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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박물관특별전, 스투파의 숲] 인도의 신들

스투파는 부처나 승려의 사리를 모신 인도의 옛 탑이다. 목조건축물을 형상화한 우리나라 석탑과 달리 그릇을 뒤엎어 놓아 복발형 탑이라고도 한다. 울타리에는 인도의 신들과 석가모니 이야기를 담은 아름다운 조각들이 장식되어 있다. 오랜 세월을 지나면서 일부 조각만 남아있다. 중앙박물관에서 개최한 ‘”스투파의 숲, 신비로운 인도이야기” 특별전에서는 2천여 년 전 인도 불교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스투파를 이루었던 조각들을 소개하고 있다. 서역과 중국을 거쳐 토착화된 우리나라 불교유물들 비슷하거나 다른 점들을 살펴볼 수 있다.

<사타바하나의 왕과 그의 시종들, 1세기 후반, 안드라프라데시 아마라바티, 영국박물관>

키가 크고 몸이 좋은 남성이 두 손을 가슴 앞으로 모아 정중하게 인사하고 있습니다. 그는 화려한 옷을 입고, 신분이 높은 사람들만 쓰는 햇빛가리개 아래에 서 있습니다. 주변의 여성들은 남성을 향햐 권위를 상징하는 깃털을 흔드는 중입니다. 그는 사타바하나의 왕입니다. 왕이 다스리던 크리슈나강 주변은 매우 풍요로운 땅이었습니다. 인도의 문화와 불교가 만나 새로운 이야기와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 낸 곳이기도 합니다. 왕의 안내를 따라, 인도의 남쪽에 있는 스투파의 숲으로 여행을 떠나 볼까요? (안내문, 중앙박물관 특별전, 2023년)

사타바하나 왕조(기원전 1세기~기원후 3세기)는 남인도 지역을 중심으로 번성했던 왕조로, 불교 발전에 큰 기여를 했다. 주요 유적으로는 아잔타 석굴, 카를라 석굴, 바지 석굴 등이 있다. 석굴사원은 암반을 깎아 만들었는데 우리나라 석굴암에서 그 모습을 살펴 볼 수 있다.

<갠지스강 주변 불교 성지와 데칸고원 불교 유적>

인도 남쪽으로
기원전 5세기, 인도 북부 갠지스강 유역에서 시작된 불교는 수백 년에 걸쳐 남쪽으로 전해졌습니다. 석가모니의 고향 북인도와는 기후도 풍습도 다른 그곳에서 불교는 생명력 넘치는 신들과 마주하며 새로운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기원전 2세기 무렵 데칸고원의 동쪽, 크리슈나강 주변을 다스리기 시작한 사타바하나 왕조 때 세워진 수많은 스투파 유적에서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특별전, 2023년)

스투파의 숲, 신비로운 인도이야기
스투파는 불교에서 부처나 훌륭한 승려의 사리를 모신 탑을 뜻하는 인도의 옛말입니다. 인도의 스투파는 우리나라의 탑과 달리 둥근 언덕이나 거대한 왕릉처럼 생겼습니다. 스투파와 스투파를 둘러싼 울타리에는 아름다운 조각이 장식되어 있어 울타리를 따라 돌면 셀 수 없이 많은 인도의 신과 석가모니 이야기를 만나게 됩니다. 아쉽게도 대부분의 스투파가 세월의 풍파 속에 무너져 원래 모습을 잃고 이제는 장식 조각만 남아 있을 뿐입니다. 전신실 안에는 2천여 년 전 스투파를 이루었던 조각이 모여 숲을 여행하듯 그 사이를 거닐며 흩어진 이야기의 조각을 맞춰 보시면 어떨까요? (안내문, 중앙박물관 특별전, 2023년)

함사Hamsa는 거위 또는 백조를 가리키는 산스크리트어 단어이며, 인도 문화와 불교, 힌두교, 자이나교 등 다양한 종교 전통에서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 존재이다. 물과 우유를 분리해 마신다는 전설에서 유래하여 진리와 허상을 구별하는 지혜를 상징한다. 불교 미술과 조각에서는 순수함, 지혜, 깨달음을 상징하며, 연꽃과 함꼐 표현되기도 한다. 특히 석가모니가 머무는 정토 세계를 묘사할 때 등장한다. 힌두교에서는 브리흐마 신의 탈것으로, 창조와 지혜의 동반자이다.

<물이 가득찬 풍요의 항아리, 기원전 2세기 후반, 마디아프라데시 바르후트, 인도 알라하바드박물관>

입구가 크고 둥근 항아리에 활짝 핀 연꽃과 아직 덜 핀 봉오리가 함께 있습니다. 항아리 안에는 물이 가득 차 있어 연꽃을 잘 자라게 합니다. 연꽃 위에는 ‘함사’라고 불리는 새 두마리가 있습니다. 함사는 오리, 거위, 고니처럼 물가에서 사는 새를 닮았습니다. 새들은 씨앗 주머니를 부리에 물고 서로를 마주 보고 있습니다 물이 가득 찬 항아리에서 뻗어 가는 연꽃 줄기, 전설 소 새 함사가 물어오는 씨앗 주머니는 모든 생명을 키우는 물의 중요성을 보여줍니다. 물이 가득찬 항아리에서 자라나는 연꽃 넝쿨은 특별한 자연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자연이 계속해서 새로운 생명을 만들고 사라지는 것처럼, 사람의 생명도 태어나고 죽는 것을 반복합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특별전, 2024년)

물이 가득 찬 풍요의 항아리에서 뻗어 나가는 연꽃 넝쿨은 생성과 소멸을 넘어서 자연의 무한한 생명력을 의미한다.

<연꽃 넝쿨과 함사, 5세기말, 1874~75년 복제, 마하라슈트라 아잔타, 영국 빅토리아 앨버트박물관>

넝쿨 사이로 피어나는 푸른 연꽃과 전설 속 새 ‘함사’가 함께 있습니다. 연꽃의 넝쿨과 함사는 물의 중요성과 풍요로움을 상징합니다. 이런 상징은 아주 오래전부터 인도 전체 지역에서 사용되었습니다. 특히 인도 불교가 가장 힘이 있었고, 널리 퍼져 나갔던 기원후 5세기에 만들어진 아잔타 석굴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아잔타는 천 년 넘게 역사 속에서 사라졌다가, 1819년 영국 사람이 우연히 다시 발견했습니다. 이후 석굴의 아름다운 벽화를 보존하기 위해 오랜 기간에 걸쳐 똑같은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여기 전시된 작품도 이때 제작된 것입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특별전, 2023년)

<보물을 쏟아내는 연꽃, 기원전 2세기 후반, 마디아프라에시 바르후트><끝없이 이어지는 연꽃, 기원전 2세기 후반경, 마디아프레데사 바르후트, 인도 아라하바드박물관>
<보물을 쏟아내는 연꽃, 기원전 2세기 후반, 마디아프라에시 바르후트>

작품의 옆쪽이 많이 망가졌지만 망가진 곳에 연꽃 줄기가 휘감긴 모습이 새겨져 있었을 것입니다. 거꾸로 매달린 연꽃에서는 온갖 보물이 쏟아지고 화려한 목걸이와 귀걸이, 큰 보석도 주렁주렁 달려 있습니다. 바짝 마른 연못에 촉촉한 비가 내릴 때처럼, 다시 찾아온 생명의 풍요로움이 느껴집니다. 오른쪽에는 나뭇잎으로 만든 옷을 입고 허리에 광주리를 차고 돌을 캐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캐는 돌이 보물을 아닐지 궁금해집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특별전, 2023년)

<끝없이 이어지는 연꽃, 기원전 2세기 후반경, 마디아프레데사 바르후트, 인도 아라하바드박물관>

아직 꽃이 다 피지 않은 봉오리가 달린 줄기가 활짝 핀 둥근 연꽃을 넝쿨처럼 감고 있습니다. 끝없이 이어지는 연꽃 넝쿨은 건강한 생명과 새로 시작하는 삶을 의미합니다. 동아시아에서 연꽃은 극락정토에서 새롭게 태어남을 의미하며, 부처님이 앉아 계시는 자리로 매우 중요하게 쓰입니다. 이에 비해 인도의 연꽃은 넝쿨처럼 무리 지어 있어 풍요로운 자연과 생명을 나타냅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특별전, 2023년)

신비의 숲
성스러운 갠지스강 남쪽으로 펼쳐진 넓은 평야는 인도 중남부 데칸고원으로 이어집니다. 기원전 2세기 말, 인도의 첫 통일왕조 마우리아가 무너진 남인도 데칸고원에는 새로운 왕조 사타바하나가 등장합니다 이곳에는 왕조의 흥망성쇠에 흔들림 없이 오로지 생성하고 소멸하는 자연의 힘을 믿으며 살아온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의 믿음은 새로운 종교인 불교를 만나 또 다른 세계를 만들어 냈습니다. 그렇게 남인도에는 인도 고유의 문화와 불교가 어우러진 세계, 신비의 숲이 존재했습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특별전, 2023년)

풍요로운 자연, 신비로운 생명
적도에 가까운 남인도는 석가모니가 태어나고 자란 북인도와 달리 겨울에도 춥지 않고 사시사철 덥고 습판 곳입니다. 특히 여름에는 계절풍을 따라 많은 비가 내려 토양을 넉넉하게 적시고 모든 생명이 다투듯 솟아나 성장합니다.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며 뻗어 나가는 넝쿨 식물과 전설 속에서나 불 법한 신기한 동물은 풍요로운 자연의 상징물로 남인도 미술에 자주 등장합니다. 불교가 전해진 후에도 남인도 사람들은 싱그러운 생명의 기운이 느껴지는 상징들을 여전히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특별전, 2023년)

인도에서 자연의 정령은 오랜 종교적·신화적 전통 속에서 다양한 형태로 등장한다. 불교, 힌두교, 자이나교 등에서 자연과 관련된 정령 또는 반신적 존재들이 많이 전해져 오고 있다. 대표적인 자연의 정령으로는 ‘야차/야치’, ‘나가’, ‘간다르바/아프사라’, ‘브리크샤 데바’, ‘아그니’ 등이 있다. 인도에서 자연은 영혼이 깃든 존재로 여겨졌고, 인간과 신의 중간 세계에 정령들이 풍부하게 등장한다. 이들은 불교와 힌두교의 상징 체계에사 다양하게 형상화되며 때로는 보호신, 때로는 장애물로 등장한다.

<입에서 연꽃 넝쿨을 뿜어내는 자연의 정령, 기원전 2세기 후반, 마디아프라데시 바르후트, 인도 알라하바드박물관>

뾰족한 귀에 큰 눈, 불룩 튀어나온 배가 눈에 띄는 이가 비스듬히 앉아 있습니다. 그의 입에서는 연꽃 줄기가 뿜어져 나옵니다. 연꽃 줄기는 넝쿨이 되어 화면을 가득 채우고, 위쪽에 둥글게 핀 연꽃을 감고 있습니다. 연꽃이 뿜어져 나오는 입은 모든 생명의 기본이 되는 물이 담긴 ‘풍요의 항아리’같이 보입니다. 인도 사람들은 이렇게 자연의 정령을 특별한 능력을 가진 사람으로 표현해 자연의 신으로 모셨습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특별전, 2023년)

락슈미Lakṣm는 힌두교의 부와 번영의 여신으로, 인도에서 가장 널리 숭배되는 신 중 하나이다. 비슈누의 배우자로 세계에 생명력과 번영을 공급하는 존재이다. 물질과 정신 양면의 풍요를 가져다주는 여신으로, 가정, 사랑, 명상, 성공 등 다양한 삶의 영역에서 인간을 축복하는 존재로 사랑받습니다.

<풍요의 신 락슈미, 2세기, 우타르프라데시 자말푸르, 인도 뉴델리국립박물관>
<옆에서 본 모습>
<뒤에서 본 모습>

아름다운 몸매를 드러낸 여인의 상이 있습니다. 가슴을 만지고 있는 모습은 여성의 출산과 풍요로움을 나타냅니다. 이 여인의 이름은 ‘락슈미’로, ‘풍요의 항아리’에서 나온 둥근 연꽃 위에 서 있습니다. 그녀의 몸 뒤로 연꽃 줄기가 휘감아 올라갑니다. 뒤에는 공작새 2마리가 숨어서 서로 마주 보고 있습니다. 인도에서는 공작새가 올면 계절풍이 불어와 첫 비가 내린다고 합니다. 비가 내리면 풍요의 항아리는 다시 물로 가득 찰 것입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특별전, 2023년)

마카라Makara는 인도 신화에서 물과 관련된 신성한 상상의 동물이다. 힌두교, 불교, 자이나교 등 인도 전통 전반에서 널리 등장하며, 강가 여신의 탈것 또는 수호 상징으로 여겨진다. 보통 앞은 악어나 코끼리, 뛰는 물고기 또는 물뱀 등의 형상을 하고 있다. 불교에서는 사찰 문 장식이나 스투파의 장식물에서 볼 수 있는데 문의 수호자 역할을 한다.

<마카라 모양 장난감, 기원전 2세기 ~ 기원전 1세기, 우타르프라데시 코삼비, 미국 메트로폴리탄박물관>

진흙으로 만든 ‘마카라’입니다. 마카라는 물 속에 사는 전설 속 동물입니다 몸통에 구멍을 뚫고 축이 되는 막대기를 꽂은 후, 양쪽에 바퀴를 달아 끌면 물 위를 헤엄치는 움직임을 볼 수 있습니다. 마타라는 스투파의 문이나 불교를 지키는 신같은 존재였지만, 이렇게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장난감으로도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마카라는 불교에서 여전히 신과 같은 귀한 존재여서 의자에 앉아 있는 부처님이 그려질때마다 의자의 등받이를 장식하기도 합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특별전, 2023년)

<스투파를 지키는 마카라, 기원전 2세기 후반, 마디아프라데시 바르후트, 인도박물관>

스투파로 들어가는 문을 장식하던 조각의 일부입니다. 물속에 사는 전설 속 동물 ‘마카라’가 새겨져 있습니다. 마카라는 악어처럼 생긴 머리, 코끼리처럼 긴 코, 물고기으 지느러미 모양을 한 귀, 달팽이의 집처럼 말린 긴 꼬리가 있습니다. 몸통은 비늘로 덮여 있는 독특한 외모를 가졌습니다. 동아시아의 전설 속 동물 용이나 봉황처럼 여러 동물의 모습이 섞여 있습니다. 인도의 전설 속 동물인 마카라는 스투파의 입구를 지키는 모습으로 불교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특별전, 2023년)

<마카라x사자=새로운 상상 속 동물?, 3세기, 안드라프라데시 케사나팔리, 인도 바우다스리고고학박물관>
<앞에서 본 모습>

스투파로 들어가는 문을 장식하던 조각의 일부입니다. 한쪽에는 입을 크게 벌린 ‘마카라’가, 반대쪽에는 앞발을 들어 올린 사자가 보입니다. 마카라는 물속에 사는 전설 속 동물입니다. 비늘로 덮인 마카라의 꼬리가 사자의 몸을 둘러싸고 있습니다. 두 마리의 동물이 어떻게 이어져 있는지 정확히 알기 어렵습니다. 마카라의 꼬리를 피해 자자의 어꺠 위에 올라가 있는 사람도 보입니다. 남인도의 스투파에는 마카라가 사지, 코끼리 등 다양한 동물과 합쳐져 새로운 상상 속 동물로 다시 태어난 모습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특별전, 2023년)

전설 속 동물, 마카라
남인도에는 다양한 생태계만큼 전설 속 동물도 많았습니다. 물속에 사는 전설의 동물 마카라는 불교의 자연관과 결합하여 새로운 모습의 상상 속 동물로 다시 태어납니다. 그리고 불교의 수호신으로 새로운 자리를 찾아갑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특별전, 2023년)

야차Yakṣa는 인도 신화와 불교, 힌두교, 자이나교에서 등장하는 자연의 정령 또는 반신적 존재이다. 본래는 자연 속에 깃든 영적 존재로, 시간이 흐르며 다양한 종교 전통 안에서 수호신, 보호신, 때로는 위험한 존재로 변화했했다. 힌두교에서는 부와 보물의 신 쿠베라르 따르는 하위 정령들로 수호자의 성격을 갖는다. 불교에서는 불법을 지키는 팔붓신중 가운데 하나로 신앙의 수호자로 재해석된다. ‘약사 여래’와 발음이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존재이다.

<동전을 쏟아내는 연꽃모자를 쓴 약사, 3세기 말, 안드라프라데시 니가르주다콘다, 인도 나가르주다콘다고고학박물관>
<옆에서 본 모습>
<뒤에서 본 모습>

짧은 다리에 배가 불룩 나온 약사가 장난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 엄청나게 큰 귀걸이를 하고, 머리에는 연꽃 송이를 엎어 놓은 모자를 쓰고 있습니다. 머리에서 쏟아지고 있는 것은 다름아닌 동전입니다. 이 상은 머리에서 동전을 쏟아 내는 소라 껍데기 모양의 모자를 쓴 약샤와 함께 짝을 이루었습니다. 동전이 물처럼 쏟아져 나오는 모자를 만든 인든 사람들의 상상력이 놀랍습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특별전, 2023년)

<커다란 그릇을 받쳐 든 약사, 기원전 50년경, 마디아프라데시, 미국 메트로폴리탄박물관>
<옆에서 본 모습>
<뒤에서 본 모습>

두 팔이 없는 약사는 하늘을 향해 뭔가를 들고 있었을 것입니다. 스투파 입구에는 두 팔을 높이 올려 커다란 그릇을 들고 참배객에게 보시를 받던 상이 있습니다. 그게 아니라면, 두 팔을 위로 올려 기둥을 받치는 스투파장식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어디에 사용됐던, 불룩한 배와 귀여운 뒷모습까지 아주 잘 만들어진 조각품입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특별전, 2023년)

<인간의 모습으로 나타난 자연의 정령, 기원전 2세기 후반경, 마디아프라데시 바르후트, 인도 뉴델리국립박물관>

자연에 깃들어 있다고 믿는 여성 신 ‘약시’의 얼굴입니다. 약시의 조각을 보니 인도 여성들이 머리에 두르는 차도르, 이마에 장식하는 빈디, 헤나를 이용한 문신이 떠오릅니다. 왼쪽 뺨에 있는 3줄은 번개를 나타내고, 지팡이 모양은 코끼리 채찍을 나타냅니다. 인도의 종교와 문화의 뿌리가 되는 자료인 ‘베다’에 나오는 ‘인드라’는 코끼리를 타고 다닙니다. 인드라는 비구름을 몰고 오는 번개의 신입니다. 모두 생명의 기본이 되는 물이 부족하지 않도록 비가 내리기를 바라는 소망이 담긴 무늬입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특별전, 2023년)

<풍요의 장식으로 장식한 약시, 기원전 1세기, 웨스트벵갈 찬드라케투가르, 미국 메트로폴리탄박물관>

화려한 장신구를 걸친 약시의 모습이 찍힌 점토판입니다. 비록 약시의 몸은 작지만, 바르후트의 약시처럼 풍요와 행복을 나타내는 머리 장식을 하고 있습니다. 점토판 위에는 2개의 구멍이 뚫려 있습니다. 아마도 개인적으로 가지고 다니거나 집 안에 걸어 둔 것으로 보입니다. 남인도 사람들은 휴대용 약시를 만들만큼 약시가 가져올 풍요를 굳게 믿고 있었습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특별전, 2023년)

<연꽃을 공양하는 약시, 기원전 2세기 중엽, 안드라프라데시 아마라바티, 인도 아마라바티고고학박물관>

데칸고원 동쪽으로 흐르는 크리슈나강 주변에는 스투파의 흔적이 많습니다. 이 상은 그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아마라바티 유적에서 발견된 약시입니다. 약시는 옷을 입지 않고 장신구만 하고 있어 큰 가슴과 잘록한 허리가 그대로 드러납니다. 여성의 신체 특징을 강조한 여신은 다산과 풍요의 상징이었지만 오른손에 든 연꽃에서 불교의 가르침을 따르는 존재로 변했음을 알 수 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특별전, 2023년)

<사방에서 볼 수 있는 약샤, 기원전 1세기 말, 마디아프라데시 산치, 독일 베를린아시아예술박물관>
<사방에서 볼 수 있는 약샤, 3세기말 ~4세기, 텔랑가나 파니기리, 인도 파니기리문화유산과>

‘환조’로 새겨진 약샤의 머리입니다. 환조란 어느 방향에서 보더라도 모양을 보고 만질 수 있도록 조각한 것입니다. 스투파의 주위에는 울타리가 있습니다. 오른쪽으로 탑 주변을 돌면 스투파와 울타리의 조각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스투파의 장식은 주로 앞면만 새겨지는데, 뒷면까지 새긴 환조는 흔하지 않습니다. 유명한 스투파 유적 산치에서 발견된 이 약샤상에서 다른 종교의 신을 환조로 만들어 모시는 전통이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특별전, 2023년)

다양한 얼굴, 약사
인도 신화에서 풍요로운 자연의 정령이던 약샤(약시)는 인두교처럼 오래된 종교뿐 아니라, 불교처럼 새로운 종굥화 어우러져 다양한 얼굴로 나타납니다. 모두 풍족하고 유쾌한 환경에서 살고 있는 듯 생기발랄한 신들입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특별전, 2023년)

<스투파를 지키는 인도 고유의 신, 기원전 2세기, 우타르프라데시 코삼비, 인도 알라히바드박물관>

남성이 소용돌이 치는 물 위에서 헤엄치는 ‘마카라’를 밟고 서 있습니다. 마카라는 물속에 사는 전설 속 동물입니다. 이 기둥은 스투파를 둘러싼 울타리를 만드는데 사용됐습니다. 인도의 옛 문헌 ‘베다’에 물의 신 ‘바루나’가 마카라를 타고 다닌다고 나옵니다. 스투파를 둘러싼 울타리에, 베다에 나오는 신과 전설의 동물이 함꼐 나오는 점은 매우 흥미롭습니다. 이 땅에 살던 사람들이 믿어 온 고유의 신들도 자연스럽게 불교와 합쳐지면서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고 있습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특별전, 2023년)

나가Nāga는 뱀 모양 또는 뱀의 특성을 가진 신적 존재로, 주로 물, 비, 자연의 정령과 관련이 있다. 그들은 여러 가지 형상과 역할을 가지며, 종종 신비적이고 신성한 존재로 숭배된다. 힌두교에서는 보물과 지하의 신성한 에너지를 보호하는 존재로 여기진다. 또한 바다나 호수의 수호자로 등장하며 위험과 축복을 동시에 가져올 수 있는 존재로 인식된다. 불교에서는 부처의 가르침을 따르는 중생들에게 축복과 보호를 해주며 특히 불경을 보호하는 존재로 등장한다.

<머리 여럿 달린 뱀의 정체, 2~3세기, 우타르프라데시 마투라, 독일 베를린아시아예술박물관>

작고 단단한 체격에 배가 불룩 나온 사람이 있습니다. 왼손에는 물병을 들고 있고, 뒤에는 머리가 7개 달린 뱀이 있습니다. 인도에서는 오래전부터 강에 사는 뱀인 ‘나가’를 신으로 믿었습니다. 나가는 석가모니의 가르침을 지키기 때문에 불교에서 중요한 존재입니다. 왼쪽 어깨에 걸친 독특한 물을 보면 힌두교의 신 ‘발라라마’같기도 합니다. 이처럼 나가는 힌두교부터 불교를 아우르며 옛 인도의 신앙에서 중요한 존재였습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특별전, 2023년)

<석가모니를 보필하는 나가, 3세기경, 안드라프라데시 골리, 미국 메트로폴리탄박물관>

왕이 할 만한 화려한 장식을 하고 있지만, 왕은 아닙니다. 머리가 5개 달린 뱀, 나가입니다. 인도 사람들은 약샤를 믿는 것만큼 나가를 믿었습니다. 나가가 권위를 뜻하는 불자를 오른손으로 높이 들고, 몸을 오른쪽으로 돌리고 있는 것으로 보아 그의 옆에는 아마도 석가모니가 있었을 것입니다. 나가는 물을 다스리는 신이었지만 불교를 믿게 되면서 점차 석가모니를 지키는 존재가 됐습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특별전, 2023년)

<보필을 받는 약사, 3세기, 안드라프라데시 칼라파렘, 인도 아마라바티유적센터박물관>

마치 사타바하나의 왕처럼 당당하게 서 있지만, 인도 신화 속 키 작은 신 ‘가나’에기 시중을 받는 주인공은 왕이 아닌 약샤입니다. 오른손에 연꽃 다발을 들고 있는 모습이 어딘가 특별해 보입니다. 왼쪽 아래의 가나는 왕이나 부처님이 쓰는 햇빛 가리개를 들고 있습니다. 약샤는 깨달음을 얻어 다음 생에서 부처님이 될 존재로 여겨졌습니다. 불교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약샤의 위상이 한껏 높아졌습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특별전, 2023년)

신비로운 인도의 신들
생명의 끊임없는 재생과 생산의 신비로움은 자연에 깃든 정령의 존재를 믿게 합니다. 인도인들은 풍요로운 자연에 깃든 정령을 사람의 모습을 지닌 신으로 상상했습니다. 그중에도 나무에 깃들어 풍요를 가져오는 자연의 정령을 남성형은 ‘약샤’, 여성형은 ‘약시’라 불렀습니다. 자연의 정령인 약샤(약시)는 인도 특유의 상상력이 더해지면서 수많은 얼굴을 가진 존재로 나타났습니다. 이들은 새로운 종교인 불교와 어우러지며 석가모니를 보필하는 등 각각 자신만의 역할을 찾아갑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 특별전, 2023년)

<출처>

  1. 안내문, 중앙박물관 특별전, 2023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