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공예는 부처의 장엄, 공양, 의식에 사용되는 도구를 가리킨다. 불교공예는 그 쓰임새에 따라 범음구, 공양구, 장엄구, 밀교법구 등이 있다. 공양구는 공양을 올릴 때 사용되는 도구를 만한다. 공양물로는 향, 등(燈), 꽃, 음식 등이 있으며, 공양구로는 촛대, 향로, 정병 등이 있다. 범음구는 소리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기물들을말한다. 종, 금고, 경자 등 소리를 내어 시간을 알려주거나 의식의 진행을 도와주는 것들이 있다. 부처에게 공양하고 불사에 참여하는 것을 발원이라고 하는데, 발원자는 청동 종, 청동 금고(쇠북), 청동 향완과 같은 금속공양구에 자신의 바람을 새겨 절에 시주했다. 충북 지역 사찰에서는 다양한 금속공양구가 만들어졌다. 특히 청주 사뇌사思惱寺, 흥덕사興德寺, 용두사龍頭寺, 충주 숭선사崇善寺와 같은 절의 승려들은 다양한 금속 공양구를 만들어 사용했으며, 금속활자 또한 청주 직지사에서 만들어졌다.

한국종은 중국·일본 종과 형태와 소리가 다르며, 깊은 울림을 낸다. 금고는 고려시대 ‘반자’라 불렸고, 앞면에는 연꽃무늬, 뒷면에는 공명구가 있다. 경자는 불경 독송 시 사용돤다. 범음구는 깊은 소리로 영혼을 숭고하게 한다.


범종은 절에서 의례나 행사의 시작을 알리려고 치는 종으로, 나무 막대로 쳐서 소리를 낸다. 길고 웅장하게 울리는 맑은 소리는 세속의 번뇌로 어지러워진 마음을 정화한다. (안내문, 청주박물관, 2024년)
청주시 운천동에서 금동불상, 청동금고와 함께 출토되었다. 중간 크기의 범종이다. 하대와 상대에 문양이 없고 단순히 구회만 해 두고 있다. 비천상의 위치, 당좌의 형식, 연곽대의 구성문양 등은 통일신라 범봉과 유사하나 화염보주와 화조문 등 새로운 요소들이 고려시대로의 양식적 변화를 보여준다.


상원사종, 성덕대왕신종과 함께 국내에 남아있는 통일신라시대 범종이다. 용뉴와 비천상이 새겨진 위치, 당좌의 모양 등은 통일신라 범종의 전형적인 양식과 같으나, 화염보주와 꽃문양 장식 등에서 고려시대로 이어지는 양식적 변화를 보여준다. (안내문, 청주박물관, 2024년)
금고金鼓는 불교 의식에서 북과 비슷하게 두드려 소리를 내는 타아기이다. 법의 시작과 전파을 의미하며, 힘찬 울림으로 의식에 집중하게 한다. 의식의 중요한 부분을 알리는 역할을 한다.

쇠북의 뒷면에 ‘기사년에 구양사에서 만든 반자飯子’라는 내용이 새겨져 있다.
己已六月日句陽寺般子一重十三斤八兩棟梁 道人惠長 改造大匠仍及三
기사년 6월 구양사 반자 하나를 만드는데 구리 13근 8량이 들어갔고, 도인 혜장이 시주하고 장인 잉급삼이 만들었다. (안내문, 청주박물관, 2024년)

쇠북의 옆면에 ‘충주목 의림사에서 쇠북을 새롭게 만들어 걸었다’는 내용이 새겨져 있다.
충주목 의림사(쇠북을) 무신년에 도둑맞아 대중을 모아 만들어 걸으니 때는 대정 30년(1190) 경술 3월 일로, 부호장 유장보가 주관하고 도인은 관심, 법명이며 주지는 중대사 유중임을 기록한다. (안내문, 청주박물관, 2024년)


풍탁風鐸은 사찰 건물 처마 끝이나 탑에 매다는 작은 종으로, 바람이 불면 맑은 소리를 내는 불교 의식구이다. 잡귀나 악귀를 물치고, 수행자이 마음이 흔들릴 때 깨어 있음을 상기한다. 맑은 종소리는 부처님의 가르침이 퍼져나가는 소리를 의미한다.

숭선사는 고려 광종光宗이 어머니 신명순성왕 태후神明順成王太后의 명복을 빌기 위해 954년에 세운 절이다. 이 풍탁은 탑의 지붕돌이나 절의 전각 처마 끝에 다는 작은 종 모양의 장식이다. (안내문, 청주박물관, 2024년)



풍탁의 몸체 한쪽 면에 ‘장신효長信孝’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발원자 또는 제작자의 이름으로 추정된다. (안내문, 청주박물관, 2024년)
경자는 주로 불경을 독송할 때 장단을 맞추거나 절의식에서 신호를 줄 때 사용된다. 소리는 짧지만 맑고 날카로워서, 독송 중 흐트러진 집중을 깨우거나 의식의 전환을 알리는 역할을 한다.

경자는 사발 모양의 종으로 끈을 꿰어서 당목이나 뿔 등으로 두드려 소리를 내는 도구이다. 손잡이를 연결하여 손에 쥐고 치는 형태도 있다. 법당에서 새벽에 향을 피울 때, 경전을 독송할 때, 승려가 입적하였을 때에 사용했다. (안내문, 청주박물관, 2024년)
온 세계에 울려 퍼지는 부처의 음성
부처의 음성은 맑고 묘해서 온 세계에 두루 울려 퍼지며, 그 음성을 듣는 사람들은 모두 깨달음의 기쁨을 얻게 됩니다. 부처의 음성은 하늘 위의 북을 두드리는소리처럼 들리고, 때론 새소리와 비슷하게 들려서 그것을 듣는 사람들은 모두 기쁨과 즐거움을 느낍니다. 이 때문에 부처를 공양할 때는 범종, 쇠북, 바라와 같이 맑은 소리를 내는 범음 구梵音具를 다양하게 사용했습니다. 범음구에서 나는 소리는 부처에게 기대고 구원을 청하려는 마음이 들게 하고, 중생을 괴로움에서 구합니다. (안내문, 청주박물관, 2024년)
향로는 불교 의식에서 부처님께 향을 피워 올리는 데 쓰이는 공양구이다. 향 연기를 바쳐 존경과 감사을 드리며, 향의 연기와 향내는 도량과 마음속 번뇌를 씻고 맑니는 상징이 된다. 법회 등에서 불단 중앙에 놓이며 향을 피워 의식의 시작과 끝 등을 알린다.


거는 향로는 불단 위에 올려놓는 향로와 달리 걸거나 매달 수 있도록 고리가 달려 있다. 몸체가 달걀 모양이나 공 모양으로 둥근 것이 특징이다. 뚜껑에는 연꽃 봉오리 모양의 꼭지가 있으며 여의두如意頭 모양의 향 연기 구멍이 있다. 몸체 양옆에 달린 고리에 끼워진 손잡이 끝장식도 연꽃봉오리 모양이다. (안내문, 청주박물관, 2024년)
수각향로水角香爐는 뚜껑 위에 수각水角이라 불리는 물결 모양이나 뿔 모양 장식을 얹은 것이 특징입니다. 향 연기가 자연스럽게 퍼지도록 구멍이 뚫려 있다. 세발이나 원형 받침을 두어 안정을 준다. 부처님의 지혜가 사방으로 퍼지는 모습을 상징한다. 물결은 청정함, 뿔 모양은 위엄과 수호의 뜻을 내포하고 있다.

발鈦 모양의 몸체에 나팔 모양의 중간 받침이 있는 향로이다. 뚜껑에는 여의두如意頭 모양의 향 연기 구멍이 있다. 맨 아래 받침에 짐승다리 모양의 다리 3개가 달려 있어서 수각향로라고 한다. 고려시대에 유행하던 다른 향로에 비해 크기가 비교적 크다. (안내문, 청주박물관, 2024년)


향완香垸은 불교 의식에서 향을 피워 부처님께 공양하는 대표적인 공양구로, 주로 불단 중앙에 놓인다. 그릇모양을 하고 있으며 세발 받침을 두거 안정감을 준다. 연꽃, 보상화, 구름무늬 등 불교 상징 문양이 새겨진다. 향완 중에서 예술적으로 뛰어난 유물이 많은 편이다.






향완의 전 뒷면에 ‘상당군 출신의 한씨 여성이 공림사에 향완과 등잔을 시납 했다’는 내용이 새겨져 있다.
무인년 11월 일. 상당군군 한씨가 공림사에 향완 1개와 등잔 40개를 만들었다. (안내문, 청주박물관, 2024년)
속세를 정화하는 맑은 향기
인도는 기온이 높고 습해서 사람들의 몸에서 악취가 나는 경우가 많아, 예로부터 향료를 몸에 바르거나 향을 태워 옷이나 실내 공기를 정화하는 풍속이 있었습니다. 이것이 불교에서 부처를 공양하는 방법이 되면서, 부처에게 가르침을 청하기 전에 향을 피우거나 향료를 몸에 바르기 시작했습니다. 불교에서 향은 악취를 없애는 청정을 뜻하고 생사의 번뇌와 때를 없애 준다고 합니다. 불법에서는 뛰어난 공덕이 있으면 이를 향에 비유하여 ‘계향’, ‘혜향’, ‘해탈향’ 이라고 하고, 부처를 모신 집인 불전을 높일 때도 향을 사용하여 ‘향실’, ‘향전’이라고 부릅니다. (안내문, 청주박물관, 2024년)
불교에서는 등을 밝히는 행위를 연등공양燃燈供養이라 하며, 이는 무명을 없애고 지혜를 밝히는 상징적 실천으로 여겨진다. 불을 밝히는 공양구로는 등잔, 촛대, 등롱, 석등, 유리등 등이 있다. 불을 밝히는 공양은 고대 이집트 이래 거의 모든 문명과 종교에서 행해졌으며 많은 유물들의 전해오고 있다.

고려시대 촛대는 형태상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초를 끼워 사용하도록 원형 받침이 있는 촛대와 위가 편평한 원반으로 되어 등잔이나 초를 올려놓을 수 있는 광명대가 있다. (안내문, 청주박물관, 2024년)
등잔은 불을 밝혀 부처님께 올리는 공양구로, 연등공양에 직접 쓰이는 대표적인 도구이다. 고대 이래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형태이다.


등잔의 전 아래 부분에 ‘한씨 여인이 만들어 바쳤다韓氏女造納’라는 내용이 새겨져 있다. 등잔은 대량으로 발견되는 경우가 많은데, 불전에 등공양을 하기 위해 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안내문, 청주박물관, 2024년)


어둠을 밝히는 진리의 빛, 등불
등불은 어둠을 밝히는 빛이자 깨달음의 상징으로 여겨집니다. 불교에서는 번뇌가 가득해 진리를 보지 못하는 마음 상태를 컴컴한 어둠에 비유해 무명無明이라고 합니다. 부처의 가르침은 이 무명을 밝게 해 어리석은 생각을 버리고 진리를 보게 도와주는 등불에 비유합니다. 이 때문에 불법을 ‘법등’, ‘법광’, ‘법거’라고 부르고, 승려가 불법을 널리 전파하고 계승하는 것을 ‘전등傳燈’ 이라고 합니다. (안내문, 청주박물관, 2024년)
발우鉢盂는 불교에서 스님들이 수행 중 식사에 사용하는 그릇을 말한다. 소유를 최소화하고 청빈하게 사는 승가의 생활 원칙을 드러내면서 수행자의 자립과 절제를 나타낸다.


발우(공양그릇)의 바깥 면에 ‘황통10년에 흥덕사 승려 영인이 만들어 바쳤다’는 내용이 새겨져 있다.
황통 10년(고려 의종 4년, 1150년) 경오 4월에 흥덕사 승려인 영인이 왕생 정토를 위해 발우 하나를 만들어 바치는데 들어간 구리가 2근 6량이다.(안내문, 청주박물관, 2024년)
불교에서 정병淨甁은 ‘깨끗한 병’이라는 뜻으로, 청정한 물을 담아 두거나 의식에 사용하는 병을 말한다. 불교에서는 주로 청정.자비.구제의 의미를 가진다. 관음보살이 오른손에 정병을 들고 있는 모습이 잘 알려져 있다. 수륙재나 천도재 때 정병에 물을 담아 공양물로 올린다.




인도에서 정병은 수행을 하는 승려가 마실 물을 담던 일상용기였다. 동아시아에서 정병은 버드나무 가지와 맑은 물로 중생의 병을 치료한다는 관음신앙과 결부되어 불교의식 공예품으로 활용되었다. (안내문, 청주박물관, 2024년)

사뇌사에서 출토된 대형의 투각 광배이다. 광배란 부처의 몸에서 나오는 성스로운 빛을 형상화한 장식물이다. (안내문, 청주박물관, 2024년)
금속, 바람을 담다.
불교는 오랫동안 사람들이 어려운 현실을 이겨 내도록 도와주고 문화를 풍요롭게 하는 데 이바지했습니다. 집단의 바람은 종교적 염원으로 발전하고, 개인의 바람은 발원으로 이어졌습니다. 불교에서 부처에게 공양하고 불사에 참여하는 것을 발원이라고 하는데, 발원자는 청동 종, 청동 금고(쇠북), 청동 향완과 같은 금속공양구에 자신의 바람을 새겨 절에 시주했습니다. 특히 고려시대에는 법회가 자주 열리면서 불교 의례에 쓰이는 공양구를 찾는 사람이 늘어 났습니다. 조선시대에는 불교를 억제하고 유교를 숭상하는 억불숭유 정책에 따라 이전 시대만큼 공양구를 활발하게 제작하지는 않았지만, 왕실과 부녀자의 후원으로 공양구는 꾸준히 만들어졌습니다. 이는 발원으로 쌓은 공덕, 그 공덕의 영원함 때문입니다. (안내문, 청주박물관, 2024년)금속으로 삶과 불교를 꽃피우다
인간의 삶은 금속을 사용하면서 다양하게 변화하고 발전했습니다. 금속은 고대에는 지배층의 권위를 세우는 데 이용되었고, 중세와 근세에는 실용성과 아름다움을 담아 내는 금속공예의 주재료로 널리 쓰였습니다.
충청북도에서도 지방 문화의 발전과 더불어 불교공예와 생활공예 영역에서 금속문화가 크게 융성했습니다. 왕실과 호족이 후원하여 이 일대에 여러 절이 세워졌고, 절의 위세가 확장되면서 부처 공양에 쓰이는 금속공양구가 다양하게 만들어졌습니다. 특히 청주 사뇌사思惱寺, 흥덕사興德寺, 용두사龍頭寺, 충주 숭선사崇善寺와 같은 절의 승려들은 수행을 하거나 불교 의례를 진행하는 데 쓰는 갖가지 모양의 금속 공양구를 만들어 종교적 의미를 담았습니다. 충청북도의 생활 유적과 무덤에서 나온 생활 도구와 장신구 등은 이 지역의 생활상을 잘 보여 줍니다. 수저와 자물쇠, 화려한 문양의 꾸미개, 삶의 흔적이 깃든 거울 등 을 보면 옛사람들이 일상에서 쓰고 무덤까지 가지고 간 소중한 물건이 무엇인지 알 수 있습니다. (안내문, 청주박물관, 2024년)
<출처>
- 안내문, 청주박물관, 2024년
- 안내문, 청주박물관, 2012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