광주읍성이 강조되었다. 선비의 거처를 지도식으로 표현한 실경산수화이다. (안내문, 중앙박물관특별전, 2019년)

<죽서루, 강원지역 명승 열 곳, 작가 미상, 조선 1746 ~ 1748년경, 비단에 색, 서울대규장각한국학연구원>

강원도 관찰사 김상성(1703~1755)이 지역의 명승을 돌아보고 제작한 시화첩이다. 시중대(侍中臺), 총석정, 삼일포, 낙산사, 경포대, 죽서루 등 강원도 지방의 명승 열 곳을 그린 그림과 이를 감상한 문인들의 시가 함께 수록되어 있다 화가는 정면에서 본 시점과 하늘에서 내려다 본 시점 등을 다양하게 조합하여 각 장소를 묘사하였다. 이는 실제 장소의 지리정보와 경관의 특징을 뚜렷이 보여주려는 의도이다. (안내문, 중앙박물관특별전, 2019년)

<칠보전도, 함경도의 명승을 그린 시화첩, 한시각(1621~ 1691 이후), 조선 1664년, 비단에 색, 국립중앙박물관>

함경도의 문무과 별시에 시험관으로 파견되었던 문곡 김수항(1629 ~ 1689년)이 칠보산과 주변 명승지를 유람하고 엮은 시화첩이다. 화원 한시각은 이들의 유람에 동행하여 여섯 점의 그림을 제작했다. 그 중 <칠보산전도>는 화면 하단 중앙에서부터 V자형으로 점점 넓게 펼쳐지는 구도로 그려졌고 상단에는 동해 바다가 묘사되었다. 이는 넓은 범위의 경치를 표현하기 위해 화가가 고민한 결과이다. 함경도의 명승을 그린 실경산수화 가운데 가장 이른 시기의 그림이다. (안내문, 중앙박물관특별전, 2019년)

<풍악도첩(楓嶽圖牒)>은 현존하는 정선의 작품 중 가장 이른 시기에 그려진 그림이다. 초기작으로 원숙기 작품에 비해 미숙한 부분도 있지만 화가 초창기 활력과 열의가 가득찬 작품으로 전선의 진경산수화가 형성된 과정을 잘 보여주고 있다.

<금강내총도, 금강산 여행 기념 그림, 정선, 조선 1711년, 비단에 엷은 색, 국립중앙박물관, 보물>


<금강산 여행 기념 그림, 정선, 조선 1711년, 비단에 엷은 색, 국립중앙박물관, 보물>

정선이 36세 때 금강산을 처음 여행하고 그린 실경산수화이다. 정선은 금화현감으로 부임한 이병언, 김창흡 등과 함께 금강산 일대를 유람하고 열세 폭의 그림과 발문을 남겼다. 초기 작품답게 필치가 조심스럽고, 뾰족하게 표현한 봉우리는 정선 특유의 힘찬 수직준(垂直皴)을 예고한다. 금강산의 기세를 부감시로 그린 <금강내산총도>와 비교적 좁은 지역과 경물을 묘사한 그림들로 구성되어 있다. 산봉우리와 암성 등에 명칭을 표기하고 길을 뚜렷하게 그린것은 지도식 표현이다. 정선은 때로는 현장에서 본 실경을 변형하고 과장하여 그림을 그렸다. (안내문, 중앙박물관특별전, 2019년)

<곡운구곡도>는 화가 조세걸이 그린 실경산수화이다. 이 그림은 관념적인 산수화와는 달리화천면 사내면 용담천 아홉굽이를 일일이 찾아다니며 그린 그림으로 실체 경치를 재현하고자 했다. 산, 바위, 나무, 계곡 등이 비교적 정확하게 묘사되었으며 실경의 명칭, 위치, 자연의 특징 등을 명기하였다. 대표적인 실경산수화 작품이다.

<농수정, 김수증의 유거지 주변 아홉 굽이, 조세걸, 조선 1682년, 종이에 엷은 색, 국립중앙박물관>

강원도 화천군 사내면에 있던 곡운 김수증의 은거지를 그린 그림이다. ‘구곡(九曲)’은 중국 남송의 성리학자 주희가 은거한 무이구곡에서 유래했다. 화첩은 김수증의 생활공간인 농수정을 비롯하여 방화계, 청옥협, 백운담, 와룡담, 첩석대 등 주변지역 열 곳을 그린 그림과 발문으로 구성되었다. 김수증은 화가 조세걸을 현장에 데리고 다니며 마치 초상화를 그리듯이 닮게 그리도록 지시했고 화가는 주문에 맞게 각 장소의 풍광을 충실하게 옮겨 그렸다. (안내문, 중앙박물관특별전, 2019년)

실재하는 산수를 그리다
화가들은 자연에서 찾아낸 미(美)의 원형을 산수화에 담았습니다. 특히 실경산수화는 우리땅에 실재하는 경관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그린 그림입니다. 한국의 실경산수화는 고려시대부터 시작되었으며, 조선시대에는 관료들의 모임을 그린 계회도(契會圖), 은거한 선비의 거처를 거린 유거도(幽居圖)와 별서도(別墅圖) 같은 기록적인 실경산수화를 그렸습니다. 각 그림에는 조선 문인 관료들의 사상과 한국만의 독특한 풍수 개념, 지리 정보를 나타내는 지도식 표현 등이 어우러졌습니다. 선비들의 유람문화는 실경산수화 제작에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선비들은 빼어난 경치를 만나면 글로 그 감흥을 노래했고, 이러한 시문학을 통해 명승지가 알려졌습니다. 명승지로 발걸음을 옮긴 많은 사람 중에는 화가도 있었습니다. 화가들은 직접 현장을 유람한 뒤 풍경에서 받은 인상을 우리식으로 표현했습니다. 이로써 조선 산천의 정수를 전하는 실경산수화가 무르익어 갔습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특별전, 2019년)

특별전 포스터에 소개된 그림은  <해산도첩> 중 <환선구지방총석정>와 <혈성루망전면금강도>이다. <해산도첩>은 금강산과 관동지역, 설악의 명승을 담은 서화첩이다.  조선후기 화원 가문 출신 김하종이 그린 작품으로 19세기 후반 실경산수화풍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작품으로 손꼽힌다. 사실적인 표현이 특징이다.

<혈성루망전면금강도>

<환선구지방총석정>

전시를 열며
실경산수화는 우리 땅, 우리 강산을 그린 그림입니다. 옛 사람들은 경치가 좋은 곳에 이름을 붙이고 시와 그림을 남겨 지극한 아름다뭉과 추억을 오랫동안 간직하고자 했습니다. 2019년 여름, 중앙박물관은 특별전 ‘우리 강산을 그리다: 화가의 시선, 조선시대 실경산수화’를 개최합니다. 화가가 직접 보고 경험한 실제 경치가 어떻게 그림으로 옮겨졌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그림의 본질에 더욱 가까이 다가가는 일입니다. 붓과 종이를 챙겨 길을 떠난 화가는 남다른 시선으로 거대한 산수를 바라보고 이를 새롭게 해석하여 화폭에 담았습니다. 조선의 화가들이 표현한 우리 땅 곳곳의 아름다움은 여전히 우리에게 깊은 영감과 감동을 줍니다. 그림 속 화가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그들이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이 귓가에 들려올 것입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특별전, 2019년)

<출처>

  1. 안내문, 중앙박물관특별전, 2019년
  2. 국가문화유산포털, 문화재청, 2022년
  3. 한국민족문화대백과, 한국학중앙연구소, 2022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