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번 전시에서는 ‘생각을 전달하는 지혜’라는 주제로 종교활동을 위해 사용되었던 여러 유물들을 전시했다. 삼국시대 불교를 대표하는 불상들을 비롯하여 고려와 조선시대의 불경, 조선시대 유학자들이 교류했던 서간 등을 볼 수 있었다. 특히 고려시대 불경에는 거란의 침입에 대비하여 조성했던 초조대장경으로 찍은 인쇄본이 포함되어 있다.
금동보살삼존입상(국보)은 하나의 광배에 삼존상을 배치하고 있으며, 불신, 광배, 대좌가 함께 붙어 있는 독특한 형태의 불상이다. 가운데 본존인 보살상을 두고 양쪽에 비구상을 배치한 삼존불상이다. 광배는 배모양이며 3줄의 선으로 광배를 표현하고 있다. 삼국시대 불상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으며, 대좌의 장식이 백제 불상과 비슷하여 백제 불상을 추정하고 있다.
<일광삼존상, 삼국시대 6세기, 청동에 금도금, 국립중앙박물관, 국보>
금동보살입상(보물)은 높의 28cm의 보살상으로 일부 파손되거나 수리된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조형미가 빼어난 불상이다. 신체는 발달한 가슴과 잘록한 허리, 늘씬한 하체 등 우아하고 세련된 조형미를 보인다. 7세기에 만들어진 작품으로 추정되고 있다.
<보살, 삼국시대말 ~ 통일신라 초 7세기 후반, 청동에 금도금, 국립중앙박물관, 보물>
금동여래입상(보물)은 높이 25.4cm의 여래입상이다. 둥근 얼굴에 눈.코.입 등이 날카롭게 표현되어 근엄한 느낌을 준다. 옷은 간략하게 표현되어 있는데 옷주름은 U자형으로 흐르면서 다리의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불상이 올려진 대좌는 연꽃이 새겨진 8각형이다. 통일신라와 일본에서 유행했던 여래입상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다.
<부처, 통일신라 8세기, 청동에 금도금, 국립중앙박물관, 보물>
‘고려 천수관음보살도(보물)’은 천수관음은 <법화경>, <화엄경>에 근거하여 11면의 얼굴과 40~42개의 큰손으로 각기 다른 지물(持物)을 잡고 있으며 그 사이에 눈이 그려진 형상이다. 고려시대에 그려진 그림으로 많이 변색되어 알아 보기 힘들지만 바위 위에 앉아 정면을 바라보는 관음보살과, 화면 상단을 가득 채운 원형광배, 화면 아래 선재동재 등 경전 속에 표현된 천수관음보살의 특징을 잘 반영하고있다.
<천수관음보살도, 고려 14세기, 비단에 색, 국립중앙박물관, 보물>
‘초조본 현양성교로 권11(국보)’은 인도인 무착이 지은 글을 당나라 현장이 한문으로 번역하여 20권을 수록한 책이다. 이책을 인쇄한 목판은 11세기에 거란에 침입을 물리치려고 조성한 초조대장경이 일부이다. 이 책은 11세기에 간행하여 인출된 것이다. 후대에 다시 판각한 것보다 판각기술이 우수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초조본 현양성교론 권11, 고려 11세기, 종이에 목판 인쇄, 국립중앙박물관, 국보>
‘감지금니 대반야밀다경 권175(보물)’은 조계종의 근본 경전이다. 당나라 현장이 번역한 <대반야경> 600권 가운데 권175이이다. 검푸른 빛이 나는 종이에 금색으로 글씨를 썼다. 고려 문종 때(1055년) 김융범이 부모와 조상의 명복을 빌기 위해 조성하였다고 기록되어 있다.
<대반야바라밀다경 권175, 고려 1055년, 감지에 금니, 국립중앙박물관, 보물>
사경(寫經)은 불교 경전을 베끼는 불교의식이다. 불경을 후손에게 전하고, 승려가 경전을 읽고, 사경을 통해 공덕을 쌓기 위한 목적으로 진행되었다. 통일신라 때 목판본이 대량 생산되면서 불경의 유통과 보급이라는 목적은 줄어든 반면 공덕을 쌓는 신앙적인 면이 강조되었다.
<불설아미타경, 글씨 인목대비, 조선 1621년, 종이에 금니, 국립중앙박물관>
선조의 계비 인목대비는 영창대군의 역모 사건의 배후라는 모함을 받아 경운궁에 5년 동안 유폐되었다. 인목대비는 왕실의 최고 어른이었지만 바깥 출입이 금지된 생활을 강요당했다. 아들 영창대군을 잃은 슬픔과 가문의 생존이 위채로운 불안 속에서 인목대비는 손수 한 자 한 자 불경을 옮겨 쓰며 마음을 다잡았다. (안내문, 중앙박물관특별전, 2022년)
<대방광불화엄경 권69, 고려 13~14세기, 상지에 금니, 국립중앙박물관>
<변상도>
사경의 첫머리에는 경전의 내용을 알기 쉽게 풀어서 그린 변상도를 싣는 경우가 많다. 이 <화엄경> 첫머리에는 선재동자가 깨달음을 얻기 위해 선지식을 찾아가는 이야기가 변상도로 그려져 있다. 도토리로 염색한 갈색 종이에 두께 0.2mm의 극히 가느다란 금선을 그어 섬세하고 화려한 부처의 세계를 묘사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특별전, 2022년)
<대방광불화엄경 권15, 고려 13~14세기, 감지에 금니, 국립중앙박물관>
변상도(變相圖)는 불교에 관한 내용을 시각적으로 형상환 그림이다. 진리의 내용을 변화하여 나타낸 것이라 하여 ‘변상도’라고 한다. 변상도에는 석가모니의 전생을 묘산한 본생도(本生圖), 현생의 전기를 담은 불전도(佛傳圖), 정토의 모습을 그린 장엄도(莊嚴圖)가 있다. 서역이나 동남아시아의 경우 조각형태의 부조상이 많은데 반해 우니나라는 그림으로 표현된 형태가 많다.
<변상도>
변상도에 <화엄경> ‘현수품’의 내용이 그려져 있다. 보살의 신통력이 얼마나 큰지를 제석천과 아수라의 전쟁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그림 왼쪽 수미산 주변에 수많은 용들이 모여들었고, 궁전에서 제석천의 군대가 나와 아수라 무리와 싸움을 벌이고 있다. 부처의 신통력은 흉포한 아수라를 굴복시킨 제석천보다 더 크다는 비유가 담긴 변상도다. (안내문, 중앙박물관특별전, 2022년)
<육조대사법보단경 언해본, 조선 1496년, 종이에 목판 인쇄, 국립중앙박물관>
선불교의 사상과 수행에 관한 한문 서적을 한글로 옮겼다. 한문을 읽기 쉽도록 한글 토를 달아 싣고, 뒤에 우리말로 풀어썼다. 15세기 말 한자음 표기에 옛이응이 사라지는 등 한글 창제 당시보다 간략하게 변화한 표기법을 확인할 수 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특별전, 2022년)
<석보상절 권20, 조선 1447~1449년, 종이에 활자 인쇄, 국립중앙박물관>
<석보상절 권21, 조선 1447~1449년, 종이에 활자 인쇄, 국립중앙박물관>
1447년 세종이 작고한 소현왕후의 명복을 빌려고 수양대군에게 명하여 한글로 지은 불교 서적이다. 여러 한문 불교 서적의 내용을 편집해 석가모니 부처의 일대기를 구어체로 풀고 훈민정음으로 표기했다. 금속활자인 갑인자로 찍어낸 초간본으로 매우 귀중하다. 15세기 우리말, 한글 활자의 조형미가 돋보인다. (안내문, 중앙박물관특별전, 2022년)
<월인석보>는 <월인천강지곡>과 <석보상절>을 합하여 편찬한 불경언해서이다. 권11, 12는 1459년(세조5)에 간행된 초판본이다. <월인천강지곡>을 본문으로 쓰고 <석보상절> 구절로 해설한 후 작은 글씨로 보충설명을 적었다. 훈민정음 창제 이후 제일 먼저 나온 한글불교대장경으로 훈민정음 연구와 불교학, 서지학 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된다.
<월인석보 권11, 조선 1459년, 종이에 목판 인쇄, 국립중앙박물관, 보물>
1447년 완성된 <석보상절>과 세종이 1447년 무렵 노래 형식으로 지은 <월인천강지곡>을 합본한 책이다. <월인천강지곡> 노랫말을 본문으로 쓰고, <석보상절> 구절로 이를 해설한 뒤, 작은 글씨로 보충설명을 넣는 체제로 편집했다. 본문과 주석, 보충섦여은 각기 글씨의 크기와 세체를 달리하여 위계를 체계적으로 구분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특별전, 2022년)
<범종, 고려 10~11세기, 청동, 국립중앙박물관>
범종은 부처의 진리를 소리로 전달해 지옥의 중생까지도 구제한다는 상징을 지닌 의식구이다. 한국에서는 통일신라 이래로 웅장하고 균형잡힌 범종이 제작되었다. 이 범종은 통일신라 범종의 형식을 이어받은 고려시대 작품이다. 종을 걸기 위한 용뉴 하나와 음통, 유곽과 아홉 개의 유두, 비천상 부조는 통일신라의 전통이고, 천판과 상대 사이의 모설에 표현한 연잎 모양 장식은 고려 10~11세기 범종의 특징이다. (안내문, 중앙박물관특별전, 2022년)
<법고대>
삼현수간(三賢手簡, 보물)이다. 조선중기 유학자 송익필, 성혼, 이이 사이에 주고 받은 편지를 후손들이 편집하여 제작한 것이다. 이들은 16세기 성리학을 이끌었던 인물들로 조선후기 주도 세력인 서인들의 정신적인 지주가 되는 인물들이다. 편지에는 성리학의 주요 내용을 토론하고 논의한 내요들도 포함되어있는데 그들의 문집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내용도 있다고 한다.
<성혼이 송익필에게 보내는 편지, 삼현수간첩 형권 제20~21면, 1580년>, <송익필이 성혼에게 보내는 편지, 삼현수간첩 형권 제20면, 조선1580년 7월>
<송익필이 성혼에게 보내는 편지, 삼현수간첩 정권 제40면, 조선 1592년 이후 추정>, <성혼이 송익필에게 보내는 편지, 삼현수간첩 정권 제39면, 조선 1589년>
<송익필이 이이에게 보내는 편지, 삼현수간첩 리권 제20면, 조선 1581년 이후>, <성혼이 송익필에게 보내는 편지, 삼현수간첩 리권 제19면, 조선 1582년 가을>
<오언시, 사천장시화첩 하권 제7~8면, 조희일, 조선 1625년>
이경엄은 중국 동진 시인 도잠(365~427)이 지은 <유사천>을 읽고 자신의 별장과 도잠이 노닌 곳의 지명이 같음을 기뻐하며 지인들에게 시를 부탁했다. 조희일은 시로 이렇게 읊었다. “도연명은 세상을 피해 은둔한 늙은이, 가고 머무는 것을 운명에 맡겼다. … 땅은 몇 천리나 떨어져 있지만, 똑같이 사천(斜川)이라는 강물이 있다. 관직 생활하면서도 세속의 욕망 잊을 수가 있으니, 구태여 바다 갈매기를 가까이할 필요가 있으랴?’ (안내문, 중앙박물관특별전, 2022년)
<사천장팔경도, 사천장시화첩 춘권 제2면>
사천장 주변 경관을 그린 그림이다. 경기도 양평군 옥천면 일대를 회화식 지도처럼 그리고 지명을 붉은 글씨로 적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특별전, 2022년)
사천장시화첩, 그림 이신흠
이호민은 관직에서 물러나 경기도 양평에 있었던 사천장에서 지냈다. 이 서화첩은 사천장의 풍광을 칭송하는 당대 최고 문장가 34명의 시와 당대 최고 화가 이신흠의 그림을 합쳐서 꾸민 것이다. 가문의 위세를 그림과 글로 후대에 전하고자 한 의도가 담겨 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특별전, 2022년)
<세년계회도, 세년계회첩 제1면>
한양 송현방에 있었던 이호민 저택 후원에서 열린 계회 모습이 그림 왼쪽에 있다. 나무 아래에 아홉명의 참석자가 둘러앉아 있고 그 주위로 세 명이 시중을 들고 있다. 그 뒤로 한양 도성의 서북쪽 풍광과 북한산 연봉이 펼쳐져 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특별전, 2022년)
세년계회첩, 그림 이신흠, 글 이호민, 조선 1604년,
대를 이어 관료가 되고 친분을 이어가는 인연을 기념해서 만든 계회첩이다. 이호민은 1579년, 그 아들 이경엄은 1601년에 과거에 급제했다. 이호민의 과거 급제 동기 여덟명의 아들들도 모두 급제했기에, 이를 축하하기 위해 이호민의 저택에서 모임을 열었다. 모임 장면을 그림으로 남기고 주고 받은 글과 시를 첩으로 꾸몄다. (안내문, 중앙박물관특별전, 2022년)
<소하가 달빛 아래 한신을 쫓아가 중용하다, 고사인물화보첩 원권 제16면>, <유방이 홍문에서 목숨을 구하다. 고사인물화보첩 원권 제15면>
소하가 달빛 아래 한신을 쫓아가 중용하다, 고사인물화보첩 원권 제16면
유방의 책사 소하가 한신의 마음을 되돌렸다는 고사를 그린 그림이다. 한신을 유방에게 귀순했으나 별다른 대접을 받지 못하자 떠나고 말았다. 한신의 잠재력을 알아보았던 소하는 밤중에 쫓아가 그를 붙잡았다. 훗날 한신은 군사적 재능으로 한나라 건국에 큰 공을 세웠다. (안내문, 중앙박물관특별전, 2022년)유방이 홍문에서 목숨을 구하다. 고사인물화보첩 원권 제15면
유방이 홍문에서 목숨을 구한 장면을 그린 그림이다. 항우와 유방은 진나라를 타도하기 위해 군사를 일으켰고, 낙양 근교 홍문에서 마주하게 되었다. 항우의 책사 범증은 연회를 틈타 유방을 죽이려 했는데, 유방은 충성스러운 부하들의 활약으로 위험에서 벗어났다. (안내문, 중앙박물관특별전, 2022년)
<공자가 행단에서 예악을 가르치다, 고사인물화보첩 형권 제10면>, <공자가 노자를 만나다, 고사인물화보첩 형권 제9면>
공자가 행단에서 예악을 가르치다, 고사인물화보첩 형권 제10면
공자와 제자들이 살구나무 아래의 단에서 예악을 논하는 장면을 그린 그림이다. <장자>에 따르면 “공자가 치유림을 거닐다가 살구나무 아래에서 노래를 부르고 거문고를 연주했다”고 한다. (안내문, 중앙박물관특별전, 2022년)공자가 노자를 만나다, 고사인물화보첩 형권 제9면
공자가 노자를 만나 “예”를 물었다는 고사를 그린 그림이다. 전한 떄 사마천이 편찬한 <사기> ‘노자한비열전’에 공자가 노자를 찾아 갔다는 기록이 있다. 훗날 공자는 제자들에게 노자를 ‘용과 같은 사람’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안내문, 중앙박물관특별전, 2022년)소사인물화보첩, 진재해, 장득만 등 8인 조선 18세기 전반, 종이에 색, 국립중앙박물관
성현의 삶과 역사의 교훈을 주제로 한 그림첩이다. 당대를 대표하는 화원들이 참여한 것으로 보아 세자 등 왕실 유교 교육을 위해 만들었을 것이다. 진재해가 1735년에 사망했으므로 그 이전에 제작되었다. 각 첩마다 정조의 인장 ‘홍재’와 ‘중광지장’이 찍혀 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특별전, 2022년)생각을 전달하는 지혜
인간은 예측할 수 없는 자연 현상에 불안했고, 이를 해소하고자 자연의 힘을 숭배했습니다. 인간 사고의 수준이 높아지면서, 종교의 차원도 높아졌습니다. 문자와 그림, 조형물로 종교의 가르침을 쉽게 전달하고 마음의 위안을 주었습니다. 이처럼 개인과 사회는 미래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글과 그림으로 현재의 생각과 지식을 전달하는 지혜를 키워갔습니다. 삼국시대 불교미술에도 조선 기록과 그림에도 인간의 지혜와 의지가 담겨 있습니다. (안내문, 중앙박물관특별전, 2022년)
<출처>
- 안내문, 중앙박물관특별전, 2022년
- ‘국보 금동보살삼존입상’, 국가문화유산포털, 문화재청, 2023년
- ‘보물 금동보살입상’, 국가문화유산포털, 문화재청, 2023년
- ‘보물 금동여래입상’, 국가문화유산포털, 문화재청, 2023년
- ‘국보 초조본 현양성교로 권11’, 국가문화유산포털, 문화재청, 2023년
- ‘보물 고려 천수관음보살도’, 국가문화유산포털, 문화재청, 2023년
- ‘보물 감지금니 대반야밀다경 권175’, 국가문화유산포털, 문화재청, 2023년
- ‘보물 월인석보 권11’, 국가문화유산포털, 문화재청, 2023년
- ‘보물 삼현수간’, 국가문화유산포털, 문화재청, 2023년
- ‘사경 (寫經)’,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한국학중앙연구소, 2023년
- ‘변상도(變相圖),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한국학중앙연구소, 2023년